여대야소(與大野小) 의석 분포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국가보안법 개폐, 친일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을 비롯한 과거사 관련 입법, 언론개혁 입법,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등 개혁 입법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한나라당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또한 사립학교법, 남북류협력법, 공직자윤리법, 의문사진상규명법 개정 등을 놓고도 여야간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는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사모펀드(PEF) 도입을 위한 간접자산운용업법 개정안, 재래시장육성 특별법 제정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각종 민생 관련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여야는 새해 예산안을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까지 통과시키고 12월9일 정기국회를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개혁입법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가 예상되는데다 추석 연휴로 국정감사 일정이 10월로 늦춰짐에 따라 법정 처리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국회는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개혁입법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권이 강도 높게 추진할 개혁드라이브 속에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의 목소리가 이념적 대척점에 있는 한나라당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느냐도 이번 정기국회에 쏠린 국민의 관심이자 정치권이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일단 여야 모두가 개혁의 당위성에는 뜻을 일치하면서도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놓고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대립과 반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상생의 구호 대신 저마다 `결전’을 다짐하고 있는 것도 태생적 차이와 상충하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간극을 좁히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정기국회에 대한 의미 부여에서부터 여야간 입장차이는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29일 “정통 민주개혁세력이 의회권력 교체를 통해 입법부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후 열리는 첫 정기국회”라며 “경제살리기와 함께 역사적 임무인 개혁입법을 완수해 개혁의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권 1년6개월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하는 자리”라고 전제한 뒤 “여당의 악법과 졸속입법 시도는 저지하되 정책을 놓고서는 정의로운 경쟁과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특히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등 과거사조사 문제를 비롯,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보안법, 언론관계법, 정치관계법 등 굵직한 국가적 주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우리당이 이들 법안에 대한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정국이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끝까지 하다 안되면 표결에 부치고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으나,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정당한 토론 없이 수로 밀어붙이겠다면 온몸을 던져 저지하겠다”고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상생보다 투쟁이 우선시되고 있지만, 여야가 지난 16대 때처럼 국민을 절망에 빠트리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대치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과거의 계보, 보스정치가 종적을 감춘 상황에서 초선 당선자가 전체 의석(299명)의 62.5 %(187명), 여성 당선자가 역대 최다인 13 %(39명)를 차지하고 있는 달라진 정치환경이 이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기국회 폐회를 기점으로 여당의 과반 유지 여부가 걸린 내년 2월 중순의 국회의원 재보선 정국이 시작된다는 점도 극한의 정쟁 가능성을 줄이는 시기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 미뤄 17대 첫 정기국회에 임하는 각당은 주요 사안별로 여론을 살피며 당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차별화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리당은 30일 정기국회 워크숍을 열어 상임위별로 취합된 개혁 관련 입법을 압축, 100대 개혁과제를 정하고 한나라당은 같은날 의원연찬회에서 정기국회 대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보·혁간 의회권력 지형이 처음으로 역전된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 각 정당이 국가보안법과 언론관계법 개정 등 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정국 현안 처리를 놓고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갈등하면서 새로운 국회의 상을 정립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는 9월1일 정기국회 개회식을 가진뒤 상임위 활동을 벌여 9월22일과 23일께 지난해 세입·세출과 기금, 예비비 등에 대한 결산을 처리하고, 10월4일부터 3주간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국회는 이어 10월25일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고 2005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착수하며, 10월26, 27일 양일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실시하고 10월28일부터 11월3일까지 대정부질문을 벌인다.
국회는 12월1, 2일께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뒤 12월8일과 9일 본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하고 폐회할 예정이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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