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어떻게 하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07 18: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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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제 ‘대안’으로 떠올라 정치개혁의 여러 과제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면서, 동시에 현실적 이해관계가 집중돼 쉽사리 손대기 힘든 주제가 지역구도의 타파다.

3김 시대가 종언을 고하면서 향후 정치의 지역할거 구도가 완화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지난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을, 한나라당은 영남을 싹쓸이한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제16대 대선에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 된데다 당선자의 정치역정 자체가 지역구도 타파를 상징하고 있고 여전히 그 의지가 강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낙관적인 전망도 가능하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영남 득표율은 김대중 대통령 보다는 높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고, 호남에서 95%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지역구도 해체가 숙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으로 가장 먼저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
현재 1개 지역구에서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소선거구제 대신, 지역구의 범위를 넓혀 2-3명의 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나, 5명 이상을 뽑는 대선거구제로 바꾸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상대당의 텃밭지역에서 당선자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리로 노 당선자와 그 주변의 민주당내 개혁파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에 적극적이나,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대선거구제 찬성론자들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지역당 구조를 고착화하고 ▲지나친 선거과열로 후보자의 선거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저해하며 ▲여소야대 현상 등 정치 불안정을 초래하고 ▲다수의 사표 발생으로 주민 대표성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론자들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지역정당 구조를 탈피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이 호남지역을 독식한채 영남을 공략해 의석을 늘리려는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재력가나 지명도가 높은 정치인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치신인의 진출이 어려워지며, 반드시 선거비용 부담이 현재보다 줄어든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점도 반대론의 한 이유다.

중앙선관위 조영식 선거관리관은 “선거구제가 지역구도 타파에 가장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임은 틀림없으나, 제도 자체만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선거구제의 변화가 지역구도 타파를 가져오려면 부수적인 노력이 합해져야 하고, 어떻게 운영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지역에서 중선구제가 도입될 경우 각 자치구 별로 2~3명을 선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에는 현재 구청장 협의회를 권역별로 나눈 것처럼 권력화하고 권역별로 7~10인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과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제안 한 것처럼 강남북을 나누는 초대형선거구제 방식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구도 타파의 또다른 방법론으로 제기되는 것은 1인2표에 의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처럼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50%씩 할당할 경우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부 개혁적인 학계인사들과 시민단체, 진보정당의 주장이며,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적어도 비례대표를 국회의원 정수의 30-50% 정도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출에서 1인2표제가 처음 적용됐으나, 광역의원 비례대표의 비율은 10%에 그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현재 국회의원중 비례대표의 비율은 16.7%에 불과하다.

상지대 정대화(정치학) 교수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지역구도 타파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며 “오히려 국회의원중 정당명부에 의해 선출되는 비례대표를 30-50%까지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총선에서 1인2표에 의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확대 적용되면 비례대표에 대한 투표는 곧 정책에 대한 투표이므로 정당정치를 뿌리내리게 하는 효과도 있다"며 “동시에 군소정당에도 원내 진출의 길을 열어줘 정치개혁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확대 적용은 모두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 당선된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들 현역의원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1인2표제가 처음 도입된 지난 6.13 총선에서 8.1%의 득표율을 기록, 지역구 광역의원 2명과 비례대표 광역의원 9명 등 1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기 때문에 총선에서 1인2표제가 적용될 경우 3-5석 확보를 기대하며 비례대표제 확대방안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지난 2001년 7월19일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법상 비례대표의석 배분 방식과 1인1표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선 1인2표제에 의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론과 함께 중대선거구제 도입론이 제기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검토됐었다.

한편 현재 각 당에서 진행중인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지도체제 및 당권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커질수록, 선거제도 개선 이전에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한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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