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국회판단에 맡기겠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2-03 18: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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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당선자측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3일 2억달러 대북 비밀지원 문제해결의 몫을 일단 국회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직접 정리했다.

진상은 밝혀져야 하지만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고려해 진상규명의 주체와 절차, 범위 등은 국회가 판단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취임전 진상규명 및 해결 등의 일괄처리를 강력히 희망했다.

노 당선자는 이날 오전 인수위 사무실에서 임채정 위원장, 김진표 부위원장, 이병완 기조분과 간사, 정순균 대변인 및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 신계륜 인사특보, 김한길 기획특보, 이낙연 대변인, 유인태 문재인 박주현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과 함께 한 일일보고회의에서 이런 입장을 정리했다고 이낙연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당선자가 회의결론을 이렇게 정리했고 이는 전날 문희상 내정자의 발언 취지와 다르지 않다"면서 “그 취지는 국회에서의 초당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라는 뜻이었다고 문 내정자는 설명했고, 우리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이런 입장은 전날 문 내정자가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확인된 대북송금 사실과 김대중 대통령의 간접시인 언급을 진상규명의 상당한 진전으로 보고 `정치적 해결'을 유난히 강조한 것과는 무게중심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같지만 문 내정자는 진상규명보다는 문제의 정치적 처리에 방점을 찍었다면 노 당선자는 진상규명에 대한 적절한 스탠스를 잡는 데 주력한 듯한 인상이다.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큰데다 많은 국민도 뭔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들이다.

이 대변인이 정부당국의 설명이 진상공개 기대치에 비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아직도 논란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답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날 유인태 내정자가 추가 진상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내세운 것은 북핵 현안이 존재하고, 이 건에 대한 북의 태도가 간단치 않아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나아가 위기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이 “단순히 한두가지 고려하는 차원을 벗어났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민족생존문제가 걸려있고 북핵문제 해결과 연계돼있기 때문에 진실은 밝히되 민족의 이익이 되는 쪽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신계륜 특보 언급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대변인은 당선자의 입장 정리에 대해 “저의 생각으론 시일을 오래 끌지 않고 한꺼번에 처리됐으면 하는 기대가 담겨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해 취임 전 일괄해결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오래 끌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현대상선 대북송금의 목적과 경로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3일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현대상선의 일부 자금이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사용된 것이라면 향후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이익을 위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에 대해 비서진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일 “김 대통령이 대북송금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한 상황에서 비서진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김 대통령이 설연휴 전 대북송금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앞으로도 이 문제를 직접 다뤄나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기회가 있을 경우 김 대통령의 추가 설명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주에 예정된 국무회의나 통일외교안보관계 장관회의 등에서 김 대통령의 추가 입장표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북한에 돈을 풀어줬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현대라는 민간기업의 대북사업과 관련된 것"이라면서 “다만 그것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포괄적 개념에서 보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어느 쪽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남북문제에 대한 초당적, 거시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영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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