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權노갑 파문’에 속앓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16 17: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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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신 - 구 내심다르다 민주당 신구주류가 권노갑 파문에 각기 다른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주류는 권 전 고문의 자금지원설이 파다하게 떠돌면서 경우에 따라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눈치고, 구주류는 현대비자금 유입 수사가 확대될 경우 검찰의 칼끝이 누구에게 향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기색이다.

◇ 신주류 = “당이 필요에 의해 민주화 운동 지도자들을 간청해 영입해 놓고 이제와서 권 전고문 돈이나 받아먹은 사람으로 몰아붙일수 있느냐”

재야 출신의 장영달 의원은 구주류 일각에서 권 전 고문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쪽은 `신주류’라고 물귀신 작전을 쓰는데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중앙당에서 지원한 선거자금을 쓴 것인데 이를 `권노갑 자금’을 받았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그 사람들(386 소장파) 굉장히 흥분해 있다”고 전했다.

때마침 일부 언론에 선거 직후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각 후보들의 중앙당 지원금 내역이 공개되자 이들 신주류 의원들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선관위 제출 자료를 보면 2000년 총선당시 영남과 강원·충청, 수도권의 경합지역 후보들에게 지원금이 집중됐고, 이 가운데 2억원 이상 받은 후보는 91명이었다.

특히 경북안동에 출마한 권정달(3억2750만원), 부산영도의 김정길(2억8500만원) 후보가 중앙당 후원금 신고액 1, 2위를 차지했고, 부산북·강서을에 출마했던 노무현 대통령도 2억7753만원을 신고해 3위를 기록하는 등 영남지역 교두보 확보에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강원도의 송훈석 장을병 이상룡 최각규 이창복 후보와 충청권의 이원성 후보 등도 2억3000여만원 이상을 신고해 상위 30위 이내에 포진했고, 수도권 경합지역의 후보 60여명은 2억1000여만원의 거의 비슷한 지원금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386 출신의 임종석 의원은 “선거직후 중앙선관위에 내역을 공식 제출한 중앙당 지원금 합법적인 것인데 이를 권 전 고문의 자금과 연계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장영달 의원은 “소장파 의원들이 적절한 기회에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중앙선관위에 제출된 지원금 내역은 공식 예금계좌를 통해 나간 것일 뿐”이라면서 “권 전 고문 등 실세들이 은밀하게 지원한 내역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권 전 고문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이를 폭로하면 엄청난 파문이 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물론 이들이 권 전 고문의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가 지났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도덕성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점에서 권 전 고문이 과연 입을 열지는 초미의 관심사일수 밖에 없다.

벌써부터 국회 주변에서는 `권 전 고문으로부터 2억원 이상 받은 인사’라는 10여명의 명단이 실린 괴문서가 돌고 있고 이들 대부분이 신주류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주류 = 권 전 고문 구속 이후 검찰의 다음 타깃이 누가 될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검찰이 현대비자금 관련 여야 정치인 5~6명을 출국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0년 총선을 주도했던 동교동계 등 구주류측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물론, 권 전 고문측은 그의 구속에 대해 “검찰이 한 사람(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말만 듣고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검찰의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훈평 의원은 “권 전 고문은 받았으면 받았다고 하는 사람”이라며 “한보때 검찰이 5000만원 받았다고 하니까 검찰출두전 2억5000만원 받았다고 말했고, 진승현 게이트때는 아예 안받았다고 했는데 결국 무죄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74세의 노인을 구속시키고 나서 무죄가 나오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윤수 의원은 “검찰이 왜 우리쪽만 가지고 이러느냐”며 “권 고문이 돈을 다 먹은 것도 아니고 총선자금으로 당에 내놨다고 하는데 …”라고 말했고, 신주류의 이재정 의원도 “한국의 정치풍토 속에서 권 고문도 일종의 희생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의원은 “출국금지자가 누구라더냐”고 반문한 뒤 “현 정권이 무리하게 수사를 한다면 우리도 가만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모종의 대응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국면 반전을 위해 `권노갑 리스트’를 꺼내들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구여권의 핵심 인사는 “만약 현대비자금과 관련해 내 이름의 이니셜이라도 거론할 경우 곧바로 법적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며 미리 차단막을 치고 나섰다.

한편 권 전 고문측이 총선을 앞두고 110억원을 빌려 당에 입금시켰다고 한 해명과 관련해 당의 2000년 1월~5월의 수입·지출 명세서에는 차입금이 31억원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아귀가 맞지 않고 있고, 현대 비자금 유입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던 권 전 고문측이 `당에 13억원 후원금 전달’ 등을 시인하자 구주류측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당의 회계 관행상 정확한 명세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것들인데 특별히 문제가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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