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이념을 표방하는 중도보수와 이념적 좌표 설정을 요구하는 중도개혁의 양대 기조 외에 이들과 차별화된 `제3의 길’에서 정체성을 찾아가자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이러한 기류는 26일 강원도 양양에서 시작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의 이념 논쟁을 통해 그 `색깔’을 드러냈다.
정동영 의장으로 대표되는 민생파 또는 당권파는 `실용주의’란 용어로써 중도보수적 노선을 주장했다.
정 의장은 “이 시대가 원하는 정당은 이념정당이 아니라 실용정당”이라며 “개인보다는 당, 당보다는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자”고 말했다.
그가 내세운 실용주의는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노선으로 표방한 `합리적 개혁주의’와 맥이 닿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당으로서의 책임에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탈이념적 측면이 강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4선인 임채정 의원은 “우리당을 잡탕이라고 하는데 외국의 정당들도 어떤 의미에서 잡탕 정당”이라며 “잡탕이 어찌보면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면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라고 가세했다.
새내기 조경태 당선자도 “너무 지나치게 토론하면 거대 여당이 지리멸렬하게 비쳐질 수 있다”고 여당 책임론을 강조했다.
반면 개혁당 출신 그룹과 80년대 운동권 출신의 상당수는 다소 왼쪽에 기운 중도개혁을 표방하고 나섰다.
송영길 의원은 민생파를 겨냥, “적절히 분배되는 게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확고한 개혁’을 주문했고, 개혁당 대표 출신인 김원웅 의원은 “실용정당의 시대가 왔다는 주장은 너무 쉽고 가볍게 정의된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노선이 우리사회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아직도 유효한 시대”라고 주장했다.
역시 개혁당 출신인 유시민 의원도 자신을 중도좌파 또는 진보자유주의 성향이라고 밝히면서 “개인의 자유, 사회적 정의에 중점을 두고 행동한다”고 말했다.
당보다 개인의 자유을 우선시하는 이 그룹은 특히 “강제적 당론은 가급적 정하지 말자”(김원웅 의원)며 크로스보팅(교차투표)의 적극 도입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이라크 추가파병 등 국정 현안 대두시 민생파와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이광재 당선자는 “진보냐 보수냐는 이념 논쟁은 케케묵은 것”이라며 “정책의 양극단을 배제하는 중도통합형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했다.
미국 행정부의 시장개입이 때로는 진보로, 때로는 보수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이분법적 이념 설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당선자가 거론한 `제3의 길’ 이론은 영국의 사회학자인 앤서니 기든스 런던정경대학 교수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이다.
이는 90년대 후반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 등 유럽 중도좌파 정치가들의 이론적 배경이 됐으며, 열린우리당 내에도 이철우, 정성호, 강기정 당선자 등 비제도권 출신의 신진개혁세력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왼쪽에서 말하는 것”(이강래) “유럽식은 우리 토양에 맞지 않다”(김재홍)는 시각이 적지 않아 당내 공감대를 형성할지는 미지수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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