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논란’뜨거워 정국 요동칠듯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6-23 19: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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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가나무역 김선일씨가 끝내 피살됨에 따라 정치권은 23일 큰 충격속에서 향후 여론의 시계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파병재검토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야만적 테러 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향후 파병 논란과 한·미 관계 등을 둘러싼 쟁점이 급부상하면서 정국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씨 피살을 계기로 테러 행위에 대한 규탄이 확산되면서 파병의 정당성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테러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정하고 “테러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게 해서는 안된다”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단호한 대응을 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정치권내 일부 파병 찬성론자들 가운데서도 ‘테러 규탄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테러의 목적이 국론분열을 노린 것이라면 거기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면서 “파병을 반대한 취지는 이라크인이 살해당하고 피해 입는 것에 대한 연대대처의 목소리였는데 죄없는 한국인을 죽이는 사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병 반대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었던 일부 의원들 내에서도 “현 시점에서 결의안 제출은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며 제출 시기를 연기하자는 ‘신중론’을 보이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피살 사건은 확산되고 있는 파병 재검토 움직임에 상당한 명분을 제공하면서 파병 강행이 실제로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 또한 만만치 않다.

파병을 강행할 경우 ‘제2, 제3의 김선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과 민노당 의원 전원,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등 일부 의원 및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국회에 재검토결의안을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평화를 여는 사람들’ 등 시민단체들도 이날 국회에서 긴급 회견을 갖고 “김씨 피살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며 파병 반대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또한 피랍과 관련한 숱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한국정부에 피랍 사실을 인지하고도 통보하지 않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소지 등 한·미 관계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은 지난 22일 당내 국방·통외통위 연석 회의에서 “미국이 피랍 사실을 알고도 그 사실을 우리 정부에 통보해 주지 않았다면 한·미 동맹에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우리당내 재야·소장파 일각에서는 피랍 시점이 한국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18일)이 임박한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의도성’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또한 가나산업의 김천호 사장의 진술이 분명치는 않지만, 지난 17일께 피랍 사실을 미군으로부터 통보받았다는 주장이 나왔고, 일각에서는 김씨가 이보다 훨씬 이전인 5월31일께 피랍됐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영진 외교부차관은 김선일씨 납치시점과 관련해 “가나산업 김천호 사장이 납치 시점을 처음엔 6월17일이라고 했다가, 두번째는 6월15일, 세번째는 5월30일이라고 진술했다”며 “김 사장의 최종진술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보고 확인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 등에 대한 질타와 추궁도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피랍 의혹과 대처를 둘러싼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한편 국회는 24일 이헌재 총리직무대행을 비롯한 관련 국무위원을 출석시킨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김선일씨 피살 사건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을 벌인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전화접촉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긴급현안질문에는 이 총리 직무대행,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조영길 국방부장관, 강금실 법무부장관 등이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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