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화두는 인물 교체, 이른바 `물갈이’인 셈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참신한 새 인물을 내세워야 승산이 있다며 대폭적인 물갈이를 추진중인 각 당 지도부의 생각에 맞서 “나는 대상이 아니다”는 정치인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충돌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빚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 의원정수 문제 등을 둘러싼 각당의 이견속에 현 선거구는 모조리 위헌상태가 돼버렸고, 정치개혁특위가 재구성됐지만 선거법 개정작업은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 판마저 불안정하다.
또 한나라당은 대선자금의 덫을 `불출마 도미노’로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당내 주류·비주류간 공천 갈등은 심화되고 있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양강구도전략’을 둘러싸고 팽팽한 전운이 감돌고 있어 정국의 긴장을 더하고 있다.
◇한나라당 = 16일로 공천신청을 일단 마감하고 19일부터 본격적인 공천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공천개혁’을 이룸으로써 `수구꼴통당’이라는 이미지를 개선, 총선에서 `확실한 1당’의 정치적 위상을 굳히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당무감사 문건유출 파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가 아성인 대구에서 백승홍 의원이 탈당하는 등 적잖은 공천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은 물갈이 폭을 확대하고 참신한 신인를 대거 발탁하면서도 공천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내 여론의 대세는 전국적으로 35% 이상, 텃밭인 영남의 경우 50% 이상 물갈이 해야 한다는 것이나 지금까지 22명의 현역 의원들이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 전체의원 중 14.7%가 자연적으로 물갈이 됐다.
우선 한나라당은 중진들의 `용단’을 더 촉발시켜 자연적 물갈이 폭을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당차원의 성대한 불출마 선언자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영예로운 퇴장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이어 공천심사에 돌입하면 공천배제자를 먼저 골라낸 뒤 후보자를 단수 또는 복수로 선정, 경선 등을 통해 후보를 뽑을 계획이다.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공천배제 기준으로 ▲부패와 부정비리 연루자 ▲지역감정호소자 ▲기회주의적 처신자 등으로 제시하고 있어 당내 반발이 적지 않다.
특히 기회주의적 처신의 대표적 유형으로 잦은 당적 변경과 경선불복 등을 꼽고 있어 지난 대선과정에 입당한 의원 및 기타 인사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또 박명환 박주천 의원 등 부정비리혐의로 구속돼 있는 인사들조차 `옥중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공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역 의원 인지도와 지지도를 여론조사한 뒤 인지도에 대한 지지도의 비율이 일정 비율이하로 떨어질 경우 과감히 탈락시키거나 다른 신인들과 경선토록 할 방침이나 일정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일단 당 지도부는 경선 후유증과 내분으로 인한 총선에서의 경쟁력 저하 등을 감안, 경선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나 이 경우 명망가가 아닌 일반 정치신인들에게는 참여 기회조차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 17일 1차 공천신청을 마감할 예정이지만, 분당으로 인해 열린우리당과 인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영입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 박준영 전 청와대 공보수석 등 DJ 정부시절 고위공직을 지낸 인사들의 영입 작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봤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그러나 공천을 둘러싼 내홍은 주요 정당 가운데 가장 극심하다.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현역의원들과 중진급 영입인사간 공천방식을 둘러싼 한치 양보없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최인기 전 행자부 장관과 박준영 전 수석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현역의원들이 자신들의 유리한 공천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김경재 의원은 “같이 당을 하고 싶지도 않은 인사”라고 반박하는 등 영입인사와 당 중진간 장외 비난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호남의 소장·중도파 의원 9명이 16일 `여론조사’ 공천방식 세몰이에 나섰지만, 구파 중진들은 이에 전혀 동참하지 않았고, 호남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중인 정치 신인들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중진불출마가 잇따르면서 호남 중진에 대한 용퇴 압박이 가해지고 있어 소장·중도파와 구파간 끊임없는 갈등과 암투도 예고된 상태다.
열린우리당이 11일 전대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앞서면서 지지기반을 공유하는 민주당의 위기감이 호남 물갈이로 표출되고 있는 것.
중도·소장파의 대표주자격인 추미애 의원이 “호남 민심을 수용하지 않고 거절한다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압박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양강구도’ 언급 이후 노골화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민주당 때리기’에 당의 사활을 걸고 대처하는 등 내부 갈등을 외부에 대한 공세로 전환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
◇우리당 = 1차 공천신청을 마감한 결과 정치신인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 2.3대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참신한 정치신인들의 열린우리당 선호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자부하고 있다.
특히 1.11 전대 이후 당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곳곳에서 `정동영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데 대해 무척 고무된 표정이다.
우리당은 기세를 몰아 민주당을 정국구도에서 소외시키고 한나라당과 우리당간의 양강 구도로 밀어붙여 원내 1당으로 명실상부한 여당의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천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심각하다. 특히 당헌은 전체 지역구의 30%까지 공직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가 단독 후보를 추천할 수 있고 중앙위원회가 이를 의결할 경우 후보로 확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벌써부터 외부영입에 따른 갈등, 이른바 `낙하산 공천 논란’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또 거물급 인사의 영입러시는 전국구 공천경쟁을 가열시켜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5일 이시종 전 청주시장이 한나라당을 탈당, 입당하자 이 지역 출마를 준비하던 맹정섭, 성수희, 정기영씨 등은 성명서를 내고 “공천은 투명한 경선과정을 통해야 한다”면서 “이 전 시장의 입당과정에 이면약속이 있었는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이 지역 출신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전 후보특보를 지낸 김호복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2차영입대상에 포함됐다가 맹씨 등의 강한 반발로 대상에서 빠지기도 했다.
국민참여경선을 하더라도 특정후보가 과반을 득표하지 못할 경우 여성후보의 득표수에 20%를 가산해주기로 한 규정도 경선과정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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