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계파는 당무회의에 앞서 일제히 조찬 모임을 갖고 대응전략을 숙의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신주류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원기 신당추진 비공식기구 의장과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이해찬 의원 등 현역의원 31명과 원외 당무위원 10여명 등 40여명이 대책모임을 갖고 이날 신당추진위원회 구성안 상정을 강행하되, 표결은 유보키로 결정했다.
김 의장은 “정치를 오래했지만 요즘처럼 괴롭고 고통스러운 적은 없었다”며 “최근 형제처럼 가까웠던 후배·동지들과 있을 수 없는 오해로 대결하고 있어 피할 수만 있으면 쓴잔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신당은 국민과의 약속이자 시대의 소명으로 기필코 관철해야 한다”며 “신당추진위원회 구성안을 상정, 인내심을 갖고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구주류는 이날 여의도 모 호텔에서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 김옥두, 최명헌 의원 등 13명이 모여 신당추진위원회 구성안 상정을 저지하되, 상정될 경우에는 임시 전당대회 소집요구안도 함께 상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신당에 대한 합의없이 기구부터 띄우는 것은 강행처리 의도가 분명하다”며 “상정을 강행할 경우 사태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신당추진위 구성안) 통과를 저지하고 임시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중도파 모임인 ‘통합·개혁모임’ 소속 강운태 조재환 의원 등도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모여 지난 주말 신구주류 중재 결과를 보고한 뒤 당무회의 대응책을 논의했다.
신구주류 모두 일전불사의 각오로 당무회의에 임하면서 회의장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 마저 감돌았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 정대철 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실에서 열린 당무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당무위원들이 제기한 신당추진위 구성안과 임시 전당대회 소집 요구안을 모두 상정, 논의하겠다”며 “그러나 오늘 결론을 내거나 졸속으로 표결처리하지 않고 민주적으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론 순서에 들어가자마자 신구주류는 당무회의장 선정 문제로 설전을 벌였다.
김성순 의원이 “왜 당내 회의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하고, 당 대표가 예결위원장 자리에 앉아있느냐”며 문제를 제기하자 이상수 총장은 “국회 대정부질문이 있는데다 당에서 민생문제를 챙기지 않는다는 여론의 눈총도 있어 편의상 이 곳으로 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 협 의원은 “편의도 좋지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김충조 의원은 “예결위원장 자리에서 대표가 내려오는 게 온당하다. 함부로 앉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구주류측 장성원 의원이 “당으로 옮겨 회의를 하자는 주장을 무시하고 변칙적으로 의사를 진행하는 것은 폭거”라고 주장하자 정 대표는 “장 의원이 의원생활을 얼마 안해서 그런지 몰라도 국회 146호실, 예결위회의장에서도 당무회의를 한적이 여러번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철도산업구조개혁법안과 경제활성화대책특별위원회 구성안을 놓고도 신주류측은 신당추진기구 구성안의 상정을 위해 두 안건의 신속한 통과를 요구했으나 구주류측은 오전 10시 본회의 개의를 감안, 신당추진기구 구성안 상정을 막기 위해 두 안건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요구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정 대표는 철도산업구조개혁법안 상정을 다음 당무회로 연기하고 경제활성화대책특별위원회 구성안은 통과시킨 뒤 오전 9시6분께 “신당추진기구 구성안건을 상정했다”고 `기습 선포’했다.
이에 김충조 의원이 나서 “신당논의는 당의 해체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당의 해체와 합병은 당무회의 권한이 될 수 없고 전당대회를 통해 가능하다”며 안건 상정의 원천무효를 주장하자 정 대표는 “신당은 당을 해체할 수도 있고 통합할 수도 있으며, 이미 지난해 8월 최고위원회 결의와 당무회의 의견을 거쳐 신당추진기구를 만든 전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가 신당추진안 상정을 확인했으나 구주류 의원들은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해 상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정 대표는 “신당 추진은 당을 해체해서도 할 수 있고, 통합해서도 할 수 있다”며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해서 수정하면 될 것이며, 내가 한쪽으로 모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명헌·이협의원 등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신당논의 중단을 요구했고, 이윤수 유용태 의원은 각각 “안건 상정주장을 승복할 수 없다” “제안설명도 없이 의안을 상정한 것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도파인 박병석 의원은 “양 극단을 주장하는 분들과 중립지대에 있는 분들이 대표를 구성해 막후대화를 해달라”며 “문을 걸어잠그고 합의를 할 때까지 나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상수 총장은 “필요하다면 박병석 의원이 제기한대로 통합신당의 전제하에 일정한 인원이 모여 협상할 용의도 있다”고 말한뒤 “이런 양보 등을 거절하고 당을 지키려 한다면 분당을 꾀하는 것”이라고 구주류를 압박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 대표는 “의안상정은 대표 직권으로 이미 상정된 것”이라고 재차 주장하고 오전 10시10분께 산회를 선포했다.
회의직후 박상천 최고위원은 “의안상정은 의장직권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상정을 막기위해선 당무회의를 원천봉쇄하거나 의장의 입을 틀어 막아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점잖지 못하게 돼 상정을 묵인했다”며 “의안 표결처리를 막고 원천무효화 시키는 방법 등을 정통모임에서 논의한 뒤 내일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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