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정체성’ 또 딜레마 조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5-06 20: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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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VS 이해찬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열린우리당이 다시 한번 정체성을 놓고 딜레마에 빠질 조짐이다.

양강구도를 형성한 이해찬 천정배 의원이 각자가 대표하는 `계파’ 성향과 다른 노선을 견지하는 까닭이다.

재야파의 대표자로 민주화운동 세력이 지지기반인 이 의원은 중도보수적 개혁을, 당권파의 대표자로서 영입전문가 그룹이 지지기반인 천 의원은 중도진보적 개혁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탄핵국면에서 정동영 의장의 당권파가 민생을, 김근태 원내대표의 재야파가 민주를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노선차는 역설적이다.

그래서 이들은 원내대표 경선이 양대 계파의 `대리전’이란 시각에 대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출신배경 같은 연줄이 아닌 정체성을 갖고 투표해야한다는 논리다.

실제 주요 현안에 대한 두 사람간 시각차는 뚜렷하다.

우선 최근 가장 민감한 현안으로 대두된 언론개혁 문제에 대해 천 의원은 “최상위의 개혁과제”라며 “빨리하라는 게 국민적 요구라서 새 대표의 임기(1년)내 해야한다”고 말한다.

이 의원은 “언론개혁은 가능한 한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국회내에서 여러가지 토론과 협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국회에서 하는 것은 역시 의원들의 전반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절차와 방법론에 비중을 두면서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민생”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가의 당면한 중대 현안인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해서도 노선차는 미묘하나마 확연하다.

이 의원은 “파병은 하되 안전장치를 좀 더 강구하자”는 자세인 반면 천 의원은 “약속은 지키되 파병 시기와 규모를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요구에도 두 사람은 견해를 달리 한다. 천 의원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요건 완화에 원칙적으로 공감을 표시하면서 “정치자금 배분에 있어 교섭단체의 프리미엄을 대폭 없애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특정정당을 위해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며 “우선은 각 상임위에 한명씩의 의원을 배치할 수 있는 17명선이 적정한 것 같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한마디로 천 의원이 원칙과 소신에 충실하다면, 이 의원은 상식과 여론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민주당 분당 당시 천 의원이 정동영, 신기남 의원이 이끈 강경파의 브레인으로서 `개혁신당’을 주창했던 데 반해 이 의원이 김원기 고문이 이끈 온건파의 브레인으로서 `통합신당’에 집착했던 것도 이러한 태생적 배경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두 사람의 지지층이 과연 계파를 떠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원내대표 경선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개혁당 그룹이 이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유시민 의원을 출마시키느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도 이러한 딜레마를 반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 어느 계파보다 언론개혁을 갈망하는 개혁당파의 경우 노선으로 따지면 이 의원보다 천 의원과 `코드’가 맞지만 현실은 그와 동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그룹에 속하는 호남 출신의 한 당선자는 6일 “천 의원이 전문가 출신이어서 끌리지만 성향상으로는 보수적인 이 의원과 맞는 구석이 많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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