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경로 = SK, LG, 삼성 등 순으로 구체적인 액수가 밝혀진 3대 기업의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 당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던 작년 11월 초순께 모두 당 재정위원장인 최돈웅 의원이 나서서 자금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작년 10월 말~11월 초 김창근 SK구조조정본부장에게 100억원을, 작년 11월초 강유식 LG구조조정본부장에게 액수는 특정하지 않은 채 추가 자금지원을, 11월초 삼성 구조본 윤모 전무에게 자금 지원을 각각 요구했던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난 것.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한나라당이 작년 11월초를 기점으로 최 의원 등을 내세워 각 기업에 자금제공을 요구하기에 앞서 당 차원의 후원금 모금 대책회의가 있었는지 여부.
한나라당이 작년 10월 29일 열린 중앙당후원회를 앞두고 모금 대책회의를 가졌는지 여부는 SK 100억원 수수사실이 드러나면서 한차례 도마위에 올랐지만 최돈웅 의원이 SK와 비슷한 시기에 삼성, LG에 자금지원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재삼 관심을 끌게 됐다.
삼성, LG, SK가 재계 서열순으로 각각 152억, 150억, 100억원의 불법 자금을 각각 제공한 사실로 미뤄볼때 기업별 할당액에 대한 당 차원의 논의과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SK가 최의원에게 직접 현금을 전달했지만 LG, 삼성의 경우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이자 당 주변인사인 서정우(구속) 변호사를 금품 전달 경로로 활용하는 등 드러나지 않은 인물을 통해 은밀히 자금을 제공한 점이 눈길을 모았다.
▲당 유입경로 및 용처 의혹 = SK 100억원의 경우 이재현(구속)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에 대한 조사 및 공판과정에서 당 후원수입으로 기록하지 않은 채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이 선거비용으로 집행했다는 진술이 공개됐다.
그러나 LG, 삼성의 경우 중간 전달자인 서 변호사가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당 유입경로 및 용처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LG 대선자금 150억원의 경우 한나라당측이 이중 50억원만 당 공식기구로 유입됐다고 언급, 이회창 당시 후보의 사조직인 `부국팀’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 김 전 총장 라인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당에서 집행됐을 가능성 등이 부각되고 있다.
검찰은 현재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의 사용처를 설명해 줄 당직자들이 전원 잠적, 불법자금의 용처를 규명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수사 적극 협조 정면돌파
한나라
한나라당이 11일 대기업 거액 대선자금 수수의혹으로 인한 수세국면 탈출을 `고해성사·수사협조’ 카드로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SK에 이어, LG, 삼성 등으로 이어지는 각 100억원대의 불법대선자금 수수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여론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상처만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 대표는 이날 오전 홍사덕 총무, 이강두 정책위의장, 이재오 사무총장 등 당3역 및 주요 당직자들과 조찬을 함께하며 대선자금 위기정국 돌파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당직자들은 “당에서 앞장서서 모든 것을 밝히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과정에서 상당한 액수의 자금이 소요됐고, 비정상적으로 조달됐다는 것이 일반 국민에게 비쳐진 모습인 만큼 더이상 피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최 대표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정도”라며 “우리가 정도로 나가서 국민 앞에 떳떳이 책임있는 자세로 밝힐 것은 밝히면 이나라 국민은 대선이 어떻게 일정 정도 자금이 불가피하게 동원됐을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동시에 최 대표는 대선자금 특검법 카드와 권력형비리의혹에 대한 수사전담 기구인 특별수사검찰청 설치 추진 등의 카드를 통해 검찰에 대한 압박도 병행했다.
그러나 단식 중단 이후 공식 당무에 들어간 최 대표가 “망연자실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SK비자금 사태 이후 최대 위기인 이번 사태를 돌파하기 위한 카드가 어느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동안 “책임을 떠넘긴다”, “창(昌) 제거 수순 아니냐”고 최 대표의 정국대응 방식에 불만을 가졌던 이회창 전 총재측이 `고해성사’에 협조해 줄지도 미지수다. 이 경우 최 대표가 구상한 정면돌파 카드는 초반부터 어긋나게 되면서 대국민 신뢰도만 추락할 수도 있다.
