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못할 상대’ 정치권 긴장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27 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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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던’ 단체장도 출마 가능성 총선 출마 지방자치단체장의 사퇴시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지자 현역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단체장들의 동향에 새삼스럽게 촉각을 세우며 긴장하는 표정이다.

주요 정당은 일단 공식 논평에선 헌재의 결정에 대해 자치단체장과 일반 공무원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28일 “헌재 결정에 따라 선거법 관계조항을 개정해야 할 것으로 보며, 법개정이 늦춰질 경우 내년 총선에 출마할 단체장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경과규정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정세균 정책위의장은 “헌재 결정이 나온 이상 법을 방치하기는 어렵다”며 “헌재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검토해봐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개 국회의원들의 경우, 자신들은 주로 `여의도 의사당’ 주변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반면 그렇잖아도 지역에서 유권자들과 두터운 `스킨십’을 쌓고 있어 총선의 최대 잠재 경쟁자인 많은 단체장들에게 사퇴시한을 늦춰줄 경우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가 아니냐며 촉각을 바짝 세우고 있다.

지방자치법 `3선 연임제한’ 규정에 따라 차기 단체장 선거에 나설 수 없는 현역 자치단체장들(44명)이 새로운 정치진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번 헌재 결정은 이들의 총선 행보에 가속도를 붙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조용했던’ 단체장들에 대해서마저 총선 출마를 부추길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부 자치단체장의 경우 예산집행과 공사발주,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활용하고 있는 점때문에 단체장들의 사퇴시한 단축은 국회의원들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유종필 대변인이 “이번 헌재 결정은 단체장들의 관권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허용하는 취지가 아니므로, 더욱 철저히 단속해야 하며, 단체장들 스스로 관권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기류를 대변한 것이다.

민주당 이정일 의원은 “요즘 자치단체장들이 행정은 안하고 자신들이 국정을 운영하듯 선거를 겨냥한 행보를 자주 한다”며 “헌재가 이런 자치단체의 현실을 고려하고 결정해야 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180일이 너무 과한지는 모르겠지만 단체장이라는 직책은 다른 공직자들과 성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선거에 임박할 때까지 직책을 수행할 경우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행정이 정치에 이용당할 우려도 있으므로 120일 정도로 조정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임인배 의원도 “다른 공직자들과 동일하게 사퇴시한을 줄이면 단체장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독점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게 되기때문에 3~4개월 정도로 설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3선제한 때문에 단체장들의 대거 출마 움직임을 보이는 면이 있으므로 3선제한도 같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신당 김성호 의원은 “헌재 결정은 국회의원의 이기주의적인 입법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내에 법개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단체장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형평성을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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