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2003 정치를 결산한다2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2-20 17: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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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분열로 신당출범 재집권에 성공한 여당의 분열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지난 90년 3당 합당에 버금가는 정치실험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후보단일화 논란을 둘러싸고 잉태됐던 민주당 내부의 첨예한 갈등은 대선 직후부터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왔고, 마침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의 분당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19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권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승리의 짜릿한 쾌감을 즐길 시간은 많지 않았다.

대선이 끝난지 불과 나흘뒤 민주당 개혁파 의원 23명은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와 획기적인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새 지도부 경선에서 당선된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도 성명에 참여했다.

이 선언을 시작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과정에서 친노(親盧) 진영에 섰던 신주류와 후보단일화를 주장했던 구주류로 갈려 지루한 당내 투쟁에 돌입했다.

당시 민주당은 새해 벽두인 1월3일 현재 열린우리당 상임의장인 김원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개혁특위를 구성해 당 개혁 방안을 모색했고, 2월 10일에는 상향식 공천, 원내 정당화 등 당 개혁안에 대부분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미 지역구도 극복과 정치개혁을 내걸고 신당 추진쪽으로 가닥을 잡은 신주류 강경파는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와 임시 지도부 구성을 요구했고, 구주류측은 이에 완강히 저항함으로써 당 개혁안에 대한 합의 이행은 흐지부지됐다.

갈등의 와중에서 `피투성이’라는 살벌한 ID를 쓰는 한 네티즌이 민주당 의원들을 공신과 역적 등 6등급으로 분류한 `살생부’를 인터넷에 게재함으로써 민주당내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었고, 간헐적으로 터져나온 신주류 인사들의 인적청산 주장이 감정의 골을 깊게 했다.

이미 분당으로 치닫는 동력을 개혁특위 정도로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4월 28일 조순형 추미애 의원을 제외한 신주류 의원들은 당내 신당추진위를 구성을 결의했고, 5월 16일에는 김원기 위원장으로 하는 신당추진모임을 결성했다.

민주당 구주류 인사들도 5월 21일 정통모임을 결성해 맞불을 놓는 등 분당을 염두에 둔 신구주류 양측의 세 대결이 본격화됐다.

당내에서는 수차례 당무회의가 열렸고 중도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파의 중재로 접점을 찾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통합신당’을 주장하는 신주류와 민주당의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구주류 모두 결별의 명분을 쌓는 과정에 불과했다.

5월 9일 부산 정치개혁추진위 결성식이 열린 것을 시작으로 정치권밖의 신당세력들도 속속 결집했고, 7월 7일에는 이부영 의원 등 5명의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탈당함으로써 민주당밖의 신당세력이 본격 구축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9월 4일 민주당 당무회의가 고참 여성당원이 신당파인 이미경 전 의원의 머리채를 잡아끄는 추태와 폭력사태로 얼룩진 것을 계기로 신당파는 신당 독자 추진을 선언했다.

9월 20일 신당파는 `국민참여통합신당’이라는 원내교섭단체를 국회에 등록함으로써 정치권은 신 3당 체제로 재편됐고, 민주당은 창당 3년 8개월만에 공식적으로 분당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 `무당적 국정운영’을 선언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5명과 개혁국민정당 소속이던 김원웅 유시민 의원과, 민주당을 추가로 탈당한 의원 등이 합류한 가운데 11월 11일 47석의 열린우리당이 창당의 닻을 올렸다.

60석의 제2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은 한때의 동지들이 주축인 열린우리당을 `배신과 분열의 정당’이라고 공격하고, 열린우리당은 친정인 민주당을 `기득권에 집착하는 호남당’으로 비난하면서 노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과 재신임 국민투표 등 정국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혈투’가 계속됐다.

`정신적 여당’을 자임한 열린우리당은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야당대열에 합류한 민주당의 협공 속에서 정국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소수여당의 초라한 위상을 절감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소장파 의원들의 탈당으로 호남을 중심으로 한 협소한 지지기반에 의존한 `노인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도 1위를 차지하는 등 `반짝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으나, 지지율 반등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열린우리당도 내년 1월 11일 전당대회를 통해 창당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지지율의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지층의 분열로 인해 내년 총선에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양당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재통합론, 연합공천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양당 모두 “네가 먼저 백기를 들라”며 버티는 형국이다.

집권여당의 분열이라는 초유의 실험이 내년 총선에서 공멸을 가져올지, 의외의 반전을 통해 대박을 터트릴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영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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