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4일 상임운영위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민주당 대선자금 공개를 “신당띄우기와 야당흔들기를 위한 음모”로 규정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력투쟁 방침을 재확인했다.
최병렬 대표는 “민주당의 공개내역은 돼지저금통이 80억원에서 4억3000원으로 몇번 수정되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왔다갔다한 것 이상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다”며 “사건의 본질은 비리사건인 만큼 정상적으로 처리하면 되는데 우리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두차례 선관위에 정확히 보고했으므로 꼭 공개하라면 우리에게 후원해준 명단과 액수이지만 이것은 법으로 공개하지 못하게 돼있다”며 “법을 어겨가며 공개할 경우 후원금마저 차단당할 수 있으므로 그 부분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주천 사무총장은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는 공개를 빌린 은폐로 또 하나의 웃음거리”라며 “일각에선 이런식의 공개라면 한나라당도 하지 못할 것이 없지 않느냐고 하는데 우리는 어설픈 공개쇼의 들러리가 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돼지저금통 모금액이 4억4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영세상인들의 피눈물어린 돈을 대선자금으로 유입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하지 않는 것은 도덕불감증의 극치”라고 공격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선 “노 대통령과 민주당이 자신들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비리를 내년총선을 겨냥한 신당띄우기와 야당흔들기에 이용하려 하고 있어 우리를 분노케 하고 있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굿모닝시티 게이트, 돼지저금통 사기극, 경선자료 폐기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진실고백 및 사죄 ▲신당띄우기, 야당흔들기 음모 중단 ▲선관위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착수 등을 요구했다.
서정익 기자[email protected]
민주당 “한나라 빨리 공개하라”
민주당은 24일 자신들의 대선자금 수입·지출 내역공개를 한나라당이 `짜맞추기식'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도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역공했다.
정대철 대표는 오전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법 테두리내에서 대선자금을 공개했고 양심선언 수준에 가깝다"면서 “한나라당도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하며 공개하지 않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자금 제도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데 정치권이 공감하고 있으며, 현실과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와 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의심나는 부분은 후원자 이름이지만 법적으로 밝힐 수 없지 않느냐"며 “여야 합의로 법개정을 하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또 “일부 언론이 경기도지부 후원회 기부금이 40억여원으로 한도를 초과했다고 지적하는데, 지난해 들어온 것과 올 1월 들어온 것을 포함시킨 것"이라며 “선관위에 신고된 대선자금 지출액과 어제 공개한 것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도 어제 공개된 것에는 올해 것도 포함돼 있기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원기 고문은 “지난해 여당이라는 민주당이 야당보다 훨씬 열악한 정치적 환경에서 선거를 치렀다"며 “돈 액수도 (야당이) 우리의 몇 배를 썼다는 것은 천하가 짐작하는 일"이라고 역공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대선 당시 당내 분란을 가리켜 “언론에서 우리 말이 서로 엇갈린다는 지적이 있지만, 알다시피 우리가 대선을 경황없이 치렀다"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중앙당에서 단돈 100만원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어서 우리끼리 모금해 시작했다"고 대선자금에 대한 `혼선' 사유를 해명하기도 했다.
김희선 의원은 야당의 비판에 대해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며 “한국정치사에서 처음 대선자금을 내놓은 것은 우리 당이 도덕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박영민 기자[email protected]
선관위 “개입할만한 여지없다”
중앙선관위는 24일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에 따른 논란과 관련, “실정법상 문제가 있다면 검찰등 수사기관에서 조사할 수 있으나 현재 선관위로서는 개입할만한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대선에 대한 공소시효가 6월13일로 만료된 상태”라며 “공개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문제점이 있다면 검찰 등 수사기관이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선관위 차원에서 공식적인 검토의견을 내거나 수사의뢰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제16대 대선의 선거운동과 자금 등에 대한 법적 처리와 실사 등이 종료된 만큼 여야간 대선자금 공방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의 공개 내용이 선관위에 신고된 것과 큰 차이가 없으며,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선거자금 수입·지출 내용상의 문제에 대해 현행법상 적극적인 규제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연간 후원 한도액을 초과한 법인에 대해 개인 명의로 38억4900만원을 `차명(借名)’ 후원받은 데 대해 “형식적으로나마 후원금 한도를 규정한 법의 테두리를 준수하기 위한 것이므로 선관위에서 문제삼기 어렵다”며 “잘못된 관행은 입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에 신고된 지출내역과 민주당이 공개한 내역 사이에 8억원 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데 대해서는 “전화요금 등 통신비는 사용후 한달후에 청구되기 때문에 나중에 신고되는 것이 관행이고, 야당의 사정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시·도지부에서 모은 후원금을 중앙당 선대위에 기부한 것은 위법’이라는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시·도지부 후원회가 시·도지부에 후원금을 기부했다면, 시·도지부가 그 돈을 중앙당에 지원했다 해도 규제할 근거가 없다”며 “그런 논리라면 중앙당의 지구당 지원도 불법이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대선 잔여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잔여금은 정당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사용하면 되는 것이고, 선관위는 추후 정당의 운영비 등에 대한 실사를 통해 적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절차”라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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