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검찰 수사와 소추권은 헌법상 정부의 고유한 권한이고 특검은 검찰이 수사를 회피하거나 수사결과가 미진했을 때 예외적으로 보완 보충이 허용되는게 사리”라면서 “헌법정신과 원칙을 존중해 정치적 부담과 불편이 따르더라도 재의 요구를 하게 됐다”고 특검 거부 이유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재의 요구시 국회 절대 다수당과의 관계가 불편해지고 국민에게 우려를 드려 정치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 처리는 국법질서 운영의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무엇보다 국회가 의결한 특검 법안의 수사 대상은 현재 검찰이 수사중에 있고, 검찰 수사권 독립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과제”라면서 “따라서 검찰권은 국회 다수당 횡포로부터 보호돼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검찰의 수사 소추권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재의 요구권을 갖고 부당하다거나 불법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고, 한나라당이 탄핵을 들먹이고 장외투쟁까지 선언한 것은 협박”이라며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혹시 사정이 달라지거나 재의결 되지않는 경우 검찰수사가 끝나면 특검법의 일반적 원칙과 절차에 따라 정부가 이번 특검법안의 취지를 살리는 새로운 특검법안을 제출, 다시 국회와 국민의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번 사안은 정치적으로만 본다면 제 측근에 관련된 문제이므로 빨리 마무리짓는게 유리하고 빨리 종결짓고 싶다는게 제 심경”이라며 “따라서 검찰이나 특검 수사를 회피·방해하거나 지연시킬 생각은 없으며 모든 사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국민들은 유불리를 떠나 수사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검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해 가능한 빨리 그 결과를 놓고 국민과 국회가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최대한 빨리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이런 절차가 끝나면 저는 국민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는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 수사 이후 미진한게 있다면 특검을 한 뒤 재신임을 받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단계적 투쟁하겠다”
한나라
한나라당은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의혹 특검법안을 거부한데 대해 `반(反)국민적, 반의회적 결정’이라고 강력반발하며 대(對)정권 전면투쟁을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 발표 직후 곧바로 주요당직자·비상대책위 연석회의를 가진데 이어 오후 긴급의원총회를 소집, 구체적인 투쟁방안을 결정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이날 오후부터 예산안·법안 등 의안심의를 거부하고 국회에서 농성에 돌입한 뒤 등원거부 및 장외투쟁, 하야투쟁, 탄핵소추 추진, 의원직 총사퇴 등 단계적으로 투쟁수위를 높여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장 새해 예산안을 비롯해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 처리 등 산적한 민생현안에 대한 국회에서의 심의 및 처리가 사실상 중단돼 입법부 기능 마비 및 국정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특검 거부권 행사로 인한 국정공백을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간 책임공방과 정쟁이 격화됨으로써 정국혼란이 가중돼 정국은 파국적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병렬 대표는 “노 대통령의 특검법안 거부는 나라의 어른답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고, 이재오 사무총장 겸 비대위원장도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한 것은 특검에서 자신과 관련된 측근비리가 드러나 자신의 발목을 잡을까봐 두려워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총장은 “특검법 거부로 인한 모든 국정파탄과 국가혼란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모든 투쟁방안을 열어놓고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내에선 단계적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해 한나라당이 당장 의원직 사퇴 등 극단적 방식을 동원해 투쟁하기 보다는 정국상황에 따른 다양한 투쟁방법을 동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재의 거부 및 대여전면투쟁 방침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도 비판적인 견해가 제기되고 있고 민주당과 자민련이 특검법 재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민주당 일각에서는 새로운 특검법안 추진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야 3당의 절충여부가 주목된다.
서정익 기자 [email protected]
“당연한 결정내렸다”
우리당
열린우리당은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헌법이 보장한 권한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하고 “한나라당은 재의에 응해 헌법질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당은 특히 한나라당의 대정부 전면투쟁 방침에 대해 `국정 볼모 정치’ `국민협박 정치’ `민생발목잡기 정치’라고 맹비난하고 “우리당은 측근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끝나면 특검이건 `특특검’이건 도입할 수 있으니 한나라당은 국회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오라”고 주장했다.
우리당은 민주당이 `한·민공조’에 대한 지지층의 반발여론을 의식하고 있고, 자민련도 최근 신행정수도특위안이 부결된 데 따라 한나라당에 감정이 좋지 않아 한나라당의 강경투쟁 방침이 여론의 뒷받침을 크게 얻지 못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해 양비론을 펴고 있는 민주당과는 달리 거대야당인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명확히 세울 기회로 보고, 정국을 양당구도로 몰고간다는 전략이다.
김원기 공동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대해 국회는 국회대로 법의 규정에 따라 재의에 응하면 된다”며 “한나라당이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는 등 정국 전반을 초헌법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폭거이고 폭력”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불법대선자금에 대해 반성하고 정치개혁에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랄 것인데 장외정치와 협박정치를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정치개혁을 거부하면 국민은 한나라당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 조직총괄단장은 “특검법은 법리적 문제가 있는데다 검찰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을 실시하면 검찰의 존재가 문제가 되므로 거부권 행사는 정당하다”며 “한나라당은 의원직 총사퇴를 빨리 결행해 50년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악의 뿌리가 빨리 제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평수 공보실장은 “입법·사법·행정부가 3권분립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한 헌법정신과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내린 당연한 조치”라며 “한나라당은 의회과반의 독재와 헌법파괴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국회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영란 기자[email protected]
“은폐하려는 술수다”
민주당
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은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데 대해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로 결정한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측근비리 수사가 부진한데다 국민의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며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측근비리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대통령 자신이 포함될 수도 있는 비리를 은폐하려는 술수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또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무시당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극한투쟁은 국정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시대착오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영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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