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도술씨 문제를 포함해 그동안 축적된 국민 불신에 대해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신임 방법에 대해 “국민투표를 생각해 봤는데 거기엔 안보상 문제라는 제한이 붙어있어 그것이 재신임 방법으로 적절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어떻든 공론에 붙여 적절한 방법으로 재신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신임을 묻는 시기에 대해 “공론에 붙이고 싶지만 국정에 미칠 영향이 가장 적은 시점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시기가 늦더라도 총선 전후까지는 재신임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늦어도 내년 4월을 전후해 국민들로부터 재신임 여부를 묻되 국민투표를 포함한 재신임 방식은 전적으로 국민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초강수’는 무엇보다 `노무현의 영원한 집사’로 통하는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SK로부터 비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 국민적 의혹이 증폭돼 참여정부 정통성의 핵인 도덕성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386 핵심측근인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금품수수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 입국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설, 이라크 추가 파병을 둘러싼 국론분열, 부동산가격 급등에 따른 국민 위화감 심화,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 등 잇단 `악재’를 정면 돌파하지 않고서는 국정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도덕적 신뢰만이 국정을 이끌 밑천인데 이런 상태로는 국가를 운영하기 어렵다”,“저는 모든 권력수단을 포기했다”며 이같은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이런 상태로 어정쩡하게 1~2년 국정을 이끄는 것은 국민에게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가든 부든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도덕적 신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을때 어떤 장애에도 흔들리지 않고 난관을 극복할 수 있지만,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고 자부심이 훼손된 상태에선 자신감을 갖고 국정운영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인 것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국민적 심판을 통해 사면받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다시 말해 극단적인 국정혼란 상황에서 국민적 재신임을 통해 국가적 혼돈상태를 정리,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회복하고 나아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철저한 개혁, 경제회복 노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집권 초반부에 대통령이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재신임이 이뤄질 내년 4월까지 국정혼란이 더욱 심화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도 없지는 않다.
노 대통령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그러나 재임하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책임총리제’ 취지에 따라 고 건 총리에게 더 많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신 당 “국정 쇄신위한 전기”
통합신당은 지난 10일 저녁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존중, 구체적인 방법을 오는 13일 논의키로 했다.
김영춘 원내부대표는 의총 후 브리핑에서 특히 재신임을 묻는 방법과 관련, “국민투표는 적절치 않다는게 상대적으로 다수였으나, 전혀 안된다는 입장은 아니다”고 말해 국민투표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부대표는 또 “노 대통령의 고뇌와 국가 전체의 도덕적 쇄신을 위한 충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통합신당은 책임을 공감하고 자성하며 국민앞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일을 축적된 국민불신 해소를 위한 국정쇄신, 도덕적 재무장, 그리고 정치 개혁을 위한 전기로 삼아야 한다”며 “SK비자금 문제 등 모든 불법 정치자금을 명백하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국정을 도덕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야당이 정략적으로 이용, 국정혼란을 야기하려 하는데 대해 엄중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근태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할 정도로 국정이 불안해진데 대한 책임을 물어 “청와대 보좌진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이들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한나라 “연내 국민투표 실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언급과 관련, “노 대통령이 국민앞에 이런 결심을 밝힌 이상 빠른 시일내 가장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자신이 약속한 이 문제를 처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긴급 상임운영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우리가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재신임 방법이 현재 법테두리 내에서 국민투표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는 의견이 주류였다”고 밝혔다.
재신임 시기와 관련, 최 대표는 “이 일로 해서 국정이 표류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일주일이나 한달내에 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국민투표를 할 경우 공고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합리적으로 하되 내년 4월까지 가면 국정이 표류된다”고 조기실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홍사덕 총무는 “내년까지 갈 것 없이 연내에 하는 것이 어떠냐”고 연내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이밖에 최 대표는 “대통령 주변인사들의 도덕성 문제가 도를 넘어 온 국민이 걱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거나 어떤 요구를 해온 일이 없었다”며 “재신임 언급은 이런 국민의 심사를 제대로 헤아린 판단이라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서정익 기자[email protected]
민주당 “국민 볼모 정치도박”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제안’과 관련, “대통령 측근 비리뿐 아니라 총체적 국정혼란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것이 되어야 하며 혼란을 막기 위해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는 당론을 정리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긴급 상임고문·최고위원 연석회의를 마친 뒤 회의 결과 발표문을 통해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정혼란을 부추기는 결정을 불쑥 내놓아 당혹스럽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상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재신임 시기와 관련, “사실상 레임덕에 들어갔으므로 국익을 위해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연내 재신임’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재신임 방법에 대해 “헌법에서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지 다른 것은 할 수 없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어 (재신임 방법으로) 국민투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발표문은 “재신임을 묻겠다는 노 대통령의 선언은 국민을 볼모로한 정치도박이자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이며, 나아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략”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발표문은 이어 “만일 (대통령이 재신임 입장을) 철회할 경우 대통령의 도덕성에 결정적 타격을 주어 더 큰 국정혼란을 초래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영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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