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도 탈피” 정계개편 급물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4-28 18: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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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내 개혁신당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계파간 대립과 갈등만을 지속해온 현재의 민주당을 환골탈태하든지, 아니면 서로 결별해 `개혁신당’을 별도로 차리자는 논의가 신주류측의 주도로 활발해지면서 당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당내 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구주류측은 당분간 관망하면서 논의의 흐름을 지켜보되, 구주류를 배제하는 신당창당쪽으로 가닥이 잡혀갈 경우 중진회동 등을 통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임시지도부 구성 문제와 신주류 내부의 이견, 대북 송금 특검수사 진행에 따른 호남 민심의 향배 등이 신구주류간 힘겨루기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신당의 방법론은 대체로 두 갈래로 갈라져있다. 이른바 ‘리모델링’과 ‘분리 신당’ 방식으로 대별되지만 이것도 전혀 별개의 차원은 아니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리모델링을 우선 시도하다 실패할 경우 분리신당으로 자연스럽게 옮아갈 수도 있어 어느 정도 연계성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골격을 그대로 둔 채 외부 개혁세력을 수혈, 사실상의 신당을 만드는 리모델링 방안은 신주류 당권파와 구주류 개혁파, 중도파들이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의 정통 지지기반인 호남에다 개혁세력 및 일부 부산·경남(P·K) 중심의 영남세력까지 포용, 구주류의 이탈 가능성을 줄이면서 내년 총선에서 원내 제 1당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신주류에선 정대철 대표와 김원기 조순형 고문, 이상수 사무총장, 정세균 정책위의장, 추미애 의원, 구주류에서는 한화갑 전 대표, 김태랑 최고위원, 배기선 조성준 설훈 의원, 중도파에서는 함승희 김덕규 박양수 의원 등이 리모델링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만큼 민주당에서 집단 탈당, 개혁세력과 연대해 호남 정서를 탈피하고 정치·정당 개혁을 내세우는 신당을 창당하자는 ‘분리신당’론도 일부에서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신주류 강경파로 꼽히는 천정배 신기남 이미경 송영길 이호웅 이종걸 임종석 김성호 이재정 이강래 이해찬 의원 등이 이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내의 이런 움직임이 결국 개혁당과 한나라당을 자극, 자연스럽게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민 주 당

신당 추진파 ‘세불리기’가속

구주류측 “당하지만 않겠다”

4.24 재보선 참패를 `반개혁세력에 대한 사형집행’으로 규정한 민주당 신주류 강경파 및 소장파 의원들은 당내 4~5개의 다양한 개혁성향 의원 모임을 하나로 규합하는 작업을 1차적으로 모색중이다.

이들은 첫단계로 신당 추진파의 `세불리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신주류측은 대선 직후부터 시작된 당 개혁 논의가 5개월째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개혁안의 본질이 구주류측의 기득권 고집으로 변질되면서 원안 통과가 어렵게 된 점을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명분의 전면에는 `포스트 3김’ 시대에서의 지역주의 탈색을 위한 새로운 정치지형 창출이 포함돼 있다.

28일 연쇄 회동을 가진 신주류측 의원들은 “신당 논의의 흐름은 가닥이 잡혔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조만간 신당논의의 중심을 잡을 것”이라며 개혁성향 의원 행동통일의 수순을 밟아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본부장단을 역임했던 이상수 이해찬 천정배 신기남 의원 등 `친노 핵심인사’ 13명은 이날 여의도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내주중 신당 논의 워크숍을 개최키로 합의했다.

또한 이날 저녁에는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촉구했던 의원 23명을 포함한 개혁성향 의원 전체 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신당 창당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들은 구주류측의 `호남 민심’을 내세운 반격에 대해서도 “구주류는 호남을 볼모로 하지 말아야 한다”(신기남) “지역타파는 호남포위가 아니라 호남해방”(이호웅) 라며 선수를 치고 나섰다.

그러나 신주류내 당권파, 또는 중도파로 불리는 정대철 대표와 김원기 고문 등은 신주류의 신당공론화 추진이 마뜩치 않은 모습이다.

이들은 신구주류간 적절한 타협을 통해 개혁안을 통과시키고 동교동계의 일선 퇴진 등을 통해 단계적인 당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강경파의 움직임을 제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눈치다.

