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신당 이래서 복잡하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5-26 19: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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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불개입’

입장표명 자체가 ‘편가르기’

양측모두 기득권포기 압력

노무현 대통령은 당분간 신당문제에 대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것 같다.

지난 25일 한화갑 전대표에 이어 26일 민주당 조순형 의원도 신당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했으나 노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당정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이 알아서 할 일로, 밝히라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다”고 자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도 평소 대통령의 총재 겸임을 통한 당정장악의 폐해를 막기위해 당정분리를 해놨다는 전제아래 대통령이 당에 대해 말하면 개입한다고 하고 가만 있으면 뭐하고 있느냐는 문제제기를 받는 `이중적’ 현실에 난감함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당정분리를 떠나 소위 노심(盧心)이 작용할 경우 신당이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분당이냐, 잔당이냐의 논란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입장표명 자체가 편을 가르는데 이용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하고 있다.

즉, 노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위한 신당을 지지한다는 입장은 오래 전부터 어느 정도 확인됐던 것인 만큼 신당의 성격, 규모, 형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경우 노심 논란으로 신당 건설 취지가 퇴색할게 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또 과연 지금이 신당의 본격적인 추동과 탄생의 적기냐는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노 대통령은 내달 4일에 검토되고 있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에서도 신당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갈 것이라는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노 대통령이 심정적으로 신당을 지지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며 그 성격은 `민주당+α’가 아니라 `헤쳐모여 신당’으로 읽혀진다.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말해왔던 것을 상기하라”고 전제, “민주당이 호남색을 먼저 벗고 변화해야만 민주당 호남독식, 한나라당 영남독식의 상황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DJ가 호남세력 등 자기 것은 다 그대로 갖고선 인사 등을 통해 동진정책을 펼쳤지만 수차례 실패했다”며 “모험이 필요하고, 기득권을 버리는 살신성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기득권 포기는 소위 구주류와 함께 신주류를 동시에 겨냥하는 양날의 칼이라는 해석이 있다.

호남지지에 얽매여 헤쳐모여를 내심 주저하는 신주류에게도 자신과 같이 지역주의 격파를 명분으로 `모험’을 하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민주당을 그대로 둔채 총선을 치를 경우 영남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물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출마했지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하겠느냐”고 반문, 영남교두보 마련 등을 위한 신당 성격을 규정하기도 했다.

한 전대표의 신당 불참 선언에 대해 “지역주의에 안주하려는 생각”이라는 한 관계자의 주장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한 언급이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분당이든, 잔당이든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구주류 세력이 다 함께 해야 한다는데 크게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DJ식 동진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탈DJ 영남민심 확보를 위해서라는 논거에서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구주류 강공 배경

소극적인 중도파흡수 포석

신주류측 강행때는 전면전

구주류 중진인사들이 최근 신당반대 공세에 적극 나선 것은 신주류 강경파의 `민주당 해체론’ 예봉을 꺾고 주춤하고 있는 다수의 중도파 의원들을 `리모델링론’으로 견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갑 전 대표가 지난 25일 신당불참 선언을 한 데 이어 정균환 총무도 26일 핵심당원 5만여명에게 편지를 보내 신주류측의 신당 추진을 `당권장악 음모’라며 “당을 사수하자”고 호소하고 나섰고 `구당모임’의 회장인 박상천 최고위원도 연일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 중진의 선언·주장·호소 등은 또 원내외 위원장 뿐 아니라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인 당원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신구주류간 대회전을 앞두고 `기층 당심’ 확보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공세적 접근에는 신주류 강경파의 민주당 해체론이 핵심당원과 호남유권자를 비롯한 전통 지지, 개혁·진보성향 유권자 등 3대 지지세력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해 신주류측의 신당추진이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대선이후 신주류 중심으로 당이 운영돼 왔으나 안팎의 혼란이 가중되고 남북관계 등에서 `후퇴’를 보임으로써 신당의 이념적 정체성도 모호해지는 등 신당의 흥행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도파 의원 상당수가 지난 16일 신주류 주도의 워크숍에 참석함으로써 신당 창당이 대세를 장악한 듯 했으나, 이후 관망하는 태도로 돌아선 것도 작용했다.

구주류의 한 관계자는 “신당 창당론이 숫자상 우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 지지세력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고 신당이 민주당과 이념적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면서 급격히 힘을 잃고 있다”며 “지금의 상황에선 중도파 의원들도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신당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은 노 대통령이 당내 상황 안정을 위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임시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구성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은 신주류 강경파의 당무회의 조기소집을 통해 민주당 해체 및 신당 창당 관철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임시전당대회를 제안한 것은 당무회의가 당 해체를 결정할 만한 권한을 가진 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비공식기구를 통한 밀어붙이기식 신당 논의에서 벗어나 당원들의 총의를 묻는 절차를 거치자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박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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