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나흘 앞둔 11일 각당과 여론조사기관들의 판세 분석을 종합해 보면, 총선 이후 정국은 일단 세 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그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국회 재적 의석(299명) 과반수를 웃도는 압승을 거둘 경우,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에 못 미치는 원내 1당이 될 경우,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을 제치고 원내 1당이 될 경우가 그것이다. 이에 따른 예측 가능한 정국 시나리오를 점검해 본다.
우리당 과반 압승
盧대통령 재신임 확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확실한 재신임을 받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총선에서 확인된 민의가 헌재 결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부 정치권과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우선 국회의 협조를 담보한 참여정부는 정국 주도권을 쥔 채 `거야(巨野)’에 의해 발목이 잡혔던 개혁입법 등 국정개혁 구상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의 이념적 패러다임에도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열린우리당의 주력인 재야·운동권·386 출신의 민주화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급부상하면서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개혁적 색채가 더해질 전망이다.
반면 우리당으로서는 몸집이 3배 이상 커진 만큼 감량의 유혹에 시달릴 수 있다. 당내 보·혁 대립이 당권 경쟁과 맞물리고, 이념에 기초한 정계개편 요구가 안팎에서 커질 경우에 특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총선기획단 관계자는 “민노당이란 좌파가 있는데 우리당내 중도좌파가 분리해 나간다면 어디로 가겠느냐”며 일축했다.
여당이 지난 88년 소선거구제 도입 후 첫 과반 확보에 성공한다는 것은 영남에서 일부 의석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텃밭도 지키지 못했다’는 당내 비판론이 비등해지면서 급격한 내홍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된다면 총선과정에서 선전한 박근혜 대표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나라당내 개혁·소장파의 이탈 내지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정파간의 보수대연합도 상정해볼 수 있다.
우리당의 압승시 비교섭단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민주당과 자민련의 경우 캐스팅보트조차 상실한 상태에서 보·혁 구도의 흡인력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리당 과반 실패, 원내 1당
개헌저지선 목표 달성
탄핵정국들어 총선 목표를 개헌저지선(100석) 에서 120~130석으로 늘려잡았던 우리당으로서는 일단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원내 3번째 초미니 여당이었던 우리당을 원내 1당으로 밀어준 민의가 노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으로 해석되면서 참여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반에 못 미친 1당은 거꾸로 한나라당의 대여(對與) 견제력 확보는 물론 우리당의 영남 교두보 좌절, 다시말해 전국정당화를 위한 `총선올인’ 전략의 실패를 의미한다.
여기에다 `독자 개헌선(200석)’ 확보도 기대하는 등 탄핵역풍에 따른 당내 기대심리가 워낙 컸다는 점에서 영남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내 1당’을 둘러싼 우리당내 해석이 충돌할 경우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집단지도체제 구성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야권 개혁세력에 대한 구심력으로 변형될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독자 과반 실패가 다른 곳을 흡인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면 그 과정에서 열린우리당발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생겨나면서 정국의 유동성이 고조될 수 있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원내 1, 2당으로서 비슷하게 의석을 나눠갖는다는 가정은 민주당과 자민련, 민노당의 역할론과도 맥이 닿는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경우 일부 이탈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당분간 민노당과 함께 한나라당과 우리당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나라 원내 1당
단일지도체제로 탈바꿈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대결국면이 재연돼 정국의 불투명성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민심은 불신임’이라며 여권을 몰아붙일 한나라당 공세에 우리당이 `몸집 불리기’로 대응하면서 정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함께 대통령 탄핵안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과 자민련도 탄핵의 정당성에서 당의 구심점을 찾으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우리당은 지도부 총사퇴 등 내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패배의 책임론을 놓고 당권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당을 누란 위기에서 구한 박근혜 대표에게 힘이 집중되면서 과거 이회창 총재 시절의 강력한 단일지도체제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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