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국내 보수층의 예상되는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북한의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를 성사시켜, 이 대회의 성공을 기약하고 이를 통해 남북교류나 협력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인공기와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불태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유감”이라면서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원만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통일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라”고 지시, 이같은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또 “과거 (남북이)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서로 화해와 협력을 위해 대화하는 상황 아니냐”며 `부적절하다’는 평가의 이유를 설명하고 “성조기를 모욕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유감을 표명해왔듯 정부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통일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거듭 대구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강조했다.
사실 노 대통령은 이번 대구 대회에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이 참가하는 데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왔다.
북한의 참여를 통해 대회 자체가 성공하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남북간 교류협력에도 도움이 되고 나아가 북핵 6차회담을 앞두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분위기 조성 촉매제도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도 “지난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금강산 관광산업을 포함해 현재 추진중인 남북간 각종 협력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노 대통령이 이날 남북간 `화해와 협력’ 정신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된다.
북한은 국내 보수단체들이 지난 ‘8.15 국민대회’에서 인공기와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불태운 것과 관련, 우리 정부당국의 공식 사과와 대구 대회 불참을 시사해왔다.
게다가 이날 예정됐던 4대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과 제6차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을 위한 사전 접촉에도 “상부 지시가 없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날 국내정치적 부담을 안고 직접 `유감’을 표명, 북한에게 명분을 줌으로써 북한이 입장을 선회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남북간 기존채널을 통해서도 이 문제에 관한 입장 교환이나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사실 18일만 해도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사정을 잘 헤아려보겠다”면서도 “이런 문제(인공기 등 소각)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었다.
결국 라 보좌관의 말은 정부내에서 노 대통령의 입장표명 여부를 검토하면서 여론의 예상동향을 점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민주당 “공존위한 적절한 조치”
민주당은 19일 ‘8.15국민대회’에서의 인공기 소각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관련, “남북관계의 현실과 한반도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문석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상대가 우방이든, 아니든 도를 넘는 행동은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며 “더욱이 상대국의 상징성을 훼손하는 행동은 국제적 관례로 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분열된 국론을 모으고 국민이 화합해 지혜를 한곳으로 모아야 할때”라면서 “당장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앞으로 있을 경협 등 남북관계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의 악화를 막기위한 적절한 조치로 본다”면서 “북한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해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장영달 의원도 “남북이 공존해 화해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 민족 이익에 합당한 것인데 인공기를 불태워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이런 남북화해 협력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평양에서 태극기를 불태우면 우리도 북한과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도 예정된 일들을 마음대로 거부하는 것은 신용을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항의할 것은 항의하고 예정된 것은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북측의 대회 참가를 촉구했다.
박영민 기자[email protected]
한나라 “北요구에 끌려가지 말라”
한나라당은 19일 인공기 소각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관련, 박 진 대변인을 통해 “국내 이념갈등에 대해선 별반 대책도 없고, 사과도 하지 않은 노 대통령이 북한의 사과요구에 쫓기듯 유감표명과 재발방지를 지시한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념문제가 걸린 다른 사안때와 달리 주요 당직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면서 박 대변인 논평으로 입장표명을 대신하는 등 공세가 예상외로 `온건’했다.
북한이 전날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불참을 시사하면서 한나라당 탓을 하는 데 대해서도 당이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 함께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관련,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북한의 참가를 통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대하는 측면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대변인은 “이번 (인공기 소각) 사건의 근본적인 책임은 동맹국의 국기가 백주에 불타고 불법폭력 시위대가 미군 장갑차를 점령하는 등의 극심한 이념갈등을 묵인·방치한 노무현 정부에 있다”며 “노 대통령은 더 이상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엄중대처 등을 통해 이념갈등을 해소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남남갈등을 불러 일으키려는 일체의 선전선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공기 소각에 대한 노 대통령의 유감표명 자체보다는 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 시위를 더 문제삼은 것이다.
한편 홍사덕 총무와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논평 주문에 “대변인 논평으로 대신하기로 했다”고 말을 아꼈다.
서정익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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