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확대 등 놓고 ‘충돌’

이영란 기자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10-14 16:00:2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국힘 “회의록 공개 및 자료 제출 요구... 국정 조사해야”
민주 “진행 중인 투자 전략 공개 우려... 국민 위한 조치냐”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유예와 목표 비중 확대 결정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증시 부양을 위한 정치적 개입 의혹과 국민 피해를 규명해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촉구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금운용의 특수성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회의록 공개 및 자료 제출 요구에 날을 세웠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운용 방침 변경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에는 지금 조금 덜 쓰더라도 노후만큼은 지킬 수 있으리라는 국민의 믿음이 담겨 있다”며 “국민의 노후자금을 정권의 성과 홍보나 선거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공단 제출 자료를 근거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올해 1월26일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한 데 이어 5월28일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확대한 점을 문제 삼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 노후자금 운용 원칙이 변경된 만큼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주식의 누적 운용손익이 6월 말 283조5000억원에서 7월 말 158조7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124조8000억원 감소했다”며 “누가 변경을 제안했고 어떤 분석을 근거로 결정했는지, 주가 급락에 따른 위험은 충분히 검토했는지 회의록과 자료로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상반기에 거둔 수익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며 “큰 수익을 거뒀다는 설명만으로 급락에 대한 대비와 위험관리 책임까지 덮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밸런싱 유예와 목표 비중 확대 결정 당시의 경위 및 정치적 개입 여부, 위험관리의 적정성과 국민 피해에 미친 영향,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지켜졌는지 등을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의 우려나 반대 의견이 있었다면 이를 어떤 근거로 배제했는지,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도 리밸런싱 유예 결정의 적정성과 기금운용 독립성을 놓고 여야가 맞붙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백종헌 의원은 “민주당의 거듭된 (김 전 실장)증인 채택 거부로 이번 국감이 반쪽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증인을 통해 묻는 길이 막혔다면 남은 길은 기록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백 의원은 “리밸런싱 유예는 올해 1월 기금운용위가 의결했고 그 회의에서 누가, 무슨 근거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회의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그런데 기금운용위는 이 안건의 회의록을 2030년에 공개하기로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요청한다. 상임위 차원의 회의록 제출 요구에 함께해 달라”며 “국민의 노후자금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국회가 확인하자는 데 민주당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달희 의원은 “(국민연금이)국내 증시 부양에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이 된 게 말이 되느냐”라며 “대통령 말 한 마디에 투자 지침 변경으로 화답하는 이사장의 모습을 보고 국민연금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됐다고 보는 국민은 한 분도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리밸런싱 유예라는 헛발질로 외국인에게 국내 주식을 비싸게 팔고 나갈 기회를 주고, 이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을 믿고 올인한 개미 투자자에게 돌아갔다”며 “외국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연금은 우리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기’라는 별칭까지 얻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이 관련 시뮬레이션 결과 자료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국민연금공단 내부에서도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 위원장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이규홍 기금이사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반면 김성주 이사장은 “협의해서 말하겠다”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민주당은 회의록 공개와 시뮬레이션 자료 제출 요구가 기금운용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당 간사인 서영석 의원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소설가도 아니고 가상해서 결과를 예측한 것을 내놓으라는 것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국민연금법에 따라 기금운용의 공정한 수행이나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안건은 4년 뒤 회의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행 중인 투자 전략이 공개될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이 국민을 위한 조치냐”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도 “국내 증시 부양에 국민연금이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리밸런싱을 유예했다는 것도 맞지 않는 게 실제로 추가 매수를 하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리밸런싱 논란이 불거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