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실체 드러난다 … 정치권 긴장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09 18:17:2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SK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대선자금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엔 검찰이 `대선자금에 관한 것’이라고 공언하며 수사를 벌임에 따라 정당간 공방차원을 벗어나 정치권 전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선 또 지난 대선때 민주당 선대위 총무위원장을 지낸 이상수 의원과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을 지낸 최돈웅 의원 등 두 주요정당의 공식적인 자금창구가 동시에 수사대상에 오름으로써 정치자금 문제 전반에 대한 `강제 개혁’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자금 문제를 비롯한 정치자금 전반의 제도·문화 개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에는 이번 검찰수사를 통해 `비공식 후원금’의 존재와 실체가 밝혀지느냐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각 당이 대선 후 중앙선관위에 보고한 회계장부상으론 대선자금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권에선 양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수입과 지출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부외자금’이 상당 규모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후 선관위에 제출한 회계보고에서 지난해 총수입 1083억3600만원(국고보조금 494억2800만원 포함)에 대선비용으로 266억510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정대철 전 대표의 `기업으로부터 200억원 모금’ 발언으로 대선자금 논란이 일자 지난 7월 23일 대선자금 수입·지출 명세를 공개, 선대위 출범이후 선거일까지 선거보조금을 포함해 총 402억원을 모아 361억4000여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법인과 개인을 대상으로 모금한 액수는 74억5000여만원이라고 설명했으나 이같은 최종 입장이 나오기까지 정 대표의 200억 발언외에 이상수 의원의 `100대 기업에서 120억원’ 발언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총수입 915억1700만원(국고보조금 531억1100만원)에 대선비용으로 226억300여만원을 지출했다고 선관위에 회계보고했으나, 민주당식의 대선자금 공개요구에 대해선 “우리는 더 이상 밝힐 게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SK측이 이상수, 최돈웅 의원을 통해 전달한 금액이 합쳐서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양당 모두 `허위보고’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선자금의 실체 규명 압박에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양당 모두 `역대 대선가운데 가장 깨끗한 선거’라고 주장한 가운데 특히 현 정권은 `돼지저금통 모금’을 자랑해왔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영란 기자[email protected]

“철저 규명” 정면돌파

통합신당

통합신당은 9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의혹에 대해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토록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하는 등 정면돌파 입장을 정리했다.

SK 비자금 의혹의 진상이 깔끔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현 정부와 자신들의 도덕성과 개혁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신당 창당 작업에 중대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합신당은 이날도 “대선 때 단 한푼도 불법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다”며 대선자금에 위법사항이 없음을 강조하고, 같은 맥락에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옥석’을 가려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상수 의원이 SK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 본인의 `20억원 안팎’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96억원’ `70억원’ 등 이설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배달사고’나 `부외자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떨치지 못하는 표정이다.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은 분과위원장회의에서 “SK의 후원금 액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언론보도에 나오는 액수보다 크진 않고, 한나라당에 흘러간 자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옥석이 가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한화갑 전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비보도를 전제로 `내가 SK로부터 96억원을 받아 16억원을 영수증 처리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것과 관련, 이상수 의원은 “이번 SK비자금 사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자료를 모아 (한 전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김원기 위원장도 “정치자금에 대해 말할 사람이 말해야지.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라고 한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해찬 기획단장은 “최도술씨에 대해 엄정하고 명백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노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당의 이름으로 건의해야 한다”고 제안, 채택됐다.
이영란 기자[email protected]

“앞뒤 안맞다” 총공세

민주당

민주당은 9일 SK의 대선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당 예산결산위 회의를 열어 대선잔금 회계감사 계획을 논의하는 등 공세의 강도를 높였다.

민주당은 특히 통합신당 이상수 의원이 지난 7월 23일 대선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하면서 법인과 개인으로부터 74억5000여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 “SK로부터 받은 것만 20억원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신당 `창당자금’과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김성순 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은 정치적 고려없이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해 한 점 의혹없이 밝혀야 하며, 이 사건을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사건에 연루된 정당들은 과거 후보경선 자금 관련 자료를 폐기한 전례처럼 대선자금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며 발뺌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순형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상수 의원이 대선자금 내역을 공개한 바에 따르면 후원금이 74억여원이라고 했고, 이번에 SK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고 해명했는데 신빙성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누구를 추궁하고 문책하자는게 아니라 차제에 대선자금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서 온전히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운태 의원도 “대선때 재정을 다뤘던 분이 탈당을 해버려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면서 “이상수 의원이 서너번 말을 바꿨는데 우리는 별도로 당 차원에서 외부회계 감사를 받아서 대선자금 문제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대선잔금과) 신당 창당자금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금품 수수의혹 및 출국금지 일시해제에 대해 조 위원장은 “최 전 비서관이 당선자의 측근이라서 줬지 않겠느냐”면서 “검찰이 좀더 수사해봐야 한다”고 말했고, 김재두 부대변인은 “최 전 비서관이 어떤 도술을 부려서 출국금지를 해제했는 지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뭔가 있지않나” 우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9일 SK비자금 수수및 유용의혹에 대해 최돈웅 의원을 직접 내세워 혐의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검찰의 여야 구분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겉으로는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언론에 비자금의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되는데다 최 의원이 공개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해와 당내 일각에서는 `뭔가 있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병렬 대표는 전날 비공개 국감대책회의때만 해도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최고실세다.

검찰을 신뢰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켜보겠다”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다소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으나 9일 오전에는 홍사덕 총무 및 최 의원 등과 조찬을 겸한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당시 당 재정위원장을 맡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지 않았고 SK측과 직접적인 관계도 없으며 SK 비자금 수수는 물론 유용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박 진 대변인은 성명에서 “대선때 노무현 후보측의 살림을 도맡았던 이상수 의원과 노 대통령의 집사이자 금고지기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혐의가 확인되면 이는 현정부의 정통성 상실을 의미한다”면서 “16대 대선 무효소송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검찰이 버릇처럼 야당을 끌어들여 구색맞추기나 기도하고 노 대통령 보호를 위해 개인비리로 얼버무리려 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한 중진 의원은 “현재의 당지도부에는 대선자금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터무니 없는데 검찰에서 저렇게 나오는 것이라면 당이 이정도로 신중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당의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라 걱정”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소장파들로 구성된 쇄신모임 간사인 남경필 의원은 “여야할 것없이 몸통을 철저히 밝히고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정익 기자[email protected]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