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팎의 개혁세력내에선 리모델링에서부터 헤쳐모여식 창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의 개혁신당 논란이 이어져왔으나, 이날 저녁 큰 원칙에 의견을 모았다.
이른바 `국민회의식 신당 창당’과 `새천년민주당식 신당 창당’간 논란도 일단 당내 공식기구 구성을 통한 추진이라는 민주당식으로 모아졌다.
내부 이견을 이같이 모은 것은 당 개혁 논의가 5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4.24 재보선 패배와 그에 따른 위기감을 토대로 우선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모임 참석자들은 지난해 대선직후 요구했던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주장을 재확인하면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내외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세력이 참여하는 신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신당창당추진위’라는 공식 추진기구를 당내에 구성키로 한 것은 구주류 등의 반발을 감안해 이들을 가능한 설득해 함께 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당 창당의 장애물을 최소화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이들은 또 구주류가 다수인 최고위원들을 사퇴시키고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대신할 당무회의를 통해 추진기구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
모임에 참석한 문석호 의원은 “뺄셈 개념이 아니라 덧셈 방식으로 전환됐다고 봐도 된다”며 “당내외 제정파를 망라, 전부 참여시키는 쪽으로 한다면 호남을 배제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구주류도 반대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주류 최고위원들은 사퇴요구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고, 당무회의에서도 구주류가 의결에 응할지 미지수다.
또 신당창당 추진기구 등을 구성하려면 민주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가 승인하거나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 당무회의로 결정권을 넘겨야 하는데, 최고회의와 당무회의는 구주류가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신주류측 의원들이 “신구주류 구별없이 함께 갈 것”이라며 신당추진 과정에서 구주류의 동참을 호소한데 대해서 구주류측은 `선(先) 당개혁, 후(後) 신당모색’ 입장을 보이면서 신주류측의 현 지도부 해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구주류 의원들은 29일 신주류측의 `헤쳐모여식 신당’ 선언에 대해 “민주당을 지역당으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구주류는 당 개혁안을 관철시켜 민주당의 뿌리와 정통성을 살리고 신진세력을 영입하는 `외연확대’를 시도해야 하며, 분당을 통한 신당창당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신주류를 비난했다.
박상천 한광옥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 등 구주류 핵심인사들은 28일 오후 비공개 회동을 통해 신당 대책을 논의했고, 일부 의원들은 신당 저지를 위한 대의원대회 소집을 추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구주류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신주류가 신당창당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었으며, 역할분담까지 끝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균환 총무는 “어떻게든 민주당의 뿌리를 살리면서 좌우의 날개를 달고 외연을 넓히는 게 정상”이라고 전제, “순간적으로 신당쪽에 힘이 쏠릴 것은 각오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을 지역당으로 전락시켜 호남 유권자 일부를 빼가면 성공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무는 신당추진파와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노 대통령이 주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대통령은 국정운영이 최우선인데 주위 사람들이 대통령 입장에서 걱정하기보다는 대통령을 이용하려고만 하니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광옥 위원은 “국민의 변화욕구에 부응해 당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고 개혁안을 관철시키려는 막바지에 신당 운운하는 것은 당원과 국민에게 할 도리가 아니다”면서 “지도부 사퇴를 운운할 때도 아니며, 개혁안을 만들고 개혁당과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환 의원은 “전통산업과 접목되지 않은 벤처기업은 전부 망했다”면서 “당 밖으로 나가서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당에 남아 신당추진위를 만든다는 것은 해당행위”라며 “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작업에 들어가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김상현 고문은 “헤쳐모여식 신당을 통해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당을 개혁시키면서 새로운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지 토론을 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도 당을 깨고 신당을 만드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수적 열세를 보이고 있는 신주류가 다수의 구주류를 설득해 신당창당 과정으로 넘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상수 총장은 “최고위원들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단은 비공식기구를 띄울 것”이라며 한발짝 물러섰다.
신주류 내부의 이견을 어떻게 봉합하느냐도 신당 추진파들의 고민이다.
28일 만찬회동에 신주류 중진인 정대철 대표, 김원기 고문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민주당의 개혁작업을 통해 당을 개조한뒤 외연 확대 차원의 신당을 모색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면서 즉각적인 신당 창당에는 구주류와 마찬가지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김경재 의원은 “신당을 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카리스마, 치밀한 밑그림, 상당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어떤 요소도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신당 추진의 관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다. 노 대통령이 신당 창당에 어느정도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당내의 힘쏠림이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주류측은 “노 대통령이 아직은 헤쳐모여식 창당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관측했지만 신주류측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면 재보선 직후 신당 논의가 이처럼 급물살을 탈 수 있겠느냐”는 반문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김태랑 최고위원 등 당내 인사들과 비공식 만남을 잇따라 갖고 당내 분위기를 탐색중인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신당 문제에 대한 견해표명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갑 전 대표가 신당 추진에 참여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열흘 가량의 일정으로 29일 방미 출국한 한 전 대표는 “미국에 다녀온뒤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즉각적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신주류측은 한 전 대표의 호남 대표성을 인정해 참여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주류측은 `민주당의 법통 승계’를 내세워 만류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대북송금 특검 수사의 진행상황과 호남민심의 향배 등도 신당 추진의 순항 여부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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