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으로 참여민주주의 정착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12 17: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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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당에 재심·거부권도 부여 지난해 6.13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상당수는 본선 못지 않게 힘든 예선을 거쳐야만 했다.
지난해 초부터 정당 민주화 바람이 몰아치면서 공천제도가 기존의 ‘낙점식' 대신 ‘상향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제왕적 총재 등 당 핵심지도부의 몇몇 인사가 정당의 공직후보자를 선택하던데서 벗어나 국민과 당원이 직접 투표를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게 된 것이다. 양당은 특히 대선후보 경선의 경우 당원 뿐 아니라 일반국민도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속에 도입됐던 상향식 공천제는 초기부터 적지 않은 시련을 겪은게 사실이다. 일반국민 선거인단이 참여했던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국민경선도 선거인단 모집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과열경쟁 등의 부작용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7일 민주당 개혁특위 워크숍에서 박주선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각 주자 캠프사람들이 유권자에게 통지문을 보내는 집배원을 따라다니면서 유권자를 파악해 집중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부작용 사례를 밝히기도 했다.

또 경선을 통해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경선 불복→탈당→조직와해' ‘함량미달 후보 선출→본선 경쟁력 약화' 등 후유증을 겪으며 패퇴한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민주당은 당초 강세로 분류됐던 경기, 광주, 전남, 전북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당 후보가 한나라당과 무소속 후보들에게 패배한 원인중 하나가 경선과 공천 후유증으로 당력이 크게 약화된 데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가평군 경우 경선에서 1위를 했으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중앙당이 막판에 공천을 취소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양재수 후보가 민주당 공천을 받은 양관석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경기 시흥시는 민주당 신일영 후보와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탈당한 무소속 백청수 후보가 격돌, 표가 양분되는 바람에 한나라당 정종흔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민주당 아성으로 여겨졌던 전남 화순군도 경선에서 1위를 한 임호경 후보가 폭행사건으로 막판 공천장을 `빼앗기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임흥락 후보를 꺾었다.

경선후유증을 빚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양천의 경우 경선 1위 후보에 대한 `학력 허위기재'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재경선을 실시했고, 경기 고양에선 투표권 부여에 문제가 있다고 판정, 재경선을 치렀다.

부천시장 경선에서 1위를 했지만 중앙당 공천심사위에서 `도덕성 결격' 사유로 탈락한 이모씨는 중앙당사를 방문, 항의시위를 하는 등 강력 반발했었다.

인천 계양구청장 경선에서 탈락한 모 후보는 지난주 대의원 명부 확정절차 등을 문제삼아 중앙당에 이의신청을 냈었다.

결국 8.8 재보선에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당헌·당규를 무시한 채 사실상 ‘낙점식' 공천 방식으로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말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양당은 이제 내년 17대 총선을 겨냥, 당 개혁작업의 하나로서 상향식 공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양당 모두 상향식 공천이 기존 방식보다는 민주적이고 대세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 이미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것.

우선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라도 자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후보에 대해서는 중앙당이 거부할 수 있는 '재심권'을 갖는 절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라도 결정적 문제점이 드러난 경우 중앙당에서 무효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대신 심사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등 심사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선에서 아예 2∼3명 등 복수의 후보를 선출, 중앙당에 최종판단을 맡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또 ‘제왕적 지구당위원장'의 폐해를 막아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구당위원장이 대의원을 사실상 선정하는 현행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기득권을 가진 지역구 의원이나 원외 지구당위원장이 공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원기 개혁특위 위원장은 “현재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마르고 닳도록 하게 돼 있어 인적 쇄신 등 제대로 된 상향식 민주주의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천정배 개혁특위 간사는 “지구당위원장 등 한두사람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당원 총의, 나아가 민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며 “(경선에서) 대의원 방식뿐만 아니라 총당원 방식, 국민참여 방식 등도 진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은 “상향식 공천이라는 말은 좋지만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는 대의원을 위원장이 장악하고 있어 일사천리의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면서 “대의원수를 유권자 연령을 고려해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늘려야 하며, 고비용 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IP주소를 통한 인터넷 투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헌 의원도 “대의원이 200·300명 정도 되면 위원장이 알음알음으로 할 수 있지만 그 수를 대폭 늘리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대의원을 기존의 당원으로만 했는데 인터넷을 통한 국민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전체의 20% 정도는 인터넷을 통해 비당원으로 충당하는 게 좋겠다.

이것은 완전한 오픈 프라이머리와 폐쇄형 대의기구의 절충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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