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첫 날인 지난 달 24일을 빼고는 변변한 단속실적을 거두지 못한 데다 불법고액과외를 엄단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해 `변죽만 울린다’는 비난성 목소리들이 학원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겉도는 단속= 지난 4일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6시30분 강남구 대치동 A보습학원 앞 정류장. 학원수업을 마친 중·고교생들이 쏟아져 나와 마중나온 승용차나 버스에 올라타고 학교로 향했다.
A학원이 교육청의 단속으로 밤 10시 이후에 더 이상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새벽으로 수업시간을 임시로 옮긴 데 따른 진풍경다.
A학원 원장은 “학기말 시험기간이라 특별수업을 해야 되는데 단속 때문에 밤 10시 이후 수업을 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수업시간을 새벽으로 옮겼다”면서 “교육청의 단속으로 학생과 학부모들만 번거롭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교 2학년생인 최모(17) 군은 “학원에서 새벽수업을 한 이후 학교 수업시간에 잠자는 급우들이 많아졌다”면서 “고액과외를 하는 친구들은 교육청의 단속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불법과외 특별단속본부에 따르면 지난 달 24일부터 지난 4일까지 강남과 서초지역 학원 170개소를 점검해 위반사례 175건을 적발했다.
그러나 불법 고액과외를 적발한 실적은 거의 없었고, 수강료 초과징수(29건), 장부 미비치(24건), 강사채용 미통보(21건), 과외교습 미신고(17건), 학원명칭 변경(16건) 등 대부분 `미미한’ 사안들 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동 B학원 관계자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단속에 돌입했으나 기대 이하의 성과가 나오자 단속반원들이 첫 날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등 제 풀에 지친 분위기”라며 “예상대로 `지나가는 소나기’ 단속에 불과한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특별단속본부도 첫 날인 지난 달 24일 경찰과 공동으로 4개조 24개 단속반을 가동하는 등 열의를 보였으나, 이후 1개조가 1주일씩 돌아가며 `맥빠진’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보습교육협의회 측은 “학부모들도 파행적인 학원수업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며 “현실성 없는 단속으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학원만 억울하게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불법과외 단속효과 의문= 현장에서 단속활동을 벌이는 특별단속반은 일단 밤10시 이후 과외교습은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고액 불법과외 단속효과에 대해서는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단속반 관계자는 “고액과외가 수능이전에 기승을 부렸으나 수능종료 후 단속을 시작해 주목할만한 단속실적이 없다. 논술 고액과외는 시외 장소를 선택하거나 단시간에 이뤄지고, 예체능 과외는 가정집에서 받기 때문에 단속이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지역 불법과외에 대한 제보가 특별단속반에 하루에 4∼5건 접수되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면 이미 문을 닫고 자취를 감췄거나 학부모들끼리 휴대전화로 긴밀하게 연락해 타 시도로 옮겨 과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 단속 사실이 보도된 뒤 강남지역은 적발건수가 점점 줄고있다. 타 지역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해당 교육청이 단속하는 데 반해 강남은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도 실적 저조의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단속 초기에 한동안 움츠렸던 학원들은 `운이 없어 적발되면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며 당국의 조치를 수용하지 않을 계획임을 노골화하고 있어 용두사미식 단속으로 끝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대치동의 C학원 원장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단속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남은 3개월여 동안 교육청이 장담한 대로 불법 고액과외를 없앨 수 있을 지 두고볼 일”이라며 의문을 제시했다.
염대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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