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사령탑 거머쥔 李부영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8-19 16: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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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당권파 승리’ GT계 지지 한몫… 당내 계파간 조율 숙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19일 당 의장직을 사퇴함에 따라 원외인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이 이를 승계했다.

선친의 일제하 헌병 복무와 이에 대한 뒤늦은 시인에 따른 파문으로 당 안팎의 사퇴 압력을 받아온 신 의장은 이날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긴급 확대간부회의에서 의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사퇴했다.

신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일잔재 청산과 민족정기 회복운동의 대의를 조금이라도 훼손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당 의장직에서 물러난다""면서 “이제 역사의 진실을 밝힐 때이며, 저의 아픈 가족사를 딛고 역사적 과업을 이뤄달라""고 말했다.

신 의장은 또 “선친 관련 보도를 접한 후 지금까지 3일은 제 평생 겪어보지 못한 가장 무겁고 심각한 고뇌의 시간이었고, 새로이 알려진 사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려 한다""면서도 “7월 당시 제가 아는 사실만이라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것은 저의 모자람이었다고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의장의 퇴진으로 우리당은 이부영 임시체제로 운영되게 됐고, 정기국회 등 정치일정을 감안해 일단 연내에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11일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서 신 의장에 이어 3위로 직선 상임중앙위원에 당선됐던 이부영 위원이 당헌에 따라 당 의장직을 맡아 천정배 원내대표와 함께 152석의 원내 과반 여당을 이끌게 됐다.

원외인사이자 당내 세력이 뚜렷하지 않은 신임 의장이 최장 6개월간 이어질 집권여당의 중심에 서게 됨에 따라 향후 당내 역학구도, 당정관계 등에서 있어 여러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역학관계에서 보면 `천·신·정'이 쥐고 있던 당권이 적어도 분점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그래서 `비당권파의 승리'라는 얘기가 나돈다. 사실 비당권파, 특히 그들의 핵심인 김근태(GT) 계열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이부영 체제 출범은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렇다면 왜 `GT는 이부영을 밀었나'.

GT와 이 의장은 재야라는 한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90년대초 이른바 재야의 정치세력화 노선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지지를 놓고는 길을 달리했다.

5,6공 시절 김근태, 장기표씨와 함께 재야의 트로이카였던 이 의장은 지난 95년 DJ가 국민회의를 창당하고 민주당을 떠나자 합류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민주당에 남았다가 97
년 대선과정에서 DJ가 아닌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다.

이 의장이 일관되게 3김 청산을 부르짖은 반면 GT는 DJ에 대해 ‘비판적 지지' 입장에 서왔다.

이런 연유에서 GT계의 선택이 제2의 창당과 함께 당내 세력재편이 이뤄질 내년초 지도부 경선에 대비해 당권파의 힘을 미리 빼놓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일각에선 지난 6.30 개각과 `팀장제' 실시 과정에서 GT가 라이벌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밀리는게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된게 사실이다.

GT계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발동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기국회와 과거사 규명이란 정치 일정도 당권 분점을 불가피하게 만든 시기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총선 직후 여권의 힘이 가장 농축돼 있는 시기에 당권을 놓고 사분오열하는 양상을 보일 경우 개혁과제는 물론 내년 4월 실시되는 재·보선에서의 원내 과반수 의석 유지도 힘들어진다는 데 여당의 공통된 고민이 있는 것이다.

당권파가 의장 승계를 용인한 측면이 있는 것도 정기국회 등으로 원내쪽에 무게 중심이 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각 계파간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당헌·당규 개정의 핵심 쟁점인 기간당원 자격요건 완화 문제를 놓고 당권파는 완화, 유시민 의원의 개혁당파는 고수, GT계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의 협력 등 지도부 내부의 조화도 과도체제 순항의 관건으로 꼽힌다.

사실 당권파와 중진들이 의장직 승계 카드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던 것도 이 의장과 천 대표 둘 다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이 의장이 자신의 직계 및 우호그룹인 한나라당 탈당파 등 신당연대 출신들 외에 이렇다할 기반이 없다는 점도 당내 화합과 관련해 우려를 부를 만한 현실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의장을 할 것""이라며 “흐트러진 당력을 모으고 당헌·당규를 올바르게 개정한 뒤 전대를 순리대로 치러내는 것이 내게 맡겨진 최대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장 자신이 내년 재보선을 통해 국회 재진입을 노려야하는 원외 인사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정치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역할은 단순한 `조정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한 이 의장이 이해찬 국무총리의 학교(용산고.서울대) 및 재야 선배라는 점도 당정간 협력관계가 갈수록 공고해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부영 과도체제에 힘이 붙을 수도 있다.
이는 역으로 당권파의 견제심리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부영 체제는 개혁드라이브를 앞둔 집권여당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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