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당의 정체성 문제, 지도체제, 개헌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각종 견해와 주장들이 백가쟁명식으로 터져나온 터라 이날 연찬회는 시작 전부터 열띤 논란을 예고했다.
여기에다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박세일 당선자가 강연에서 한나라당의 법률적 해산(청산) 및 새로운 정당 창당이나 차기 전당대회를 통한 당명, 당강령, 당헌·당규 등의 전면 수정을 요구, 새로운 `화두’를 제공했다.
일부 당선자들은 당개혁 등과 관련, 이날 분임토의에서 자신이 펼칠 의견을 미리 언론에 배포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초선들 `야무진’ 의정활동 다짐= 이날 당선자 연찬회는 초선의원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조모상을 당한 김희정 당선자를 제외한 61명이 전원 참석, 앞으로 접하게 될 의정활동에 대한 선배 의원들의 설명과 조언을 경청하며 `야무진’ 의정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선배의원을 대표해 설명에 나선 심재철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자부심도 크겠지만 책임감도 크다”며 “성공적인 의정활동을 위해선 구렁이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도 많이하고 각종 현안에 대한 내용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의원은 “상임위 활동전에 예습을 해야 한다”, “속기록 뒤져보고, 신문기사 유심히 살펴보는 등 각종 현안에 대한 팔로우업(follow-up)이 중요하다”, “언론과는 불가근불가원이다” 등의 말도 덧붙였다.
◇박 대표 “모두 대표라는 생각으로 임해달라”= 본격적인 연찬회는 아나운서 출신인 한선교 당선자의 사회로 당대표 인사, 사무총장 경과보고, 공직자 재산신탁 추진관련 보고, 당선자 소개와 인사, 강연, 분임토의 등으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표는 “총선기간에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이 변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어떻게 변해하고 있는 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면서 “방향은 누가 뭐래도 분명한 만큼 이에 도달하는 방법론에 대해 모두가 대표라는 생각으로 생산적인 논의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표는 “과거 한나라당은 의원들의 자율성에 대해 경직된 면이 있었다”고 반성한 뒤 “이제 의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표는 당의 정체성 문제와 관련, “이것 아니면 저것이다라고 하는 `or’가 아니라 `and’의 개념으로 논의에 임해달라”면서 “생각이 다를지라도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야할 동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나라당이야말로 보수면서 동시에 개혁을 잘 해낼 수 있는 당”이라면서 “보수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변화하고 개혁하고 가장 경쟁력있고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참모습이며 제대로 된 보수의 역할을 할 때 진정한 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다른 당에 대해서도 다른 점은 인정하고 비판할지언정 비난하지 않아야 정치발전이 있다”며 상생의 정치를 역설했다.
◇ `이색 자기소개’= 한나라당 당선자 연찬회에서는 당선자 전원이 돌아가면서 이색적인 내용으로 자신을 소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당선자들은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고전’했던 경험을 상기하면서 의욕적인 의정활동과 정권 탈환의 의지를 재치있게 과시, `말의 성찬’을 이뤘다.
총선 직전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근혜 대표는 “총선 기간에 몸무게가 많이 줄었지만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에 대한 약속을 드린 것에 대한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워 실제로는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며 “(약속을) 꼭 지켜내서 사랑받고 지지받는 한나라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지역구가 섬인데 용궁 입구까지 다녀왔다”며 극적인 역전승을 회고했고, `노무현 대통령과 개구리의 닮은 점 5가지’를 언급, 설화로 고전했던 김병호 당선자는 “절대 사고 안치겠다”고 다짐했다.
30대의 3선 의원으로 소장파의 대표격인 남경필 당선자는 “수원 지역에서 혼자만 당선돼 외로운 섬이 됐다”면서 “광풍속에서 수도권의 훌륭한 인재들이 뜻을 펴지 못하고 날아간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천과정에 `60대 용퇴론’, `5.6공 청산론’을 주장했던 원희룡 당선자는 “국민의 눈높이 정치를 해서 수권정당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너무 미워하지 말고 힘을 보태주고 같이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14대 국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4000억원 비자금을 폭로한 뒤 15, 16대 국회 진입에 실패했다가 천신만고 끝에 8년만에 당선된 박계동 당선자는 “돌아온 박계동”이라고 소개한 뒤 “17대에서는 남을 돕는데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출신인 이계진 당선자는 `국회의원 초선’을 삼국지의 경국지색에 빗대 “삼국지를 보면 초선(貂蟬) 앞에서는 맥도 못춘다”고 말해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고, 한선교 당선자는 “유권자들이 나를 보면 왜 한나라당이냐고 묻는데 나는 원래 한나라당”이라며 “일 잘하는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아나운서 출신인 박찬숙씨는 “마이크 무게가 다른 것을 느낀다”며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피력했고, 당대변인인 전여옥 당선자는 “저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여자다”고 소개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과 맞붙어 고전했던 박희태 당선자는 “바람이 좀 쌨다”면서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세(용비어천가)’를 새기면서 지냈다”고 소회했다.
이영란 박영민 기자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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