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노 당선자가 상당한 표 차이로 무난하게 당선됐지만, 당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은 단순히 선거용 공약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향후 5년의 임기동안 노 당선자의 국정수행을 뒷받침하고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가 불가피하다는 데는 당내에 공감대가 형성돼있고, 노 당선자를 지지한 유권자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 역시 민주당의 변신을 눈여겨 지켜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민주당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당의 주도권 교체와 부패에 연루된 당 소속 정치인에 대한 처리 문제다.
당 주도권의 변화는 곧 지도부의 교체를 의미하며,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자진사퇴에 이은 `조기 전당대회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당-정 분리의 원칙을 세웠고 노 당선자 역시 총재가 아닌 평당원의 신분으로서 당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되 구체적인 방법은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타율적 변신'의 형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두가지 모순된 현실을 조화시켜야 한다"며 “당정분리의 원칙을 지킬 것이나, 저도 평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에 큰 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정치적 변화를 국민과 함께 수행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계파간 논의와 타협을 거쳐 중립적 성격의 지도체제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정이 분리된 상태에서 `노무현 친정체제'로 간다는 것은 무리이고, 노 당선자 역시 그런 방향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모든 계파가 동의하는 제3의 중립적 인사를 중심으로 지도부가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시스템은 정착돼있고 운영의 문제"라며 “동교동계 역시 대부분 2선에 물러나있는 상태인 만큼 특정계파를 배제하는 방식보다는 대통합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질개선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고려해야 하는 변수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노 당선자를 측면지원하는 역할을 했던 개혁국민정당과의 관계설정이며, 통합 논의로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원내다수 확보를 위해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
노 당선자는 회견에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대통령의 힘으로는 정계개편을 할 힘이 없고, 권력기관과 정보기관을 동원해 누구를 뒷조사해 약점을 갖고 데리고 올 힘도 금전적 밑천도 없다"며 “정계개편은 할 수도 없고 시도했다가 국민앞에 낭패를 볼 것"이라고 정계개편 시도 가능성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초기 한나라당 의원을 대거 영입하면서 5년 내내 야당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했고, 16대 총선에서도 패배하게 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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