또 서청원 전 대표 등 비주류측이 최 대표의 이런 카드가 결국 구당권파에 대한 물갈이라는 부수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는 점도 최 대표로선 부담이다.
서정익 기자 [email protected]
민주당
“정당해산 사유 해당” 맹공
민주당은 11일 삼성그룹이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에게 112억원의 국민주택채권 등 150억여원을 전달한 것과 관련, “정당해산 사유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고해성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검찰을 향해서도 한나라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독자적인 특검법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조순형 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송광수 검찰총장이 취임전 인사청문회에서 `떡값’ 용어를 없애버리라는 내 질의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소개한 뒤 “떡값이 `차떼기’로 발전했으니 검찰은 이번 기회를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노 대통령 측근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측면이 있다”며 “측근비리와 관련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썬앤문 문병욱 회장에 대해 정치자금법을 적용하지 않고 탈세와 횡령등 개인비리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은 “한나라당은 15대 대선때 국세청을 동원해 기업을 협박해놓고서도 야당탄압이라고 여론몰이를 해 수사를 방해했다”며 “한나라당이 16대 대선에서는 직접 기업을 협박했다니 수법 자체가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추 위원은 “시장경제질서를 왜곡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정당해산사유에 해당한다”며 “시민단체가 한나라당에 대해 정당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이 기업체에게 채권뭉치를 받는 등 일반 서민이 생각할 수 없는 모든 교묘한 방법을 이용해 대선자금을 모은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검찰 수사가 지연되거나 제대로 밝혀내지 못할 경우 독자적인 특검법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순 대변인도 “예전 부정선거에서는 `표떼기’를 했는데 이제는 `돈떼기’를 하는 것 같다”며 한나라당 공격에 가세했다.
박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우리당
巨野때리기 당력을 집중
한나라당이 SK와 LG에 이어 삼성그룹으로부터도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지자 열린우리당은 거야(巨野) 때리기에 당력을 집중했다.
공세에는 “해외토픽감”(정동영 의원) “관리종목”(박양수 조직총괄단장) “부패 폐기장”(이평수 공보실장) “전국범죄인연합”(최동규 공보부실장) “허가낸 도둑당”(서영교 부실장) 등 온갖 기발한 용어가 동원됐다.
특히 당내에선 이번 기회에 지난해 노무현 후보 선대위가 사용한 대선자금의 정확한 규모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어 선 공개 여부가 주목된다.
정동영 의원은 11일 “한국정치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이제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내 정당의 준거기준을 만들어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부영 의원은 “지금쯤 우리도 대선자금을 정확히 밝혀야한다”고 강조했다.
신기남 의원은 “한나라당은 지역패권주의로 연명해오다가 이제 존재의미마저 사라지게 됐다”면서 “곧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박양수 전 의원은 대선자금 정국을 주식시장에 비유, “관리종목이 된 한나라당은 곧 퇴출되고 상종가를 친 민주당은 폭락할 것”이라며 “반면 바닥을 때린 우리당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경제논리’를 폈다.
대변인실의 비난 강도는 더욱 셌다. 이평수 공보실장은 “한나라당은 대선이 아니라 대기업 돈 뜯기에 혈안이 된 강탈대회를 치른 것”이라며 “한국정치의 부패폐기물을 깨끗한 금수강산에서 철저히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해찬 의원은 11일 “지난 대선 당시 선거판세를 보니까 한나라당이 2000억원 정도 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깨끗한정치실천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 “일부 대기업만 밝혀진 것이고 (검찰이) 그 이하 중견기업이나 다른쪽은 손도 못대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까지) 전체 불법대선자금의 반쯤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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