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확대 ‘폭풍’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1-03 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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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어디까지 손대나 ‘주목’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를 SK 외에 삼성, LG, 현대차, 롯데 등 5대 기업 이상으로 확대키로 내부 방침을 결정함에 따라 이들 기업에 대한 자금추적 범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가 확대될 경우 우선적으로 이들 기업 자금담당 임원 혹은 실무자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삼성, LG, 현대차, 롯데, 두산, 풍산 등 다른 대기업으로부터 대선자금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난 이상 구체적인 제공 경위 파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삼성이 민주당에 제공한 대선자금 가운데 3억원이 임원 명의로 후원금 영수증 처리된 점에 주목, 법인 기부한도를 초과한 불법 자금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어 관련 임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고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대기업 자금담당 임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끝날 경우 대선자금의 출처확인 등을 위해 어느 정도 이들 기업의 회계장부나 계좌를 상대로 한 자금추적도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대선자금의 불법성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돈이 기업에서 정상적으로 조성된 자금인지 아니면 분식회계 등을 통해 만들어진 비자금인지 여부가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자금추적을 통해 기업이나 정치권에서 밝히지 않은 또다른 불법 정치자금의 꼬리가 잡힐 수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할 경우 대선자금을 제공한 모든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거나 기업 회계장부에까지 무작정 `칼날’을 들이대기에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기업에서도 정치자금은 워낙 비밀스럽고 은밀한 영역으로 꼽히고 있어 이부분을 파헤칠 경우 비자금 조성 등이 드러나면서 기업들에게 상당한 `상처’를 줄 가능성도 없진 않다.

다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그간 위축됐던 내수시장도 내년부터 풀린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다 정경유착의 근절이 결국 기업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는 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런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 수사대상을 대선자금 제공액수가 큰 5대 기업으로 제한하거나 자금추적 범위도 정치자금과 연관된 부분으로 한정하는 `묘수’를 발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간 성역으로 꼽혔던 정당 후원금 계좌에 대해 검찰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선자금을 제공한 기업부터 무조건 자금추적에 착수하는 것보다는 정당쪽에서 자금 유입을 먼저 확인한 뒤에 기업을 상대로 자금 출처를 확인하는 방식이 기업에 주는 부담을 훨씬 덜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SK 10억원이 입금됐던 민주당 후원회 계좌를 상대로 자금추적을 실시해 두산과 풍산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대선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한 전례가 있어 대선자금 수사가 확대될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고강도 수사가 예고되고 있다.
이영란 기자[email protected]

“또 우리가 타깃아니냐” 긴장

한나라

한나라당은 3일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5대그룹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당 대선자금에 대한 자체조사에 착수하는 등 대책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등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자금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밝힘에 따라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수사가 기정사실화됐다고 보고 금주초 전략기획위원회를 구성, 중장기 대책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겉으로는 “5대 그룹이든, 50대 그룹이든 검찰이 수사해야 할 게 있으면 수사하라”고 공세를 펴면서도 내심 “검찰수사가 이번에도 한나라당에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이재오 사무총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검찰에서 5대그룹 확대검토 발언이 나온 것을 보면 검찰이 이미 이들 그룹에 대한 수사를 끝내고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내부와 은밀히 조율하기 위한 시간벌기 차원에서 확대검토 운운하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도 “5대 기업이 아니라 대선자금에 대해 모두 수사해야 하지만 SK 비자금 수사때처럼 민주당은 영수증 편법처리만 문제삼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뒷돈을 받았느냐고 추궁하는 식으로, 재신임 정국을 돕기 위해 야당을 죽이는 수사로 가선 안된다”고 차단막을 쳤다.

홍 위원장은 또 “우리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대응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알 것은 알아야 한다”면서 “내주초 전략기획위원회를 구성,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익 기자 [email protected]

“이번 기회에 부패구조 근절”

우리당

열린우리당은 3일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검찰수사의 전면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차제에 부패구조를 발본색원해 정치권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지도부는 특히 수사 확대시 지난해 민주당 선대위로의 불법 자금 유입 및 처리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자세도 보였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MBC 방송에 출연,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밝혀내야 앞으로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다”며 “SK비자금과 한나라당, 최도술, 노무현 후보 선대본부 등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상을 국민 앞에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원내부대표는 “일부에선 만델라식 고해성사를 주장하는데 한국 현실에는 이탈리아의 `마니폴리테’(깨끗한 손) 운동방식을 적용, 검찰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부정한 정치인들을 처벌, 퇴출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총무위원장도 “이제 국민의 눈길이 정치권에 쏠린 마당에 우리당 의원이 다치는 것을 두려워해서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면서 “우리당은 검찰이 명예를 걸고 대선자금 문제를 철저히 수사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당은 특히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지낸 이상수 의원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한 목소리로 변호하며 야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에 앞서 김원기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 1일 “당내 경선에도 국민이 진상을 알면 놀랄 만한 부정과 부패가 있었다”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겨냥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잘못하면 ‘유탄’맞을라” 우려

민주당

민주당은 3일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 확대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자금의 전모를 드러내야 한다”는 뜻을 밝히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화살을 겨냥하면서 대선자금 논란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의 총선자금과 지난 대선 경선과정의 부정을 언급하며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 결정 이후의 정당자금 등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 의지를 천명한 것에 대해 “물타기 시도”라고 주장하면서도 불똥이 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김성순 대변인은 “국민이 보기에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모두 부정과 부패라는 이름을 가진 이란성 쌍둥이”라며 “불법대선자금과 부정부패를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한다”고 공세를 폈다.

김 대변인은 또 “신당은 총선, 경선자금 수사요구로 대선자금 수사를 물타기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의 의혹제기를 반박한 뒤 “지금 국민적 관심사는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수사비리”라고 공세를 폈다.

민영삼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대선자금에 대한 진실을 고백해야한다”며 “검찰도 철저한 수사로 한나라당의 불법 모금과 노 후보측의 기업모금 총규모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당 `대선자금비리 진상규명특위’ 최명헌 위원장은 “검찰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선자금 비리의혹에 대해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를 펼쳐야한다”며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 각 당의 거짓말이 모두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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