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국가기구화 하자” “안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8-23 19:53:1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與野 이견 못좁혀 ‘샅바싸움’ 여야는 23일 과거사의 포괄적 조사를 위한 중립적인 기구를 국회밖에 설치한다는 데는 의견접근을 이뤘으나, 이 기구를 국가기구화할 것인지를 놓고는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중립적인 기구를 만들더라도 실질적인 조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등 국가기구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과거사 규명기구가 정부기구화할 경우 정권의 입맛에 맞는 과거사 규명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권력의 입김이 배제된’ 순수한 민간기구 구성을 주장했다.

또 열린우리당은 국회내 특위 및 자문기구 구성은 양보할 수 있다면서 신축적인 자세로 선회했으나, 한나라당이 과거사 규명의 대상에 용공 친북활동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강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사대상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서 조사범위에 관한 문제는 객관적인 기구가 구성되면 논의를 통해 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조율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독립된 기구에서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한 것을 환영하며, 구체적인 형태는 이견이 있지만 타협 못할 것은 아니다”며 “큰 틀에서 어떻게 (기구를) 만들지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당 `과거사청산 태스크포스’의 문병호 의원은 “중립적 조사기구 문제는 한나라당 주장대로 하면 되지만, 국가기관화 해서 권한을 줘야 한다”며 “민간기구로 하면 역사적으로 해석만 하고, 있는 자료를 정리만 하라는 것이 된다”며 한나라당의 주장을 비판했다.

우리당은 25일 태스크포스 회의를 갖고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한 당론을 정리할 예정이며, 중립적 과거사 청산기구를 두되 그 법률적 지위는 국회의장이나 총리실 직속으로 해서 실질적 권한을 주고, 15개에 달하는 과거사 관련법안을 3, 4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역사 청산은 역사학자와 국민의 몫이지 정치인의 몫이 아니다”면서 “정치인은 정치적 목적으로 (역사를) 재단하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를 다시 써야 하는데, 그렇다면 누가 공정하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민감한 현대사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정치색뿐만 아니라 권력의 입김도 당연히 배제돼야 한다”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자체 진상조사 움직임에 대해 “권력기관은 큰 권력에 약한 습성이 있어 큰 권력의 입맛에 맞는 커밍아웃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과거사 조사를 위한 기구가 국회 밖에 구성될 경우, 이를 주도해 나갈 세력이 없어 기능이 유야무야될 것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이날 낮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가 과거사 조사기구를 정부 산하에 두길 원치 않고 있고, 정파싸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국회 밖에 설치하자는 것은 이해하지만, 입법지원과 예산집행 등의 문제를 누가 챙겨서 할 것이냐”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장은 “내일(24일) 당 기획자문위에서 논의해 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한나라당이 원할 경우에는 국회 밖에 과거사 조사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는 천정배 원내대표와 신축적인 입장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것이어서, 기획자문위 의견수렴을 통한 이 의장의 최종 입장정리가 주목된다.

또 이 의장은 과거사 조사기구가 구성된다면 최소한 1년간은 활동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과거사 조사의) 대강의 줄기를 잡아 총론이 각론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