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무엇보다도 당시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일화 훨씬 이전인 11월 5일 동아일보(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 이하 괄호안은 조사기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회창-정몽준-노무현 3자 대결시 이 후보는 36.0%의 지지율로 각각 22.4%, 16.8%에 그친 두 후보를 크게 앞질러 일찍부터 유력한 당선주자로 거론됐다. 다른 조사에서도 이런 추세는 그대로 입증됐다.
뿐만아니라 노 후보로 단일화된 상황을 가정한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41.4% 대31.6%로 10% 포인트 가까이 앞섰고 이후 7일 문화일보·YTN(TNS) 조사, 9일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각각 44.4% 대 41.7%, 47.4%대 36.0%로 나타나 이 후보의 리드를 뒷받침했다.
또 한참 후인 18일 중앙일보(자체) 조사에서도 46.2%대 37.8%로 조사돼 이 후보의 대세론을 뒷받침했다. 특히 당선가능성 조사에선 이 후보가 최고 80%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11월 24일 노·정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당선이 유력했던 이 후보에게 재벌들이 `풀베팅’했지 않았느냐는 해석이다. 특히 10월말 한나라당 중앙당 후원회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당 재정위원장이었던 최돈웅 의원은 SK 비자금 사건이 불거진 직후 기자회견에서 “후원회를 앞두고 100대 기업에게 전화를 걸어, 후원금 지원을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11월 27일 후보등록과 함께 공식선거전에 돌입하게 되면 정당연설회 등 본격 유세전을 벌이게 돼 자금수요가 많아진다는 점을 고려, 한나라당이 실탄확보에 나섰고, 기업들도 `당선유력후보’라는 위세에 눌러 뭉칫돈을 건넸을 것으로 유추된다.
특히 김대중 정부시절 재벌들이 여당인 민주당측에 후원금을 집중 기부했다는 점이 재벌들에겐 `정치보복’에 대한 우려감을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측엔 대선자금을 제공하지 않았나 = 그러나 단일화 직후인 25일부터는 시너지 효과로 모든 조사에서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기 시작하는 지지도역전현상이 발생했다. 더욱이 이후 선거일까지 이 후보는 단한번도 노 후보를 앞서지 못했다.
11월 25일 문화일보·YTN(TNS)조사에서 노 후보가 48.2%로 39.1%에 그친 이 후보를 지지도면에서 역전시켰으며 비슷한 시기 실시된 중앙일보(41.8% 대 33.2%), KBS(43.5% 대 37.0%), MBC(42.1% 대 35.8%), SBS(45.7% 대 38.6%) 조사에서도 그대로 굳어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비록 액수의 차이는 있다고 하더라도 노 후보 캠프에도 이후 재벌의 뭉칫돈이 전달됐을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후보측에 거액을 미리 건넸던 기업들이 `보험금’ 성격의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실제로 SK는 12월 6일 계열사 명의로 15억원을 낸 뒤 대선 이틀 전인 17일 추가로 10억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으며 삼성도 12월에 임원들 명의로 3억원을 편법 지원한 것으로 밝혀져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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