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총리 제청권행사 끝내거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5-24 2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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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 총리가 새장관 제청하는건 ‘헌법정신 훼손’ 고 건 국무총리가 3개부처 개각을 위해 각료제청권을 행사해 달라는 청와대의 `삼고초려’를 끝내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최근 두 번 고 총리를 찾아가 제청권을 요청했던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24일 오후 또다시 삼청동 총리공관을 찾아가 10여분간 면담하고 “다시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고 총리는 고사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 총리는 김 실장에게 “헌법상의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 취지에 비춰 물러나는 총리가 신임장관을 임명제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되풀이하며 “미안하지만 입장을 바꿀수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사표까지 제출함으로써 상황은 이제 고 총리가 물러나는 수순을 밟게될 것으로 보인다.

고 총리는 청와대의 사표제출 발표 후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공정한 총선관리라는 저의 소임을 마칠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퇴임 인사를 했다.

김덕봉 총리 공보수석은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던 날, 고 총리가 구두로 사의표명을 했고, 이를 노 대통령이 수락했으며 수리 시기는 노 대통령이 적정한 시기에 선택할 수 있도록 얘기가 됐다”면서 “그런 원칙에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운영에 협조적이었고, 평소 청와대측과 업무관계로 충돌을 거의 빚지 않았던 고 총리에게 이 같은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총리실 관계자들은 고 총리의 이번 제청권 고사를 `원리원칙’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고 총리가 헌법학자, 정치인, 언론인을 두루 만나 제청권 행사에 대한 의견을 들었고, 이들은 한결같이 물러나는 총리의 제청권 행사가 순리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은 “각료제청권은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도 볼수 있는데,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총리가 새 장관을 제청하는 것은 헌법정신 훼손 내지는 편법운영”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고 총리는 이것저것 신중하게 따져보고 결정하지만, 한번 결정하면 번복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제청권 문제에서도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에서 고 총리에게 각종 현안을 보고하면서 정부의 정책변경 등을 자주 건의하지만 그때마다 고 총리는 “제가 결정할 때는 나름대로 많은 고민과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니 가급적 따라줬으면 좋겠다”며 밀고나갔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표방한 책임총리제의 정신에 따라 고 총리가 국무총리의 헌법상의 `권한찾기’를 염두에 두고 대응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총리실의 다른 관계자는 “고 총리가 지난 1년간 문서로 각료제청권을 행사하는 등 나름대로 헌법이 보장한 총리 권한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를 무위로 만들 수 도 있는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고 총리가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서 98년초 김대중 정부의 조각때 일부 국무위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각료제청권을 행사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는 각료제청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지금은 3명의 정치인을 입각시키는 부분 개각이라 훨씬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총리실 안팎에서는 올해 66세인 고 총리에게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관직이어서 이것이 고 총리가 `소신’을 펴는 바탕을 형성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덕봉 수석은 고 총리의 결정에 대해 “어떤 의도나 정치적 배경을 갖고 결정한게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순수하게 받아들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강현숙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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