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특검법 단안’ 기로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13 19: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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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14일 국무회의를 하루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동교동계는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호남지역을 비롯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강조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각계 원로 및 사회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와 여야 정당 지도부와의 연쇄회동 등을 통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 민주당 구주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DJ측근 조사’까지 언급하며 진상규명 의지를 피력한 만큼 `북한 부분의 조사, 형사소추 제외’라는 수정방향을 한나라당이 수용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12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권한대행과의 오찬 회동 후 한나라당에서 나오는 반응이 일단은 `수정불가’ 일색임에 따라 노 대통령은 특검법의 공포냐, 재의 요구냐의 양단간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으로선 특검법 공포에 따라 대북송금 과정 전반에 대한 특검이 이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남북대화 차단’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새정부 출범 초기인 상황에서 특검법에 반대하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불만과 반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이 표결에 불참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취임후 처음 국회를 통과한 법을 거부하는 데 따른 부담이 막대할 뿐더러 `거부권 행사시 살생(殺生)의 정치밖에 선택이 없다’는 한나라당의 배수진에 따른 여야관계의 경색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당면과제를 놓고 `남북간 대화채널 단절’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카드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각종 개혁정책 등의 추진에서 절대적으로 협력이 필요한 국회 제1당인 한나라당과의 `관계악화’를 감수할지 기로에 놓인 셈이다.

청와대에선 일단 특검법을 수용하는 대신 한나라당이 최소한 성명 형식이라도 노 대통령이 요청한 `북한부분에 대한 특검 조사 및 형사소추 제외’ 등을 정치적으로 약속해주길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내의 기류 변화와 함께 여야간 막판 협상 가능성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13일 저녁 청와대 수석·보좌관들과 함께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동교동계 의원들은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DJ측근 조사’를 언급하자 발언의 의미를 되새기며 특검정국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청와대와 신주류측의 기류처럼 특검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받아들일 경우 결국은 김대중 대통령과 대북 햇볕정책이 특검 수사대상에 오르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대북정책은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호남지역을 비롯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강조하고 있다.

동교동계 핵심의원은 13일 “측근의 범위라는 게 남북관계와 관련된 부분을 얘기하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거기에 대해선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훈평 의원도 “대북관계에 관계했던 사람들에 대해 국내부분을 밝히기 위해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게 아니겠느냐”며 “당 일각에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임동원 전 외교안보통일특보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같은 맥락인 것 같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핵심의원은 “지난 11일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당론을 분명히 정했다”면서 특검법 거부 당론을 상기시키고 “한나라당이 북한에 밀사를 보낸 것은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용납할 수 없는데도 당에서 고작 성명 하나 내고 말다니 기막힌 일”이라고 당 지도부의 대응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훈평 의원도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게 되면 남북간 대화통로가 막히고 노 대통령의 동북아 중심국가 구상도 실현되기 어렵게 된다”며 “거부권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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