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는 최근 이 곳에서 10여일째 농성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통한 심리테스트를 하면서 이들에게 있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다음은 테스트에서 심리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해 별도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은 한 외국인 노동자의 사례다.
J(33)씨는 지난 4월 1일 산업기술연수생으로 입국한 스리랑카인이다.
그는 관리업체를 통해 안산의 한 영세 도금업체에 배치돼 화공약품을 다루는 일을 하게 됐다.
그러나 하루 8시간 노동에 급료는 5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고 한달 30시간 이상 잔업을 해야 65만원을 받는 저임금에 시달렸다.
임금이 적은 것도 그랬지만 화공약품 냄새가 역겹고 일이 고되 코피가 나거나 침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등 갈수록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더 큰 걱정이었다.
입사 열흘만에 무거운 물건상자에 손가락을 찧는 사고를 당했지만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자 직장을 옮기기로 결심하고 관리업체에 이직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며칠을 고민하다 함께 취업한 동료 2명이 회사를 이탈한 이튿날인 지난 6월 17일 직장을 빠져나와 부천의 전자부품업체에 취업했다.
근무여건과 보수가 나았고 회사 관리자들도 우호적이어서 좋았지만 먼저 취업한 회사에 두고 온 여권이 늘 마음에 걸렸다.
스리랑카 대사관을 통해 여권을 돌려받으려 했으나 회사측이 100만원의 비용을 요구하는 바람에 포기하고 임시여권으로 지내다 불법 체류자 일제단속이 임박한 지난 13일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를 찾았다.
그는 한국에 오느라 본국에서 3년5개월치의 임금에 해당하는 18만 루피(약 250만원)의 빚을 졌다.
어떻게든 한국에만 가면 빚도 갚고 돈도 모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더 이상 일도 할 수 없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방송에서 날마다 전해지는 불법체류자 단속 소식은 그의 마음을 극도로 불안하게 했다.
J씨는 심리테스트의 설문항목에서 3가지 희망과 3가지 두려움에 대해 ‘일자리가 없다’ ‘살기 싫다’ ‘죽고 싶다’와 같은 비관적인 생각만을 적어 놓았다.
자화상을 그려놓은 그림에서도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위축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분석됐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관계자는 “J씨의 심리테스트 결과를 보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이 결코 먼 곳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정부의 경직된 정책이 이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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