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8ㆍ8 재보선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전체 성적표 이상으로 수도권 결과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때 수도권 지역에서 얻은 지지를 계속 지켜야 하는 반면 민주당은 어떤 형태로든 반전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따라서 양당 모두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 종로는 물론 영등포을, 경기 광명 등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위해 당력을 모을 전망이다.
우선 객관적으로 보면 수도권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전반적인 우세가 예상된다.
그나마 민주당은 서울 영등포을과 경기 하남을 승산이 있는 곳으로 꼽고 있으며 광명을 해볼만한 곳으로 꼽고 있다. 이들 지역은 현재 지지도면에서 떨어지고 있지만 그 격차가 7∼8%포인트에 그치고 있는데다 인물대결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에 의하면 수도권 7개 지역 가운데 서울 금천, 경기 안성과 인천 서-강화을 지역은 한나라당이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6월 지방선거에서 일약 ‘제 3당’으로 떠오른 민주노동당이 8·8 재·보선 체제로 돌입, 서울 종로와 금천, 경남 마산합포 등 3곳에 후보를 냈지만 우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들 후보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싸움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 종로=종로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리전’으로 전개될 양상이다. 종로지역은 양당이 내세운 후보의 면면부터 확연한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한나라당 박진 후보의 우세가 점쳐진다.
한나라당은 종로에 박진 국제변호사를 공천했다. 박 후보는 공천과정에서 막강한 경쟁자인 재야출신의 박계동 전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따내는 기염을 토해낸 인물이다. 지명도에서 다소 떨어지더라도 참신함을 부각할 수 있는 40대 전문가를 재보선의 대표 선거구인 종로에 배치, 승부를 걸겠다는 한나라당의 의도가 엿보인다.
박 후보의 최대 약점은 자녀의 이중국적문제이지만, 이미 아들이 미국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박 후보 측근들의 전언이다.
반면 민주당은 노무현 후보의 최측근인 유인태 전 의원을 공천했다. 유 후보는 정은섭 변호사와 정흥진 전 종로구청장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뒤늦게 뛰어들고도 간단히 공천을 받아내는 저력을 보였다.
유후보는 7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로 개혁성에 높은 지명도를 갖추고 있다. 유호보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을 수락한 전력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정흥진 구청장이 무소속출마를 선언, 유후보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 후보는 “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의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며 “민심이 이반된 민주당 후보보다는 차라리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있었다”며 무소속출마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 후보는 종로구에서 민선 구청장에 두 번씩이나 당선됐던 인물로, 득표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또 지구당 위원장직을 내놓으면서 정은섭 변호사를 밀었던 이종찬 전 의원도 불쾌감을 표출, 지구당 조직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민주노동당도 종로에 후보를 내세울 방침이다. 현재 양연수(54) 전 전국노점상연합 회장과 이선희(39) 전 포럼2001 대표 등 두 사람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을=영등포을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현재 한나라당이 지지도면에서 조금 앞서가고 있지만 인물면에서는 오히려 민주당 후보가 전반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것이 양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영등포을에 권영세 변호사를 공천했다. 권 후보는 공천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되던 이신범 전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아낸 인물로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후보공천에서 탈락한 이신범 전 의원이 반발, “내가 김대중 대통령 아들의 호화생활 진상규명을 위해 2년3개월 동안 싸울 때 당은 변변한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한 뒤, “동료의원 54명이 나를 공천해달라는 지지서명을 내고 당 지도부에 건의까지 했는데, 소수측근들이 이를 무시한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비난하는 등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쳐 선거 운동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은 ‘마지막 재야’라고 불리는 장기표 푸른정치연대 전 대표를 내세웠다.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 후보에게 공천을 준 것은 정부의 잇단 실정으로 빛 바랜 개혁이미지를 복원, 지지를 되찾겠다는 구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서울 3개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승리 가능성을 점치고 있을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후보도 “이번 재보선은 후보로서의 정치적 장래가 걸려있는 승부인 만큼 유권자들의 견제심리를 끌어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승리 가능성이 있는 수도권 지역을 선정, 집중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영등포을 지원을 시사한 바 있다.
◆서울 금천=한나라당의 전반적인 우세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영남 3곳과 서울 금천, 인천 서ㆍ강화을, 경기 안성 등 수도권의 7곳 중 최소한 3곳 이상은 여유가 있는 우세라고 전한다.
실제로 일찌감치 후보로 내정된 이우재 지구당 위원장은 흔들림 없이 지역구를 관리해온 점에서 중앙당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전국 9개지역 8.8 재보선 공천신청을 받은 결과 9개 지역에 모두 35명이 접수를 마쳐 평균 4대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당시 금천구에는 이 위원장 한사람만 공천을 신청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말이다.
반면 민주당은 공천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다. 민주당이 노사정위 사무처장 출신의 이목희씨를 후보로 확정하자 한 때 공천이 유력하던 김중권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등을 돌리는 사태로 치닫게 됐다.
김 전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금천구 불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측근을 통해 “8ㆍ8 재보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패배주의에 빠진 노 후보의 책임론을 강력히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성민 위원장도 김 대표가 공천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반발, “차라리 노후보가 출마해 정면 승부하라”고 성명을 내는 등 지구당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던 김기영 전 서울시의회 의장도 “민주당의 근시안적 사고에 실망했다”며 “무소속출마를 강행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김 전 의장은 “금천을 낙하산 인사가 머물고 가는 지역으로 전락시킬 수 없다”면서 “지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민주당의 공천에 승복할 수 없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노당은 영세상인과 비정규 노동자들이 모여사는 이 곳에 최규엽(40) 전 전국연합 집행위원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최후보는 ‘서민·노동자 후보’라는 점을 앞세워 빈부격차의 현실을 지적하며 서민층의 표심을 끌어 모은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경기 광명=경기 광명은 수도권 전역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이곳에서 총력전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성(性) 대결까지 더한 한나라당 전재희ㆍ민주당 남궁진 후보간 인물경쟁이 두드러진다. 전 후보는 광명에서 첫 여성시장을 지냈다. 출마를 위해 전 후보는 전국구 의원직을 내놓는 배수진을 치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에다 시장시절 쌓은 전 후보의 이미지까지 보태 우위를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남궁 후보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남궁 후보는 문화관광부 장관직을 내놓는 배수진을 친 것이 한나라당 전 후보와 흡사하다.
지난 15대 총선 때 이 지역에서 당선됐던 남궁 후보는 청와대 정무수석, 장관까지 거친 인물론을 강조하며 막판 기세 잡기에 나서 승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기 하남=경기 하남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박빙의 승부를 예상할 만큼 치열한 접접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황식 전 경동대교수를 최종 공천자로 확정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의 전반적인 지지도 추락으로 신승을 예상하지만 민주당의 판단은 다르다.
민주당은 문학진 전 광주지구당 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우면서 서울의 영등포와 함께 경기도의 하남을 ‘승리지역’으로 분류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지난 총선 당시 3표차로 낙선 ‘문세표’라는 별명을 얻었던 인물로 이번에는 설욕전을 펼치겠다며 의욕이 대단하다.
하지만 경선에서 탈락한 손영채 전 하남시장이 무소속 출마할 것으로 예상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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