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과 검찰의 대선자금 전면 수사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출범하는 `우리당’은 여당으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거야(巨野)의 거센 압박이라는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당 앞에 붙어 다니는 `실질적 여당’, `정치적 여당’, `정신적 여당’ 등의 수식어는 여당이면서도 현직 대통령이 입당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지난 2000년 1월 새천년민주당 창당대회때는 김대중 대통령의 입당과 총재추대 절차가 중요 행사중 하나였지만, 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입당 시점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청와대측의 직접적 관여없이 독자적으로 출범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여당과 차별성을 갖는다.
때문에 우리당 사람들은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자생적 여당’이라고 자칭하기도 한다.
특히 `3김’ 이후 카리스마 정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민주적 리더십 정착이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다원적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시도한 우리당의 정치실험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우리당은 당헌에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공직후보를 당원과 일반인이 절반씩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선출하고, 지구당 폐지 원칙과 당재정 공개 의무화를 명시하는 등 일찌감치 다원적 리더십의 정치개혁 방향을 선점해 놓은 상태다.
또 창당대회에서는 `깨끗한 정치’ 실천 선포식을 갖고 외부감사 협약식과 함께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남용과 경선불복을 금지하는 내용의 윤리강령도 발표한다.
4대 강령으로 새로운 정치,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 한반도 평화를 채택하고, 국민참여 및 통합의 정치를 100대 기본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참여정부의 여당답게 `참여와 통합’의 기치도 함께 내걸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분당의 진통속에 재야 정치세력을 모두 규합해 출범하는 `우리당’은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합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소수 여당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주로 수도권·충청권 의원들이 주축이된 우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영남과 호남에서 어느 정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명실상부한 전국정당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10일 특검법안의 국회 통과로 `특검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고,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의 강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는 불투명한 정국에서 소수여당으로서 어떤 전략적 노선을 취할 것인지도 우리당의 당면 과제중의 하나이다.
지난해 노 대통령 대선 캠프의 불법 자금 모금이나 운용, 측근비리의 새로운 단서들이 포착될 경우 여권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나라당이 SK외에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질 경우 역으로 한나라당 내부가 와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누가 조금이라도 덜 상처를 입고 총선에 임할 것인지가 승패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리당 이평수 공보실장은 “차제에 털 것은 모두 털어 내고 새로운 정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당의 기조”라면서 “정치개혁을 견인할 주도세력으로서 과감하게 정면돌파하는 것만이 개혁세력의 총결집을 통한 내년 총선승리를 담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치적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향후 관계 설정도 주목된다.
청와대는 당분간 창당전과 다름없이 여타 정당들과 함께 `등거리’ 관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이 우리당 당적을 가진 게 아니기때문에 우리당은 아직 법적 여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당이 정식 창당함에 따라 `명실상부’한 여당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경우 노 대통령의 우리당 입당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입당에 대해 찬반의견이 나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당론은 총선구도가 `친노냐, 반노냐’로 짜여야 지지자들이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들은 최근 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론은 적어도 총선 전까지는 무당적으로 있는 게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 실제 득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중 일부는 아예 임기 내내 무당적 국정운영을 주장하고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오전 브리핑에서 “입당문제는 전혀 얘기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당측이 당내 의견을 모아 입당을 공개 요청할 경우 노 대통령이 적절한 모양새를 갖춰 수용하는 형식으로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평소 `노선과 정책 중심’의 정당책임 정치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이영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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