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적’으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22 21:45:2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원내 3당체제속에서 22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에선 첫날부터 각 상임위 국감장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정치권의 현실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특히 통합신당과 분당후 야당 행보를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대정부 공세와 `숙적’사이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협공·협조, 한나라당과 통합신당 의원간 논란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방관 등 `어제의 전우’가 `오늘의 적’으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돌변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를 가장 실감나게 보여준 곳은 정무위. 민주당은 대통령 주변 문제, 굿모닝게이트 등 분당이전만 해도 한나라당의 요구에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던 쟁점사안 증인채택 문제에서 기존 입장을 버리고 한나라당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간사협의에서 한나라당 엄호성, 민주당 조재환 의원은 통합신당의 새 간사 김부겸 의원을 압박, 노건평, 안희정, 최도술씨 등 대통령 관련 증인 16명과 윤창열씨와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등 굿모닝 관련 증인 12명을 추가채택키로 합의했다.

이에 통합신당 이해찬 박병석 의원이 반대해 다시 간사협의를 하는 등 진통을 빚은 끝에 표결했으나, 민주당 간사인 조재환 의원이 한나라당안에 찬성하는 등 찬성 12, 반대 3, 기권 5표로 가결했다.

반면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대북송금 사건 관련 증인은 민주당이 한나라당 요구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양측간 `거래’가 이뤄져 한나라당이 증인신청을 철회하는 `협조’관계를 보였다.

법사위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투사형’ 야당의원으로 되돌아간 듯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적 질의를 퍼부어 한나라당 의원들을 무색케 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대통령이 한총련 수배자에 대한 관대처분을 언급하고 검찰이 한총련 불법시위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검찰과 현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함 의원은 나아가 “검찰이 현 정권과 보조를 맞춰 DJ 정권 관련 정치인만 언론에 흘리는 것은 정치권을 재편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통합신당으로 옮긴 몇몇 의원도 이런 폭격을 피하려고 가는 것 아니냐”고 검찰의 신당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조순형 의원도 “노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장관의 연이은 검찰견제론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차원을 넘어 사법부의 독립마저 위협하는 발언”이라고 가세했다.

행자위에선 통합신당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민주당 의원들은 방관했다.

송석찬 의원이 통합신당 간사로 선임된데 대해 한나라당이 “송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를 향해 `악의 뿌리’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이병석), “신당은 간사를 다시 선임하라”(전용학)고 압박, 20여분간 논란이 계속됐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 이강래 의원은 “교섭단체의 논의를 거쳐 추천된 간사에 대해 다른 당에서 반대한 전례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잠자코 듣기만 했다.

국방위에선 통합신당에 참여했으나 전국구이기때문에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박양수 의원이 민주당 간사직을 최명헌 의원에게 내주고, 통합신당 간사는 천용택 의원이 맡았다.

다만 건교위에서 민주당과 통합신당 의원 9명은 분당 상황에서도 건설투자의 안정적 확보 방안(김덕배·신당), 민간투자사업의 활성화 방안(김경재·민주), 해외건설사업의 활성화 방안(김영환·민주), 건설산업발전을 위한 규제개혁(설송웅·신당) 등의 주제로 공동 정책자료집을 발간, 눈길을 끌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