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40~50%대로, 같은 시점 80~90%대를 기록했던 김대중(DJ) 김영삼(YS) 정부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유보층이 두터워, 낙제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핵 위기, 이라크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금융시장 위기 등 외생변수에 대처하느라 과거 정부처럼 지지를 끌어낼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기는 힘든 처지였다는 항변도 하고 있다.
또 DJ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 따른 경제구조 개혁, 경제발전과 병행하는 인권 및 민주주의 신장, YS정부는 문민화라는 시대적 화두가 명확한 개혁 과제들을 제기했고, 이에 부응하는 가시적 조치들이 나왔지만 참여정부는 그게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집권초 국민을 사로잡을 만한 매개가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0일간 가장 큰 변화는 탈(脫)권위주의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는 점”이라며 특히 정책결정과 인사의 시스템화를 들었다.
탈권위주의를 개발독재 및 `3김(金)’의 권위주의 시대와의 차별적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YS, DJ정부를 거쳐 틀을 갖춘 절차적 민주주의를 질적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권위주의 타파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정치사찰 금지, 독대보고 폐지, 해외정보와 경제비전 위주의 국정원 개혁, 검찰·언론과의 유착 근절, 당정분리 실천 의지와 제도 정비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토론공화국’이라며 대화와 토론을 통한 정책결정과 공정·투명한 인사시스템 구축 의지를 강조하면서 실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청와대 정책실이 2일 노 대통령의 100일 기자회견 참고자료에서 이 기간을 위기관리와 국정운영 시스템 정비기간으로 규정하고 `권력문화’ 개편을 통한 수평적 리더십 확립기로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핵 위기속에 출발한 참여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한 한미동맹 강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 확인 등 안보불안 해소에도 집중해 왔다.
그 결과 노 대통령은 지지층의 일부 이탈 조짐도 있었으나 외교·안보분야에선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도 이날 회견에서 “당선후 저를 억눌렀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한미관계와 북핵 문제, SK글로벌 문제였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앞으로 한반도 평화와 경제안정을 좌우하는 일”이라며 그간의 성과를 내세웠다.
그러나 경제분야에선 경기침체 가속화와 민생 악화 등에 치밀하고 일관성있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고 이는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출범초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다 내부제동이 걸린 뒤 다시 최근 인하론이 제기되는 것이나, 추경 예산안 편성 실기 논란, 금리인하 및 주택가격을 포함한 부동산값 급등에 대한 대증요법식 대처 논란 등이 단적인 사례이다.
개혁진영에선 SK글로벌 사태로 상징되는 재벌 분식회계 대책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등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위한 재벌개혁 정책이 경제불안을 이유로 후퇴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비판 목청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 사태 등에서 보듯 노조를 비롯한 각종 이익집단들의 요구가 집단행동으로 분출되고 있으나, 정부의 대응은 원칙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사회안정과 국가질서 유지라는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판적인 입장에선 내각과 청와대, 대통령과 참모진간의 유기적 대응체계와 정보의 절대부족 및 정보흐름의 일부 왜곡 등을 그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결정된 정책을 일관성있게 말하기보다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나 발표후에도 정책의 배경을 `해설’하는 바람에 메시지가 불명확해지고 국정 혼선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말을 아껴야 한다”는 조언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한총련의 5.18 시위에 대해 노 대통령이 `난동’이라고 표현했다가 이내 잘못된 보고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관용’ 방침이 나왔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방침에 대한 전교조의 연가투쟁 선언에 노 대통령이 “정부를 굴복시키려 해선 곤란하다”고 말한 것이 중점 부각됐으나 이후 청와대측의 중재로 `전면 재검토’ 결론이 났다가 최근 다시 `사실상 시행’으로 뒤집어진 양상 등이 단적인 예이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이 2인자’라는 참여정부의 구호와 달리 노 대통령의 지시와 청와대의 개입에 따른 정부 의사결정 시스템 무력화 등 인치(人治)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박원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국정철학과 정책기조를 보여주지 못했다. 시스템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국정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참여정부에 대해선 또 `아마추어리즘’ `코드 중심의 전문성과 경험 부족’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관료가 필요없는 시대”라고, 이정우 정책실장은 “경륜·관록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과거 부패와 왜곡에 책임이 큰 것 아니냐”고 각각 반론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3가지 `새로운 관행과 문화’의 하나로 지적한 정부와 언론간 관계에 대해선 언론과의 유착 근절과 압력 자제 등 합리적인 권언(權言)관계 형성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실한 브리핑, 취재제한 논란, 언론과의 불필요한 긴장관계 조성논란 등은 합리적인 권·언관계 설정을 위해 아직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는 향후 국정운영 과제로 금융 및 시장개혁의 지속적 추진과 민생안정 등 경제 챙기기를 비롯, 북핵의 평화적 해결 등 한반도 평화번영 정착,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지방분권화 등 국가비전 실현을 내세웠다.
그러나 당장 노 대통령이 자신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씨의 용인 땅 매각의혹 등 주변 문제를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해결하고, 경제성적표를 어떻게 내느냐가 앞으로 참여정부 성적표의 하향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느냐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출범 백일도 안돼 제기된 노 대통령 주변인물들과 관련된 각종 의혹은, 노 대통령의 권력형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말과 의지를 공허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기때문에 사실여부를 명확히 규명하는 게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 문제에 대해 청와대 고위인사들은 한결같이 `일부 언론의 부당한 흔들기’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나, 일부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이 대선때 얻은 지지율보다 못한 국정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네탓으로만 돌려선 안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 YS, DJ는 대선에서 노 대통령보다 낮은 지지를 받았음에도 민주화 투쟁 역정 및 확고한 기반세력이 국정운영을 뒷받침했으나 노 대통령은 이러한 기반이 없고 지지층의 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민통합’ 리더십 확보 역시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이영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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