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나라당은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쇄신의 방향과 폭, 속도 등을 놓고선 의견이 맞서는 등 대선 패배의 후유증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재창당론'을 발진하는 등 정치지형 변화를 모색할 조짐을 보이자 당내 위기감마저 확산되고 있다.
현재로선 한나라당이 거야(巨野)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 지, 필연적으로 야기될 계파간 대립을 어느 수준에서 봉합할 수 있을 지, 또 당쇄신 요구가 어떤 흐름을 잡아갈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벌써부터 당권 투쟁과 노선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전도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미래연대 원희룡 의원은 “대의원 구성을 바꾸는 것은 물론 당지도부를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것까지 고려하는 전면적인 수준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당쇄신론 =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수용, 전면 쇄신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기존 당체제로는 신(新) 정부의 역동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지 않을 경우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하다. `이회창 부재'의 지도부 공백도 어떤 식으로든 쇄신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당내에는 `쇄신 우선론'과 `단결 우선론'이 맞서 있다. 당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단 분열위기 봉합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소장파와 개혁파는 당장 전면 쇄신을 요구하고 있어 충돌이 야기될 소지가 다분하다.
쇄신의 방향과 범위를 놓고서도 백가쟁명식 의견이 표출되고 있어 조율이 쉽잖을 전망이다.
이부영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자기혁신이 불가피하다"면서 “먼저 당내 인적 구성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뒤 “개혁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면 쇄신을 요구했다.
그러나 박희태 최고위원은 “기구나 제도 쇄신은 더 이상 필요없다"면서 “쇄신에 대한 개념정립이 없다. 쇄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쇄신의 내용을 물어도 아무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경식 의원은 “당 개혁이 불가피하나 서두르다가 잘못되면 분열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단 민주당의 `개혁 드라이브'를 지켜보면서 대책을 세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당내 소장파 의원·원외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이날 저녁 회동을 갖고 당의 전면쇄신과 개혁을 적극 요구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도부 개편·인적 청산 = 개혁파와 소장파의 경우 당장 인적 청산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으나 향후 당의 기류를 봐가며 언제든지 제기할 태세를 갖추고 있어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개혁파의 한 핵심중진은 “줄서기에만 익숙해온 대의원들부터 교체, 30,40대를 대거 포진시켜야 한다"면서 “당내홍을 감안, 당장 인적청산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나 개혁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인적 쇄신의 타깃이 되고 있는 민정계 중진 의원은 “현 지도부에 민정계는 그 누구도 없다. 민주계, 민정계 얘기를 하게 되면 당이 깨진다"면서 “대선 패배는 350만 전 당원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당 지도부 개편 여부를 두고서도 팽팽한 대립기류가 묻어나오고 있다. 하순봉 최고위원은 “현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사후 수습을 해야한다"면서 지도부 유임론을 주장하고 있으나 소장파·개혁파는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하는 등 시각차가 극명하다.
◇조기 전대론 = 서청원 대표와 강재섭 최고위원 등은 조기 전대론을 주장하고 있으나 당내의 반발도 적지않아 4, 5월 전대 개최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미래연대 원희룡 의원은 “지금 상태에서 전당대회를 해서 뭐가 바뀌겠는가"라며 “대의원 줄세우기 구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했고, 민정계 양정규 신경식 의원까지도 조기 전대의 실효성에 회의론을 제기했다.
한 당직자는 “조기 전대론은 조직·자금력에서 앞선 일부 중진 의원들의 기득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며 “섣불리 개최하다가는 당이 분열되는 예기치못한 결과만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개혁 논란 = 미래연대 김영춘 의원은 “비상기구를 발족, 개혁프로그램을 강도높게 추진해야 한다"면서 “개혁기구에는 개혁의지를 갖춘 인사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의원은 이와 관련, “대의원 구성을 바꾸는 것은 물론 당지도부를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것까지 고려하는 전면적인 수준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개혁파 중진은 “2004년 총선을 감안하면 전면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면서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과 같은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안되며, 아날로그식 당체제를 디지털식으로 바꾸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덕룡 최병렬 의원도 “당이 환골탈태하기 위해선 원내정당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서청원 대표는 “쇄신을 위해선 당헌·당규 개정은 물론 당지도체제 개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원 참여 방안 등이 집중 논의돼야 한다"고 당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박희태 최고위원은 “대여, 대국민 관계를 재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권철현 의원은 “21세기형 정당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현행 당체제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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