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한국號’ 기득권 몰락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2-25 18: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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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청산 사회적약자 보호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25일 공식 출범한다. 본보는 21세기 벽두 급변하는 대내외적 상황속에서 변화와 개혁의 새 진운으로 평화와 번영, 도약의 시대를 열어주기를 갈망하는 국민적 기대속에서 탄생하는 새정부의 출범 의미와 과제, 분야별 변화상 등을 조망하는 특집을 3회연속 기획시리즈로 싣는다.

◇탈권위-분권-평등화= 노무현 새정부의 주요 국정운영 기조는 권위주의 적폐를 청산하고 권력 분산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같은 기조는 노 대통령의 실용주의 정치 노선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에서 밝혔듯이 중앙의 기능과 권한의 획기적인 지방이양 추진 및 국민통합에 기반을 두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차례 탈(脫) 권위주의 행보로 `참여정부'는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지난 1월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를 방문, 야당 대표와 대화를 나눈 것은 과거 당선자의 정치행보에 비춰봤을 때 매우 신선하고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의전과 격식을 무너뜨린 행보로 인해 정치분야에서는 `상생과 대화의 정치' 가능성을 보여줬고 결국 초당적 국정협력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 섞인 기대를 갖게 했다. 또 청와대 조직을 `일 중심'으로 개편하면서도 과거 최고권부의 수석비서관들이 장관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면서 내각위에 군림했던 관행을 탈피토록 한 것도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를 버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 제도의 폐해로 인해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당초 생각과 약속과는 달리 `머리와 가슴'이 점차 국민과 멀어졌다는 반성과 함께 참여민주주의 사회 구현을 위한 대통령의 탈권위주의가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앞으로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책임을 대폭 위임하고 대통령은 인수위가 정한 12개 국정 과제와 전략적 국가과제, 첨예한 조정과제, 미래를 위해 꼭 준비해야 하는 과제들만 집중적으로 챙길 것"이라며 새 정부에서 실질적인 책임총리제 및 장관 제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새정부는 권력분산과 함께 ▲지방이양 일괄법 제정 ▲자치입법 조직 인사권 등 잔존하는 사전규제적 기능의 전면 재검토를 통한 대폭 이양 ▲지방대학 및 지방산업 육성 등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 역량 강화 및 국토의 균형발전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단극(單極)' 중심의 폐해를 극복하고 과밀화돼 있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 발전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충청권에 신행정수도 건설은 앞으로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화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권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일부 중앙관료집단과 정치, 경제 등 각계의 기득권 집단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고 서울과 지방, 지역과 지역간의 이해관계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슬기롭게 조정할 수 있느냐가 분권화의 핵심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와함께 새 정부는 국민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임기 첫해인 올해부터 장애인, 비정규직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여성, 학벌 등 5대 차별분야의 차별해소에 적극 나설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올해안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민간부문에서 여성, 장애인, 지방대학 졸업생을 채용할 경우 정부 입찰에 우선권을 주는 등 해당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의 적극적 참여시정조치(Affirmative Action)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우리사회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풍토 문화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국정 주류세력 변화=“지난 16대 대선은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대결이 아니라 사회 주류 교체가 본질이었다"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새정부를 탄생시킨 지난 대선의 의미를 이렇게 부여했다.

이러한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 정부가 국민참여와 시대교체라는 흐름을 타고 등장한 만큼 주류세력의 변화는 어느 정도 필연적인 것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미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구성, 청와대 비서진 구축 등에서 주류 교체 의지를 분명히 했고, 앞으로 조각 인선에서도 기존의 인재풀 범위를 벗어난 숨은 인재 발굴 등을 통해 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 대통령의 주류교체 방향은 지방대 교수로 대표되는 지역 지식인 그룹 등 학자 및 전문가와 비정부기구(NGO)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인수위를 구성한 것이나, 70, 80년대 민주화운동 세력을 청와대에 다수 포진시킨 것에서 큰 윤곽을 드러냈다.

그는 평소 “거물(巨物)을 찾다보면 고물(古物)을 찾게 된다"면서 새로운 인재 발굴을 강조해 왔다. 명망과 경험을 중시, 매번 쓰던 사람만 쓰면 인재풀 자체가 한계에 부닥칠 뿐 아니라 인적 대류가 막혀 시대흐름을 놓친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기업에선 최고경영자(CEO)의 연령이 40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공직사회에서도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측면도 고려되고 있다. 노 대통령 자신이 해방이후 세대인데다 비록 사법시험을 거쳐 판사까지 했지만, 상고 출신이면서 군사정권 시절 기득권 세력과 맞서 싸웠던 `운동권'이고 정치권에 입문해서도 줄곧 비주류로 지내온 점도 주류 교체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이른바 386세대로 상징되는, 민주화운동 경험을 광범위하게 공유한 30-40대층이 각계각층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아 전면에 나서게 된 사회 저변도 이같은 주류 교체의 토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점에서 청와대 1-2급 비서관 인선 내용은 기성 주류에 적지않은 충격을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70년대 운동권과 386운동권 출신이 대거 발탁됐고 투옥 경험자도 10명이나 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개발독재·고속성장을 주도했던 주류-기득권 세력에 맞서 길거리에서 저항했던 이들이 이제 권력의 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장준영 시민사회1, 김용석 시민사회2, 양민호 민원 비서관은 유신독재에 투쟁하다 옥고를 치렀고 이호철 민정1 비서관은 부산지역 학생운동 조직사건인 부림사건으로 투옥됐다가 접견온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인연을 맺었던 인물이다.

윤태영 연설담당 비서관, 천호선 국민참여 기획비서관,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등 노 당선자의 젊은 참모들 역시 87년 6월항쟁을 전후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투옥된 이력을 갖고 있다. 마치 지난 68년 유럽을 휩쓴 반체제운동이 낳은 독일의 68세대와 닮은 꼴이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운동권 학생들은 이제 50대 중년이 돼 독일정부 각료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무엇보다 `가치공유'를 강조한다.

그는 후보시절 "6월항쟁 다시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민주화 운동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와 사회연대(solidarity) 의식, 공공선을 중시한다.

그러나 그런 철학 및 의지를 능력있는 인사 발탁 및 실효성있는 정책대안 제시로 엮어 국정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또 노 당선자와 가치를 공유하는 신주류 세력이 권한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갖고 과거 엘리트를 대체할 유능한 `일꾼'으로 역할하고 성장할 지도 두고볼 일이다.

신주류는 여전히 강한 기득권 세력에 둘러싸여 있고, 깊은 뿌리를 가진 전통적 구주류 세력과 `가치충돌'을 겪고 있으며, 특히 대안을 제시하며 성장하기보다는 이상적인 명분과 구호로 승부해왔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주류 교체는 엄밀히 말해 이제 막 바위 틈을 뚫고 나온 싹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노무현 정부의 성패와 그 싹의 생장 여부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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