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급속 신호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22 18: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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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통령 “자연스럽게 이뤄진 폭넓은 인재수용 일환일뿐” 참여정부 출범 1년만에 여권의 권력지도에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정치권에 쉴새없이 불어닥치고 있는 격랑은 참여정부를 탄생시키고 그 버팀목 역할을 해온 파워엘리트의 교체를 불러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변화에 대해 “집권 1년을 맞아 인재풀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폭넓은 인재수용의 일환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참여정부의 출범은 그러나 보수 기득권층에 항거해온 진보성향 개혁세력의 부상을 의미하는 동시에 급속한 세대교체와 시대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 참여정부 핵심부는 5~6개 그룹으로 출발했지만 집권초 격변기의 거센 풍랑에 휩쓸리면서 심한 부침(浮沈)을 거듭했다.

특히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안희정씨를 필두로 한 `386 참모그룹’, 문재인 전 민정수석과 이호철 민정비서관을 중심으로 한 `부산인맥’, 김원기 대통령 정치특보와 문희상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당인맥이 주축을 이뤘다.

또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 정찬용 인사수석, 이강철 위원장 등 이른바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세대와 재야인사들이 핵심역할을 했다.

여기에 개혁세력 변호사모임인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NGO) 출신, 이종석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차장 등 전문가그룹, 인수위 출신 지방대학 인맥들이 중심세력으로 포진했다.

이들은 도덕성과 참신성, 개혁성을 무기로 강렬한 이미지를 발산했고, 노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의지와 맞물려 변화와 개혁의 전도사로 나섰다.

그러나 멀지않아 경륜과 전문성 결핍에서 오는 시행착오, 포퓰리즘적 정책운영에 따른 갈등 심화, 세계화 마인드 부족 등이 `코드 인사’ 시비로 이어지면서 국정혼란 책임론에 시달렸다.

특히 대통령 측근들의 잇단 비리의혹은 권력 중심축에 있던 실세들의 잇단 낙마를 재촉했고, 4.15 총선 `올인’ 전략은 주도세력의 물갈이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우선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을 필두로 양길승 전 부속실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사법처리됐고, 노 대통령의 오른팔, 왼팔로 불리던 이광재, 안희정씨도 낙마했다.

아울러 김현미, 김만수 서갑원, 박범계, 문학진 씨 등 `386 핵심참모’들은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났고, `왕수석’으로 불렸던 문재인 전 수석도 총선 차출 압력 등에 따른 정신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퇴진했다.

그후 민변 공동부회장을 지낸 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과 양인석 사정비서관도 문 수석의 뒤를 이어 잇따라 사의를 표명, `문재인 라인’의 퇴조로 이어졌다.

다만 `386 그룹’의 맏형격인 이호철 민정1비서관, 윤태영 대변인, 천호선 의전비서관이 386세대 명맥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을 뿐 `창업공신’들 상당수가 물갈이된 셈이다.

이로써 지난 1년간 청와대 비서실의 수석·보좌관급 이상 13명중 9명이, 1·2급 비서관 34명 가운데 23명이 각각 교체됐고, 장관은 19명 중 12명이 바뀌었다.

반면 지난해 12월말과 올 2월 개각을 통해 이헌재 경제, 안병영 교육부총리, 오 명 과기장관 등이 강금실 법무장관이 중심축을 이룬 현 내각에 합류하고, 이종석 차장 등 전문가그룹이 입지를 굳혀가고 있으며, 청와대 정책실이 전원 전문관료출신으로 포진하는 등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CEO(최고경영자) 스타일의 김우식 전 연대총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에 기용됨으로써, 관료 출신의 박봉흠 정책실장과 군장성 출신의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청와대 장관급 세자리가 모두 전문가형으로 채워졌다.

게다가 문 수석 후임에 `개혁 코드’인 민변 출신이 아닌 검찰 출신의 박정규 변호사를 발탁함으로써 전문관료와 테크노크라트 출신 인사들의 입김이 커질 공산이 높아졌다.

때문에 최소한 4월 총선 때까지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천정배 신기남 의원 등 이른바 당개혁그룹, 김원기 대통령 정치특보, 정찬용 인사수석, 이병완 홍보수석 등에게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같은 변화도 4월 총선을 앞두고 과도기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

총선 후 청와대와 내각의 대대적 개편을 통해 각 정파간 합종연횡과 정치권 새판짜기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서다.

아울러 참여정부 출범이후 인터넷 열풍을 타고 각종 시민단체와 네티즌이라는 새로운 주도세력의 부상도 간과할 수 없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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