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에 이은 2002년 대선의 잇단 패배는 당내에서 조차 거야(巨野) `불임정당’이란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좌절은 전면적인 당혁신에 힘을 더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미래연대 등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개혁성향 의원들은 연일 당의 쇄신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월 초 `당과 정치개혁을 위한 특위’를 발족하면서 대대적인 쇄신작업에 착수하는 등 변화의 몸부림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4월초 이른바 `제왕적 총재’ 시대를 마감하고 분권형 지도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당쇄신안을 확정했다.
한나라당은 6월 26일 개정당헌에 의한 전당대회를 열어 최병렬 대표체제를 출범시켰다. 최 대표도 자신의 보수적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소장파들을 지도부에 전면 배치하는 등 변화와 개혁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런 그의 시도는 미완인 상태라는게 중론이다.
대선자금 수사 등 정치외적 상황이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개혁드라이브 보다는 대여투쟁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불거져 나온 SK비자금 100억원 당내유입이라는 돌발 상황은 한나라당에게는 그동안의 개혁노력을 무색케 하면서 당의 전반적인 도덕성에 치명상을 줬다.
한나라당은 급기야 지난 10월말 대선 당시 폭로전을 주도했던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의원을 당의 전면에 내세우는 등 비자금 정국 탈출을 위한 정면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비대위 출범후 이뤄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의혹 특검법안의 국회통과와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및 재의 요구는 한나라당을 등원거부와 장외투쟁으로 이끌었다. 이는 구태정치 반복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물론 최 대표는 단식투쟁이라는 카드를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 특검법 재의가결을 통해 정국반전의 계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반된 국회 등원거부는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한나라당은 특검법 재의결로 거부권 정국에서 벗어나게 됨에 따라 다시 최 대표를 중심으로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가속화하면서 내년 총선을 겨냥한 민심잡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나라당은 당 정치발전특위를 중심으로 공천 물갈이의 기준이 될 지침도 마련해 놓고 공론화를 앞둔 상태다.
단식을 중단하고 입원한 최 대표가 퇴원하는 이달 중순께는 비대위 체제를 총선체제로 전환하면서 당의 면모일신 작업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와 개혁파 의원들은 공천물갈이의 성공여부가 한나라당의 변화노력의 성패를 좌우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물갈이는 김문수 외부인사영입위원장이 중심이 돼서 진행중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실현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최 대표가 지난달초 지구당폐지, 전국구 전원교체 등 정치개혁 5대방안을 발표했을 당시 당내 일부 중진등이 절차상의 문제점 등을 들어 반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갈이 작업이 구체화될 경우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경우에 따라선 당내분으로 비화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최 대표와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쇄신파, 구 민정·민자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구당권파, 서청원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파 등으로 세력이 분화돼 있다.
상황에 따라 한나라당은 또 한차례 공천후유증에 휩싸이며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을 가중시켜 또 다시 상처를 입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얘기다.
반면 제도개선과 함께 인적 혁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변화와 개혁’이라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결과가 돼 모두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결국 여야간 대치 등 정치상황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당내 비주류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속에서 한나라당의 체질개선과 변화, 공천물갈이 성과는 최 대표 체제의 개혁의지에 상당부분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노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 등 굵직굵직한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인 만큼 이들의 향배도 한나라당의 변화 노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놓고 여야간 대치가 고조될 경우는 한나라당도 내부 변화보다는 대여투쟁에 당력을 모을 수 밖에 없는 만큼 그만큼 개혁논의도 수면하에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등 다른 정당과의 개혁경쟁이 본격화되면 개혁의 속도와 폭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정익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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