특히 현재의 신당 추진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돼온 당내 의원들과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 내정자 등이 추진하고 있어 사실상 ‘노심(盧心)’이 실리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모양새로 나타나는 것도 이들에게 부담이다.

중도파들은 “호남 민심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호남 신당을 얘기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호남 민심이 분열되면 수도권에서 참패할 수도 있다”는 현실론을 들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신주류내의 의견통일이 쉽게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가운데 구주류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면 중진회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구주류는 지난주 4.24 재·보선이 끝난 직후 비공개 소모임 등을 통해 신당 창당론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으나 행동은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주류 핵심인사는 “노 대통령이 신당에 뜻을 두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신당이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상태에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호남을 배제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신당을 추진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접전이 벌어지는 수도권에서 참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노심’이 신당창당에 실려있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과 함께 그렇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며 “만약 신당창당이 구체화된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며 당을 지킨다는 원칙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옥두 의원은 “민주당에서 공천받고 당선된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소속당을 비판하는 것은 정치도의상 옳지 않다”며 “2~3일 더 지켜보겠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두고보라”고 말했다.

이훈평 의원은 “신당 얘기에 신물이 난다”면서 “신주류가 신당을 하든 뭘하든간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나는 민주당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 나 라

개혁파 이탈땐 도미노 우려

“남의 일 아니다”대응책 부심

한나라당은 28일 `민주당발(發) 정계개편’이 가시권내에 진입하고 있다고 보고 그 항로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한나라당도 태풍권 밖으로 비켜서기 어렵고, 자칫하다가는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정계개편의 시나리오를 놓고 몇가지 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우선 민주당 신주류와 개혁당이 통합한 뒤 한나라당 개혁파를 영입하는 수순, 아니면 이런 순서를 밟지 않고 곧바로 3자 통합을 모색하는 방안 등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호남 인사에 대한 영입작업과 사정기관을 동원한 의원사정 등을 통해 정계개편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세(勢) 확산을 도모하는 양동전략을 펼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여권 신주류가 결국은 동교동계 중심의 구주류를 배제한 신당을 창당, 내년 총선에 대비한 힘을 비축해갈 것으로 본다”면서 “정계개편의 물살이 가속도를 밟아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의원은 “지역 독점을 통해 정치시장을 독과점하던 시대는 이미 균열되고 있다”면서 “대중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다양한 컬러의 정당들이 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정계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확산되면서 당내에서는 정계개편의 시기와 방법, 야당의원들의 동참 여부, 동참할 경우 그 규모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개혁파 의원은 “민주당이 와해되고 정계개편이 자연스런 흐름을 띨 경우 개혁과 진보에 대한 신념체계를 가진 당내 의원 10여명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수도권 소장파 의원 가운데는 `한나라당 간판’을 내걸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의 득실에 대해 고민하는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들중 일부는 여권이 집중 공략대상으로 삼게되면 동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내 소장파 원내외 인사들의 모임인 미래연대가 지난 27일 임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태정치 배격과 미래지향적 당쇄신 운동을 표방하며 `개혁연대’ 결성을 추진키로 했다.

개혁연대 대상으로는 당내 재선그룹인 희망연대와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국민속으로’ 및 박근혜 의원까지 지원그룹으로 거론되고 있어 향후 당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 후보진영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미래연대 남경필 황영철 권영진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전대는 단순히 대표 한명을 뽑는 행사가 아니라 당의 면모일신, 미래지향적 정책노선 확립, 분권적 민주적 당운영 정착이라는 당쇄신 과제를 이루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에 동의하는 당내 건강한 보수와 합리적 개혁세력, 디지털 세대가 힘을 합쳐 미래지향적 당쇄신 운동을 본격화하고 그것을 위한 연대의 틀을 형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먼저 전대 과정에서 강압적인 줄세우기, 지역주의와 돈선거 같은 구태정치 배격운동부터 함께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연대는 이와 함께 이런 당쇄신 방안에 동참할 의지를 가진 인사들을 상대로 서명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미래연대 지도부는 이미 희망연대와 `국민속으로’ 회원들과의 접촉을 통해 동참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래연대의 쇄신운동이 당내에서 실패할 경우, 개혁과 진보에 대한 신념을 가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덕룡 의원은 “당내 개혁적 의원들의 우선적 관심사는 우리당의 환골탈태”라고 지적했고 한 중진의원은 “탈당의원이 많아야 3~4명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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