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뇌물처리’ 파장 예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17 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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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부터 3000만원을 받아 `정상적인’ 후원금 처리를 했던 민주당 박주선 의원에 대해 검찰이 수뢰 혐의 적용 방침을 밝혀 유사 사건에도 파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은 박 의원이 지난 2000년 9월 현대건설로부터 고 정몽헌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 문제 등과 관련해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박 의원이 받은 돈이 현대건설의 정상적 운영자금이 아니라 비자금에서 나왔고 현대건설의 결산장부에서 후원금 내역이 누락돼있는 점 등을 근거로 검은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또 현대 관계자로부터 정몽헌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로비 대상을 정해놓고 계획적인 뇌물로비를 벌였다는 진술도 확보해놨다.

설령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기업에서 장부상 근거를 남기고 수수자쪽에서도 적법한 형식을 모두 갖췄더라도 돈을 주고 받았을 당시 청탁이 오간 정황이 확인될 경우 정치자금은 뇌물로 단죄돼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일관된 입장.

`윤창열게이트’에 연루된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출석을 거부하자 정상적으로 처리된 후원금까지 대가성이 인정되면 뇌물로 처벌하겠다고 한 검찰의 `엄포’가 빈말이 아닌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이 이처럼 정치자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는 우선 정치권과 기업의 불건전한 유착을 끊고 불법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기획수사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는 안대희 중수부장 역시 “이번 수사를 통해 정경유착 관행은 반드시 근절시켜야 한다”며 강력한 수사의지를 그간 수차례 피력해 왔다.

그럼에도 절차적 요건을 갖춘 후원금까지 내용적 `순수성’을 문제삼아 사법처리하겠다는 검찰의 시도는 당장 정치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법적용이라는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선관위에 신고된 합법적 정치자금 역시 실사를 해보면 대가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어 사실상 후원회 등을 통한 합법적 모금을 규정하고 있는 정치자금법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태생적으로 고비용이라는 `고질’을 안고 태어난 우리 정치 현실에서 기부에 인색한 정서까지 감안할 경우 수백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자발적 정치자금으로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검찰이 합법적 후원금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이번 수사를 통해 현행 정치자금법을 무력화시키고 법 개정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현행법은 개인이나 법인이 복수로 후원회에 가입,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후원금 영수증 처리 시한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아 대가성있는 금품이 합법적으로 정치권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자금을 둘러싼 대가성 시비를 원천적으로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후원금을 일단 선관위에 기탁해 정당에 배분하거나 현행법상 지구당 후원회 기준으로 개인 2000만원, 법인 5000만원으로 돼있는 기부 한도를 대폭 낮추는 대신 소액 기부를 장려하고 모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법 개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은택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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