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수사 막판 급피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1-04 17: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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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비자금 출처’ ‘용처’ 집중 조사 석달여 동안 진행된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17대 총선이 성큼 다가옴에 따라 막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검찰은 현재 기업들이 정치권에 건넨 불법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 `비자금수사’와 이 돈을 어디에 썼는가를 규명하는 `용처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두 부분에 대한 수사를 통해 불법 대선자금의 전모를 파악해야 수사를 종료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 내역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비리연루자가 드러나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해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이참에 끊어버리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 동안 좀처럼 손대지 못했던 재벌기업들의 비자금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 LG, 삼성, 현대차 등 4대 기업이 조성한 비자금의 대략적인 윤곽을 포착한 것은 검찰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현대차나 삼성의 `대선자금’ 출처가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성격을 정밀규명하고 있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LG그룹의 경우 대주주 갹출금에서 돈을 마련했다는 해명이 사실로 확인됐으나 현대차의 경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돈이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고 삼성의 해명도 100% 믿을 수는 없다”며 현대차와 삼성의 대선자금에 강한 의문을 피력했다.

검찰은 롯데, 한화, 한진, 두산, 금호, 효성 등 나머지 10대 기업들에 대해서도 위법 사례가 드러나면 불법자금 조성 경위 등을 철저히 규명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언제 끝날지는 현재로선 추정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번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 간부는 최근 “바닥이 보일 때까지 팔 것”이라며 농담조로 말했지만 이 발언을 단지 지나가는 말로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는 게 대검 중수부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이 대선자금 비리의 전모를 완벽하게 밝히겠다는 다부진 각오에도 불구하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각종 변수들이 예상돼 수사가 유종의 미를 거둘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수사 시작 때부터 줄기차게 나온 기업·국가 신인도 하락 우려 목소리들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데다 시간을 끌수록 국민적 지지 열기와 관심이 자연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장기수사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을 계기로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검찰 의지와 무관하게 정당간 사활을 건 정치게임에 편입되는 듯한 양상도 수사의 조기종결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17대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선거열기가 갈수록 고조되면서 검찰 수사상황이 정치권의 선거전에 악용될 우려가 큰 대목도 검찰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검사장은 “이달에 설 연휴가 있는 만큼, 주말도 쉬지 말고 근무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했다”고 말해 다급해진 속내를 내비쳤다.

안 검사장은 또 “정당측 변호사에게 수사에 적극 협조해라고 강력히 요구했다”며 시급히 용처수사를 마무리해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빠른 시일안에 끝내려는 의도를 시사했다.

따라서 검찰은 기업수사와 정당수사를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수사속도를 내면서도 수사상황이 총선 정국에서 정당간 선거전에 악용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안 검사장은 “정당들이 검찰수사 결과를 선거에 악용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며 “(정당에 대한) 수사도 되도록 조용히 하겠다”고 말했다.

안 검사장은 또 “열린 우리당의 불법 대선자금 내역이 담긴 자료를 제출하겠다던 민주당은 정작 자료는 내지 않고 언론플레이만 하려 한다”며 검찰수사가 정쟁에 이용되는데 대한 불만을 피력했다.

결국 17대 총선을 앞두고 시간에 쫓기는 검찰이 어떤 지혜를 발휘해 기업의 비자금 수사와 정치인의 개인축재 등 대선자금 용처수사를 깔끔하게 종료해 대형 수사 때마다 나왔던 `용두사미’라는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은택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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