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부는 무고한 시민인 김씨가 조속하고 무사히 석방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이를 위해 외교부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구성·운영하고 외교부 및 관계기관의 고위관계자를 현지에 파견키로 했다.
정부는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방침을 정했다.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브리핑을 갖고 “우리의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 재건과 지원을 위한 것”이라며 “이 같은 우리의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교민들의 안전대책도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우선 국민들의 이라크 방문을 중지해줄 것을 거듭 당부드리며 현지 교민들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철수해 줄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11시에 중동 국가의 모든 대사들을 초청해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며 “판단력과 경험이 많은 대사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관계자를 파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씨의 가족들이 부산에 체류하기 때문에 부산주재 자문관을 보내 대통령의 우려를 전하고 상황도 설명할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는 무사귀환 했던 만큼 원칙과 희망을 갖고 김씨를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차관은 김씨를 납치한 이라크 무장단체와 관련 “지금까지 알려지 있지 않은 단체로 우리가 갖고 있는 방법과 이라크내 여러단체 등을 통해(교섭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황일곤 기자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은 21일 이라크 주재 한국인이 저항세력에 납치돼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비보가 전해지자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나흘 전 의원총회에서 “정부 방침을 존중한다”는 선에서 마무리됐던 추가파병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우려감 속에서 지도부는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신기남 의장은 이날 오전 천정배 원내대표와의 연석회의 후 오후 긴급 당정협의 소집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은 신중히 대응하고 정부의 구출작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초당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임종석 대변인은 “지금 우리의 반응을 그쪽(저항세력)에서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면서 “우리가 우왕좌왕하면 효과를 냈다고 오판할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추가파병에 반대하거나 재검토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기류가 재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원웅 의원을 비롯한 의원 12명은 오전 모임을 갖고 야당 의원들과 연대해 23일께 파병재검토 결의안을 제출키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 67명의 파병 재검토 서명을 주도한 유승희 의원도 “추가파병을 중지해 사람을 살려내야 한다”며 “서명 의원들을 다시 모아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파병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던 의원들도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윤호중 의원은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없다”며 난감해 했고, 안영근 제1정조위원장은 “심각한 사태”라며 “당에서 시급히 논의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파병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천 원내대표는 당내 파병 반대론을 겨냥, “이 문제를 다른 문제와 연관시켜서는 안된다”며 “책임있는 정치인은 신중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고, 당국제협력위원장인 정의용 의원은 “우리 입장이 어려워졌으나 파병계획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새로운 모색’도 이날 `대미비판’ 성명을 발표하면서 피랍된 김선일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영문 메시지를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무장단체에 전달할 예정이고, 윤호중 의원이 이달초 자신과 알 자지라 방송과 대담을 주선했던 카타르재단측을 통해 무장단체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한나라·민주당
한나라당은 21일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피랍사건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김씨의 석방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정부측에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라크 무장세력들이 무고한 민간인을 `테러대상’으로 삼은 데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하며, 앞서 3차례 있었던 미국인 참수와 같은 극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했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을 당론으로 찬성했던 한나라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파병철회 여론이 비등해질 것을 우려하며 국군부대의 추가파병이 이라크의 안정과 평화재건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당장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는 데 대해선 일단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외교안보태스크포스(위원장 이상득) 비상회의를 소집, 이번 사건의 해결방안과 향후 파병 등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민간인이 희생당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정부는 김씨의 무사석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교민보호대책을 철저히 강구,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외교안보통’인 박 진 의원은 “국군 파병은 전투를 위한 게 아니라 이라크 평화유지와 재건을 위한 것”이라면서 “정부가 흔들림없이 원칙을 지켜나가되 동원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납치자들에게 이를 잘 설득, 인질석방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임태희 의원도 “이번 사건을 파병과 연관시켜 논의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날 아랍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한국인 김선일씨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데 대해 “정부는 모든 외교력을 동원해서 김씨 구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화갑 대표는 “최근 인질로 잡혔던 일본인들도 일본 정부의 노력으로 석방된 예가 있다”면서 “김씨 구출은 우리 정부 외교력의 시험대가 될 것인 만큼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전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라크 파병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며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희생당하게 할 수는 없다”면서 파병 재검토를 촉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질의 무사귀환인 만큼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민기자 [email protected]
/최용선기자 [email protected]
시민단체
한국인 김선일(33)씨가 철군를 요청하는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에 피랍된 사건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파병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번 피랍 사건을 계기로 파병 철회를 요청하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일단 불행한 일”이라며 “이 파병은 정의롭지도 못하고 명분이 있는 파병도 아닌 만큼 정부는 빨리 이 문제에 대해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응당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테러 위협엔 굴복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 여론엔 따라야 한다”며 “아울러 김씨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광일 반전평화공동행동 운영위원도 “이번 사건은 이미 예고됐던 일로 모든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며 “이제 이라크 내 한국 교민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직접 테러 공격 가능성도 높아진 만큼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는 파병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30일 기만적인 이라크 주권 이양에 항의하는 국제행동의 날이 미국과 유럽, 아시아, 호주에서 동시에 열릴 계획이었는데 여기서 한국의 파병 문제를 중요 이슈로 부각시키는 등 파병 철회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은주 이라크평화여성회 정책국장도 “안타깝지만 예견됐던 일”이라며 “이번 사태는 한국군 파병 철회를 요청하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강력한 메시지로, 정부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엔 한 사람이지만 앞으로도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얼마나 확산될지 알 수 없다”며 “정부는 파병을 빨리 철회해야 할 것이며, 현재 우리도 시민·사회단체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염창근 이라크평화네트워크 사무국장 역시 “파병할 경우 벌이질 것이라고 경고해왔던 일이 현실화돼 안타깝다”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현장 활동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라크에서 한국의 파병 관련 소식은 위성방송 등을 통해 금세 확산되고 여론이 형성되는데 현재 여론이 많이 악화돼 동네 슈퍼마켓도 못 간다고 한다”며 “일본 정부가 `테러범과의 협상 불가’를 천명하는 바람에 이라크에서 반일 감정이 급속도로 확산됐던 전례를 고려, 정부는 신중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대다수의 이라크인이 한국군을 환영한다고 하더라도 소수의 반대자들에게 한국군과 한국인은 끊임없이 표적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는 파병 관련 입장을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용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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