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돈’받는데 자치 이뤄지겠어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23 17: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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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세이양·교부세 보조금지원 늘려야 “지방자치요? 지원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오려고 중앙정부에 로비하고 눈치만 보는 상황인데 진정한 자치가 이뤄지겠습니까?"

지난해 전남 장흥군(9.2%)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낮은 재정자립도(9.9%)를 기록했던 전남 강진군 예산담당부서 직원의 푸념이다.

올 전체 예산이 1227억원인 강진군은 연간 인건비로 총예산의 15.0%인 184억원이나 지출, 지방세와 경영수익사업 등을 통해 거둬들인 돈으로는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 상황이 이와 비슷해 이 직원 말대로 단체장들이 제 목소리를 내며 자치를 실현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수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1991년 30년만에 지방의회만 있는 반쪽 자치로 부활된 지방자치시대는 95년 첫 민선단체장들이 선출되면서 본격적으로 문이 열렸으나 시행 10년이 넘도록 지방의회는 각종 법령에 묶여 자치입법권 하나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고 행정조직 및 인사권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귀속돼 있으며 지방재정의 중앙정부 의존도도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충남대 육동일 교수는 “지방자치는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기능자치권을 근간으로 하고 이를 자치재정권이 뒷받침한다"며 “풍부한 자치재정이야말로 지자체의 실질적인 자율권 확보와 지방자치의 정착에 결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지방재정의 실태
지난해 전국 시.도별 평균 재정자립도는 54.6%. 군(郡) 단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9.1%에 불과했으며 89개 군가운데 4개 군은 10%를 밑돌았다.

2001년 현재 전국 248개 자치단체 가운데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한 시-군-자치구가 전체의 59%인 146곳에 달했다.

자체 수입대비 인건비 비율은 군지역의 경우 평균 70%, 자치구는 56%에 이른다.

자체재원으로는 인건비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 실현은 어쩌면 `사치'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는 민선단체장이 취임하기 이전인 1994년 63.9%에서 작년 54.6%로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오히려 떨어지고 지자체의 중앙의존도는 높아져왔다.

지난해 전남 장흥군과 강진군 등이 10% 이하의 재정자립도를 보인 반면 경기도 과천시는 무려 94.8%를 기록, 지자체간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지방재정의 문제점
열악한 지방재정의 원인은 지자체의 무분별하고 비생산적인 예산집행 등 자체 문제점과 함께 국세에 지나치게 편중된 세원, 지자체의 과세권 미흡으로 인한 자주재원 확충 곤란 등이 꼽히고 있다.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비율은 무려 67%대 33%로 일본의 48%대 52%와 대조를 보였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0%대 20%로 자치제 실시전인 지난 85년의 87%대 13%와 별 차이가 없다.

지금의 지방자치를 ‘2할의 지방자치'로 부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경기도 용인시가 추진했던 관광세 신설이 무산되는 등 지자체들의 새로운 세원 개발도 법령에 묶여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자체들이 사업재원 마련을 위해 다양한 경영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는데도 여전히 살림을 국고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원인이다.

외형상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모든 행정기능과 재정이 분권화시대에 맞게 개편되지 않고 아직까지 중앙정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스스로의 문제점도 많다. 표를 의식한 일부 단체장의 선심성 예산 집행, 경영수익을 위해 만든 지방공사들의 만성적자 등도 지방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밖에 인구감소 등으로 인한 세입 감소, 재정 및 인원지원 없이 이뤄지는 중앙정부의 사무이양, 행정서비스 수요의 증가에 따른 세출 증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지방세 체납액 등도 재정압박의 요인이 되고 있다.

◇지방재정 확충 및 건전화 방안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학자와 공무원들은 지방재정 확충.건전화 방안으로 지자체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자치단체의 재정운용 시스템 개선과 중앙 정부의 결단이 요구되는 새로운 재원 및 세원 개발, 중앙정부 보조금 확대 등 대체로 3가지를 꼽는다.

우선 국세 가운데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 지방재정능력을 높이고 관광세 도로이용세 교통혼잡세 등 새로운 지방세를 신설할 수 있도록 일부 조세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는 지난달 26일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10%와 양도소득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등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현재 80%대 20%에서 50%대 50%로 개선할 것을 건의했다.

경남발전연구원 곽태열 연구위원은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를 도입하고 부가가치세 도입 이전 지방세 부과대상이었던 운수창고업, 개인서비스업 등을 지방세원으로 이양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북도 이승률 재정담당은 “단순한 국세의 지방세 전환은 지방보다는 세원이 많은 서울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 유리해 지자체간 재정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지자체별 지방세율 차등적용 등 별도 보완책 연구가 요구된다.

경남도와 제주도 등 많은 지자체들은 “국가기능의 지방이양으로 추가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방교부세 법정교부율을 현행 15%에서 18%로 상향조정하고 교통범칙금 전액 또는 50%를 지방재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보조금을 지정사업에만 사용하도록 돼 있는 현행 국고보조금제도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포괄보조금제'로 전환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이와 함께 지자체 스스로도 전국적으로 매년 2조여원씩 발생하는 지방세 체납액 징수, 경영수익사업을 통한 재정확충, 낭비성 행사 예산의 삭감, 행정조직 군살빼기 등 재정 건전화를 위한 노력을 강도 높게 병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진군 예산 담당자는 “지금의 지자체는 국고 집행기관에 불과하다"며 “지자체가 '자치'라는 옷만 걸치고 중앙정부의 조정을 받아 움직이는 로봇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주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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