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견제할 소신·배짱 있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2-23 1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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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총리지명자 청문회 ‘쟁점 질문’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20일 고 건 총리지명자에 대한 첫날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수행 능력과 병역의혹, 환란 및 수서사건 책임론 등을 놓고 인사검증을 벌였다.

특위 위원들은 특히 고 지명자에 대한 각종 평가 및 조사자료 등을 활용, 신정부 초대 총리로서 소신과 책임을 갖고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 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국정수행능력 = 특위 위원들은 우리 사회의 핵심 주류권에 위치해온 고 지명자가 신정부의 개혁 컬러에 부합되는 지 여부를 도마위에 올렸다.

또 북핵 사태, 대북 거액 송금사건, 대미 관계, 주한미군 재배치론, 대형 재난 대책, 경제위기론 등 국내외 현안에 대한 견해와 함께 최근 정치개혁의 화두인 권력분점화를 위한 대책 등도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고 지명자가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하려면 대통령의 성급하고 과도한 언행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소신과 배짱이 있느냐가 문제"라며 “앞으로 쓴소리를 하려고 생각한게 있다면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임인배 의원은 “화려한 공직경력 뒤에는 변신의 달인, 양지 지향, 철저한 보신, 책임 회피 등의 부정적인 견해가 있다"면서 “고 지명자가 여야 의원들에게 인준통과를 부탁한 것은 인사청탁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드러났듯 사고 때마다 요란하게 대책이 마련되지만 별다르게 개선되지 않는 원인이 뭐라고 보는가"고 물었다.

정장선 의원은 “대통령의 의지가 총리와 맞지 않을 때 부서를 거부함으로써 대통령을 견제하는 것이 책임총리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대통령 견제 방안을 질의했다.

정 의원은 또 “북핵사태에 대해 한미간 입장차이가 있으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미국이 강공으로 나올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며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된 불법과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자민련 송광호 의원은 “차기 개혁정부의 총리는 침묵만 해선 안되고 사안에 따라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대북송금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면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이 맞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본인·가족 병역의혹 = 여야 의원들은 고 지명자와 차남 등 가족의 병역의혹을 추궁했고, 야당 의원들은 특히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이 대선패배의 한 요인이 됐다며 `불공평성'을 집중 제기했다.

임인배 의원은 “총리 후보자 뿐만 아니라 형제와 차남은 면제, 나머지 두아들은 복무기간 단축 등 누구하나 현역으로 군생활을 한 사람이 없으며 4부자의 복무기간을 모두 합해도 현역 한사람 복무기간인 24개월 밖에 안된다"며 “노 당선자는 선거유세때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야 되겠느냐'고 했는데 이회창 후보가 본인도 아니고 자식이 군에 가지 않은 이유로 낙선한 점과 비교하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윤경식 의원은 “현역대상인 갑종판정을 받고서도 군에 가지않은 이유를 단순히 영장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돌릴수 있느냐"면서 “차남 고휘씨는 전자파 과다노출에 의한 질병으로 군 입영 면제판정을 받은뒤 유학도 갔는데 당시 여당의원이며 전북도지부장을 맡고 있던 지명자의 권력을 이용한 외압은 없었느냐"고 추궁했다.

이종걸 의원은 “고휘씨는 84년 최초 신검에서는 1급 판정을 받았고 ‘정신과' 항목에서도 정상으로 판정되었는데 3년 후인 87년에는 5급 징집면제 판정을 받았다"면서 “87년 당시에는 병무비리가 심했던 시절인데 그런 의심을 살만한 근거가 있느냐"고 물었다.

송광호 의원은 “고 지명자는 대학교를 졸업한 60년 3월부터 70년 12월에 면제되기까지 10년 동안 언제쯤 군대를 가게될지 궁금해 하거나, 군입대 문제로 부담을 느끼지 않았느냐"면서 “본인과 차남은 면제, 장남은 석사장교, 3남은 단기사병 등 현역입영은 한명도 없는데 사회지도층 가족들의 병역 이행도가 이렇게 엉망인데 어느 부모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국가위기시 행적 = 고 지명자가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79년 10.26 및 80년 5.17 사태 당시 석연치 못했던 행적에 대해 청문위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많은 국민들이 군부에 저항해 피흘리며 싸우고 있는 동안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무수석 비서관으로서 할 수 있는 소신행위가 겨우 ‘사표'였느냐"며 “그러고도 그 정권에서 장관을 몇차례나 지낸 것은 ‘권력은 항상 선하다'는 식의 무소신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인기 의원은 “고 지명자가 사표제출 경위를 세차례나 번복했고, 아무도 사표제출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고 의문을 제기한 뒤 “설사 사표서를 냈더라도 수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를 이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추궁했다.

이 의원은 “고 지명자가 국장(國葬) 기간 일했다는 증거로 박근혜 의원으로부터 지시를 받았고, 장의차를 주문하기 위해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박 의원이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당시 장의차는 현대차가 아닌 대우차의 전신, 새한차였다"고 반박했다.

이방호 의원은 “고 지명자는 87년 6월 10일 명동사태 때 청와대의 강경진압 지시에도 불구, 자신이 설득해 평화적으로 해결했다고 밝혔는데 증언에 따르면 안기부가 명동성당과 협의하고 사제단이 데모 대표단을 설득해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위수령을 반대했다는 고 지명자의 말과는 달리 오히려 그가 위수령을 건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환란 및 수서사건 책임론 = 청문위원들은 고 지명자가 외환위기 당시 총리로서, 수서택지 특별분양 사건 때 서울시장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고 지명자는 ‘단순히 외환위기를 보고 받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며 “총리가 경제장관회의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 없다는 것이 과연 적합한 이야기냐"고 따졌다.

이인기 의원은 “수서택지 특별분양 결정은 고 지명자가 90년 12월 퇴임 전 사실상 결정한 것"이라며 “서울시는 89년 9월부터 주택조합의 택지분양 요구에 대해 수차례 불가 입장을 밝히다가 90년 12월 국회 건설위에서 윤백영 부시장이 ‘의원들의 의결에 따르겠다'며 입장전환 가능성을 비쳤는데 이처럼 중대한 민원사건에 대해 윤 부시장이 고 시장에게 상의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송광호 의원은 “98년 2월 한국은행 국제부에서 작성된 ‘외환위기 발생원인과 대응방안' 문건을 보면 당시 총리였던 고 지명자에게 97년 11월부터 7차례나 외환위기 관련보고를 했다고 밝혔다"며 “외환위기로 인해 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고 경제부총리도 구속됐는데 대통령 다음으로 국정 최고책임자인 총리가 덮고 넘어가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고 지명자는 대지 128.4평, 연건평 79.5평 규모의 동숭동 자택을 13억원이라고 신고했는데 일부 언론은 그 집의 가격이 40억원일 수도 있다고 보도한 점 등으로 미뤄 축소신고 의혹이 있다"며 “둘째 며느리가 2001년과 지난해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3채나 매입, 부동산투기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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