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사실상 활동 종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3-01 20: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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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비리로 얼룩 민생현안 ‘나몰라라’ 제16대 국회가 2일 국회 본회의를 끝으로 휴지기에 돌입, 사실상 활동을 종료한다.

공식 임기 종료일은 오는 5월29일이지만, 정치권이 내달 15일로 예정된 17대 총선 선거체제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어서 의정활동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00년 5월30일부터 활동에 들어간 16대 국회는 1일을 기준으로 법률안 2502건을 포함해 총 3163건의 안건을 접수, 이중 법률안 1700건 등 총 2291건의 안건을 처리(가결은 법률안 915건을 비롯해 총 1456건)했다.

이에 따라 2일 본회의에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 등 20여건을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법률안 780여건을 포함해 800여건의 안건은 처리되지 못한 채 오는 5월 회기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전망이다.

16대 국회에서는 대표법안 발의자를 명시하게 하는 `법안실명제’가 도입돼 의원발의가 1907건으로 15대 국회 1144건, 14대 국회 321건, 13대 국회 570건 등을 크게 앞질러 역대최고를 기록했다. 또 입법비율에서도 의원발의 입법이 53.7%로 지난 6대 국회 이후 처음으로 정부제출 입법보다 많았다.

하지만 원안 또는 수정돼 가결된 의원발의 법안은 491건에 불과, 법안확정률이 26%에 그쳐 정부측 제출법안의 확정률(제출법안수 595건, 가결 424건) 71.3%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의원들의 법안제출이 남발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전자투표제가 2002년 11월7일부터 본격 실시돼 의원들의 표결 참여 및 찬반여부가 기록, 공개돼 의원들의 소신과 정책에 대한 평가가 가능해졌고, 정기국회 이외에 매월 2·4·6월 임시국회를 자동소집, 사실상의 상시국회 체제를 이뤘다.

16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회로 어느 때보다 행정부를 강력하게 견제했다.

2000년 6월부터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돼 국무총리, 감사원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관위 위원 등 국회의 동의를 요하거나 국회에서 선출하는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됐으며 2003년부터는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12월4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을 본회의에서 재의 끝에 가결, 지난 61년 4월 5대 국회 이후 43년만에 재의요구법안을 법률로 확정하는 기록을 세웠다.

전국적으로 `바꿔 열풍’과 함께 출발한 16대 국회는 그러나 여전히 정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여야가 민생현안과 정책경쟁에 매달리기보다는 당리당략적 정치싸움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수시로 국회가 파행됐고, 민의의 전당이 정쟁의 볼모가 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원구성부터 여야간에 첨예하게 맞서 전반기 국회는 2000년 6월2일, 후반기 국회는 2002년 7월8일에나 구성돼 길게는 임기시작일(5월30일)을 한 달 이상 넘겨 가동, `헌정 공백 상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특히 입법권을 남용, 각종 부정 및 비리에 연루된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국회 소집을 남발함으로써 `방탄국회’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14차례나 제출된 비리의혹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즉각 처리않고 미적거리다가 표결을 통해 모두 부결시켜 `제식구 감싸기’라는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심지어 지난 달 9일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서청원 의원에 대해 석방요구결의안을 가결시켜 `합법적 탈옥사건’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직무유기도 잇따랐다. 17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을 둘러싸고 각당 및 의원들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지난 연말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전(全) 선거구 위헌’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 국회의 권한을 스스로 손상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국회몫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을 놓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자기 몫을 주장하며 맞서 20여일간 헌법재판관의 공석을 초래하기도 했다.

국익과 직결돼 있는 한·칠레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있어선 총선을 앞두고 농민표를 의식, 농촌출신 의원들이 표결처리를 물리력으로 막음으로써 4차례 시도끝에 지난달 2월16일 겨우 처리했다.

또 예산안 심의는 대선이 치러진 2002년을 제외하고는 3년 내내 법정시한을 넘겨 처리됐고 작년의 경우 12월30일에야 겨우 처리, `준예산’ 편성을 간신히 면했다.

정치개혁은 늘 여론에 등이 떠밀려 마지못한 듯 추진됐다. 4차례나 정치개혁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해서야 정치신인 진입장벽 해소, 지구당 폐지, 고액 정치자금 기부내역 공개 등 정치개혁안을 마련했고, 그나마도 국회의원정수, 선거구 획정 등 당리당략적 싸움에 발목이 잡혀 선거를 44일 앞둔 2일에야 처리될 예정이다.

잇다른 비리사건은 무엇보다도 16대 국회에 불명예를 안겨줬다.

`차떼기’라는 국민적 충격을 안겨준 불법대선자금을 비롯해 불법경선자금, 각종 대가성 `검은 돈’ 수수 등 여야를 막론하고 추문이 줄이었다.

임기중 각종 비리로 구속된 의원이 13명이나 되고 민주당 한화갑 의원의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돼 있으며, 자민련 이인제 의원 등 몇몇 의원은 검찰의 소환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서울구치소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빈정거림이 난무하는 지경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가 정치권에 대한 `공천 물갈이’압박으로 현실화되는 것은 16대 국회의 자업자득이라는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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