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국가지도자를 뽑는 16대 대선에서 그동안 입으로만 외쳐왔던 정치개혁을 더이상 미루다간 존립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민심의 좌표를 읽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환경속에서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냉험한 정글의 법칙을 깨우친 것도 정치권 개혁 논의의 동력이 되고 있다.
현재 정치개혁안 중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것이 ‘원내정당화'다.
정치개혁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치가 국회 중심으로 이뤄지는 원내정당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원내정당화를 실현하는 길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지난해 당 개혁 과정에서 원내정당화가 거론됐으나 겉치레에만 그친 채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민주당의 경우 원내총무를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만드는 정도에 머물렀다.
원내정당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회의원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정당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의원은 사실상 대통령이나 당 총재, 지도부의 통제하에 움직였기 때문에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행정부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눈총에 시달렸다.
결국 견제되지 못한 절대권력을 향유하던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불행해지는 것은 물론, 다음 정권도 권력형 비리 청산에 국민적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결과가 초래되곤 했다.
또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 국회와 행정부의 협조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파행과 대치의 정국경색을 탈피하기 위해 정계개편 같은 정치놀음에 몰입하는 악순환을 겪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원내정당화 방안으로는 우선 원내총무의 위상강화가 거론된다. 원내총무가 실질적인 당의 대표로서 당을 이끌고, 의원총회를 당 최고의결기구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의총에서 총무 등 주요 당직 및 국회직을 직접 선출하고 법안과 주요 정책도 결정하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상현 상임고문은 “원내총무에게 정당 대표연설 등 정당 대표성을 부여하고 국회내 정당교섭권을 100%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경우 정당의 지역편중성을 갖는 우리 정치 현실상 근거지가 아닌 곳의 의견은 제대로 수렴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즉 의총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면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만드는 법안에 다른 지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정진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내정당화를 하더라도 지역편중성을 보완하기 위한 과도기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자칫 이 장치로 인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에 신경을 써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호 인하대 정외과 교수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에는 영-호남 의원 외에 수도권과 충청, 강원, 제주 의원도 상당수 있다"며 “원내정당이 되면 이들 지역 의원이 자율성을 갖고 균형을 잡아줄 수 있어 지역편중성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원내정당화가 이뤄지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채택하고 있는 현행 최고위원제나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대변인제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원내총무가 실질적인 당의 리더가 되기 때문에 정책위의장은 정책담당 부총무, 대변인은 공보담당 부총무로 바뀔 수 있다.
특히 당론을 전파, 의원들의 자율성을 구속하고 정쟁과 상호비방만 확대 재생산하는 대변인제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신 해당 업무 담당자가 직접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해야 한다는 것.
거대 중앙당 조직을 축소, 미국의 DNC(Democratic National Committee, 민주당 전국위원회), RNC(Republic National Committee, 공화당 전국위원회)처럼 소수 사무처 직원만을 둔 전국위원회를 두고 정책 및 입법관련 당 조직은 국회내 할당된 정당 공간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경우 현행 사무총장은 전국위원회 위원장으로 바뀌고 막강한 자금-조직력도 대폭 축소된다.
또 지금처럼 국가가 정당에 국가보조금을 배분한 뒤 정당으로 하여금 의원에게 이를 나눠주도록 하는 대신 의원에게 직접 배분하는 제도로 전환하는 것도 의원에 대한 당의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다.
이와함께 국회 의사운영에 대한 정당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총무회담 결정에 좌지우지되는 현행 의사운영을 국회 운영위원회가 제안하고 이를 본회의에서 승인받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경우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당연직 운영위원이 되는 현 제도와는 달리 원내정당 지도부는 운영위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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