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오르자 무차별 범죄행각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1-18 18:08:3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민등록증 102장·카드 163장·휴대폰 40대 … 주민등록증 102장, 신용카드 163장, 휴대전화 40대, 흉기 10여점, 수갑 2개.

이들 물품은 18일 검거된 강남 주택가 부녀자 납치사건의 용의자 박모(39) 씨의 서울 마포구 은신처에서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로 ‘범죄 만물상’을 연상케 했다.

박 씨는 사건 발생 8개월째에 접어드는 ‘30대 부부 여대생 납치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지난 4월 초 이미 경찰의 수배령이 내려졌지만 신출귀몰한 도피행각 때문에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더욱이 수배 도중에도 버젓이 범죄를 저지르는 대범함을 보였다.

박 씨는 지난 달 28일 서울 강남의 주택가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차로 납치해 2시간 동안 손발을 묶고 차 뒷좌석에 태워 신용카드를 빼앗아 현금 310만원을 인출했다.

특수강도 등 혐의로 10년 간 복역하다 지난 2000년 출소한 박 씨는 교도소에서 이발기술을 배워 이발소를 차렸으나 영업부진으로 적자가 누적된 데다 정수기 다단계 판매에 잘못 발을 디뎌 부채가 1억여원으로 불어났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부담 때문에 두 아들을 부양할 생활비 조차 없었던 박씨는 급기야 다시 범죄유혹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박 씨는 차를 훔쳐 위조한 플라스틱 번호판을 달고 길가던 여성을 납치해 금품을 뺏거나 빈집을 털었으며, 오토바이를 이용해 부녀자들의 손가방을 날치기하는 범죄도 서슴치 않았다.

박 씨는 훔친 신분증 소유주의 이름을 도용, 원룸을 임대 계약해 은신처로 삼아 수십명으로부터 빼앗은 물품을 피해자별로 비닐 봉투에 나눠 넣고, 피해자의 이름 스티커를 붙여 명의를 도용할 때 헷갈리지 않도록 했다.

또 도용한 명의로 D포털사이트 등에 ID를 개설하고 전자상거래 코너를 통해 장물을 거래했고, 은신처를 1~2개월에 한번씩 옮겨다니면서도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두 아들을 맡겨놓은 대전 본가와 접촉을 완전히 중단했다.

부인 홍모(38) 씨와 함께 도피행각을 벌인 박 씨는 가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은 잘 있느냐. 경찰에 잡히면 다시는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절대 나에게 돈을 송금하거나 연락을 하지 마라”며 입단속을 하기도 했다.

운전용 지도책에 범죄를 저지른 곳을 표시해 놓고 그 주변은 되도록 피해 새로운 범행 장소를 물색했으며 교통사정이 복잡해 도주가 어려운 서울 4대문 안에서는 범행을 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박 씨는 훔친 신분증을 이용해 모든 금융거래를 하고 인터넷 상에서 선불 휴대 전화를 사용했기 때문에 경찰의 추적망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의심이 가는 선불 휴대전화를 역추적하고 박씨가 사용한 인터넷 ID의 접속장소를 끈질기게 파악한 끝에 박씨의 은신처를 알아내 검거에 성공했다.

강남경찰서의 정성기 형사과장은 “박 씨가 훔친 신분증을 사용하는 데 능숙해 추적에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박 씨가 150여차례에 걸쳐 범죄를 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죄를 추궁하면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