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대신 `시장개혁’이란 용어를 선택했다.
노 대통령은 “몰아치기식 개혁은 안된다”며 “개혁의지를 가진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속도로 하되 쉼없이 시장개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입장은 지속되고 있는 경제난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애초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일뿐 아니라 원래부터 그같은 경제철학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선거때 표심을 의식하는 바람에 재벌개혁과 분배주의자 이미지가 과대 부각됐을 뿐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노 대통령 자신과 측근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성장론’으로 선거 후반부터 안정 이미지를 앞세웠다.
SK 수사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수사결과 발표를 늦추자는 정부 차원의 요구가 있었고, 이에 노 대통령이 동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방침에 제동을 걸고 상속세 포괄주의 도입 의사를 밝히면서 총체적 세제개혁을 내세우는 가운데 집단소송제 도입을 강조하는 등 경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든다는 취지에서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경제개혁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對) 정치권 관계 = 민주당의 거부권 행사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북송금 특검법을 공포함으로써 일단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삼아 정국에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여야 사이에서 등거리를 유지한다는 자세다.
또 야당 당사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 초청 대화 정치를 본격화하는 등 새 대야관계 정립에 주력하고 있다.
소수 정권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 대통령 스스로가 밝힌 새 정치를 실천한다는 뜻도 담겨있다.
내달 2일엔 이례적으로 임시국회 본회의에 직접 나가 시정연설을 한다.
국회를존중하는 정치적 행보다. 고위당정정책조정회의 등 당정관계 복원을 통해 정책 중심의 경쟁과 정당체제 구도를 점진적으로 안착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민주당 대표와의 2주 단위 정례회동 등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특히 민주당내 신구주류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일각에서 신당론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노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할 지는 총선을 앞두고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교적 순탄한 한나라당과의 관계가 이후 정국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모할 지도 관심사다.
총선 전까지 노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 추진의 열쇠는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사정책 = 출범 초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부문은 인사였다. 40대 군수와 여성변호사 발탁 등 조각 인선에서 신호탄을 쏴올린 새 인사흐름은 검찰의 서열·기수 파괴로, 이어 정부부처 1급 물갈이로 변화의 폭과 속도를 가늠케 했다.
노 대통령은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검찰인사 파동을 봉합하는 등 정면 돌파로 이런 인사흐름을 대세화하는데 성공하고 있는듯한 양상이다.
서열-기수 대신 능력 위주의 적재적소 원칙을 내세워 나름대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그러나 부패방지위원장 임명 취소 등에서 나타난 인사시스템의 허점, 장관급 주요직에 대한 잇단 측근 중용 및 국정원장 인선난 등으로 지적되는 편향성과 인재풀의 한계 등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인사는 그 어떤 정책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또 다른 정책’이고 `인사가 만사’라는 노 대통령의 평소 주장에 비쳐 최근의 검찰인사 등으로 인해 호남민심이 좋지 않은 점도 노 대통령을 부담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북핵문제와 한미관계 = “전쟁은 없다”면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계속 강조하고 이를 위한 한미간 공조와 조율에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특히 이라크전 발발 이후 “미국의 다음 대상은 북한”이라는 일각의 불안감 조성에 대해 책임있는 미 당국자들의 평화해결 원칙 및 한미동맹을 들어 쐐기를 박고 나서는 등 안보불안을 씻으려는 노력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부시 미 대통령과의 통화, 이라크전 파병결정, 북핵문제 등 안보불안에 따른 외국인 투자 감소 우려를 의식한 국가홍보 강화 등이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북핵문제 해법과 관련해 한미동맹과 또다른 한축의 고려요소가 될 수 밖에 없는 북한과의 관계가 최근 이라크전 파병이후 악화될 조짐도 배제할 수 없는 기류여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핵문제에 대한 공조원칙에 공감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미관계도 주한미군 한강이남 재배치 및 관계 재조정 문제 등 전환기를 맞아 정부의 대응이 쉽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적어도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군론에 대해 노 대통령은 “통일이후에도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해 미군 주둔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만 주한 미군 재배치와 관계 재조정 문제는 내달로 예정된 한미 실무당국자간 회담과 5월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이뤄져 큰 방향이 잡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서정익-박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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